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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즉석에서 짓습니다"

竹西朴氏 即事 高城西北政黃昏,蜀魄聲中獨掩門。 枯草惟應為藥物,殘燈猶可辨詩論。 且將後約須謀醉,縱有深懷未肯言。 雨過疎簾風乍起,澗聲來自隔山村。 죽서 박씨 "즉석에서 짓습니다" 높은 성 서북쪽으로 뉘엿뉘엿 땅거미 지고 소쩍새 소리 속에서 홀로 문을 닫아 겁니다 마른 풀일 지언정 약재로 쓸 수 있고 깜박이는 등불이라도 시를 쓰고 논하기에 족합니다 훗날을 약속하려면 우선 취해야겠지요 마음 깊이 품었지만 기꺼이 말하지 못했습니다 비가 그치면서 성근 발에서 언뜻 바람이 일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 산 저쪽 마을에서 들려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Composing Instantaneously" Over the northwest walls of the city The sun sets in the gathering..

"놀기와 살리기"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4) "놀기와 살리기" 한편으로는 "시하고 놀라"고 해놓고,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노는 사람(독자)이 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혼란스럽다는 불평이 있을 겁니다. "놀기"와 "살리기" 사이에 쉽게 메꾸기 어려운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겠지요. 게다가 시를 지은 시인은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지은 시를 살려낼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니 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정리해 두기로 합니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시는 독자가 읽으며 놀아야 살아납니다. 시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독자가 실천하는 영역이라는 이 말을 이해하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시인이 써서 발표하고 시집이나 잡지 등의 지..

죽서 박씨, "부질없이 읊조립니다"

竹西朴氏 謾吟 午睡濛濃樹影移,病餘人事每依遲。 謾愁風送殘花處,偏喜雨添芳草時。 緣底樓頭懷遠友,無聊枕上覓佳詩。 浮生縱使百年壽,奈此東流無返期。 죽서 박씨 "부질없이 읊조립니다" 낮잠에 취해 있는 사이 나무 그림자 움직여 가듯 병 앓고 난 후 사람 일이란 게 늘 이렇게 느릿합니다 바람에 남은 꽃을 보내야 하는지 부질없게 근심하는 곳 비 내리자 짙어지는 풀 향기를 유달리 좋아하는 때 어찌해 누각 모서리에서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 하고 하릴없이 베게 위에서 좋은 싯구를 찾고 있나요 떠도는 이 인생 설사 백 살을 산다고 해도 어찌 참아 돌아올 기약없이 동쪽으로 흘러가겠습니까 (반빈 역) Bak Jukseo "Chanting Idly" Just like tree shadows move While I am lost in..

죽서 박씨, "봄날 마음을 풀어 또 한 수 씁니다"

竹西朴氏 又(春日書懷) 滿庭紅綠鳥啼頻,雨過城南草色新。 沽酒一杯當好友,栽花數樹足芳鄰。 書中寂歷消長日,鏡裏分明老此身。 御柳東風垂萬縷,五陵春事問旁人。 죽서 박씨 "봄날 마음을 풀어 또 한 수 씁니다" 정원 가득 붉은 꽃 푸른 잎 여기저기 새소리 비 그친 후 성 남쪽엔 싱싱한 풀빛 술 한 잔 받아와 좋은 친구 삼고; 꽃나무 몇 그루 심어 풋풋한 이웃으로 맞이합니다 책 가운데서 외롭게 긴 하루를 보내고 거울 속에서 분명히 이 몸은 늙어갑니다 궁궐 버드나무 봄바람 속에서 가지 만 개를 드리우고 흥청대는 거리 사랑 이야기를 옆 사람에게 묻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Writing Thoughts in the Bosom on a Spring Day: Another Poem" The courtyard ful..

죽서 박씨, "봄날 마음을 풀어 씁니다"

竹西朴氏 春日書懷 重簾寂寂雨絲絲,楊柳春深病不知。 嫩草初齊風淡淡,嬌鶯欲囀日遲遲。 最是無聊看月夜,那堪虛度賞花時。 從古浮生俱逆旅,如何辛苦忍相思。 (頷聯與頸聯之間、頸聯與尾聯之間等兩處失黏) 죽서 박씨 "봄날 마음을 풀어 씁니다" 겹겹 드리운 발 안의 쓸쓸함 부슬부슬 내리는 비 버드나무에 봄이 깊어 가니 아픈 것도 잊습니다 새로 돋은 풀잎 가지런해지는 건 살랑살랑 부는 바람; 예쁜 꾀꼬리 짖으려는 건 느릿느릿 지는 해 가장 지루한 건 달 바라보는 밤; 어찌 참아 헛되이 꽃 즐길 시간을 보내나요 예로부터 우리네 삶은 모두 객사의 떠돌이 신세일 뿐 어찌 힘겹게 그리운 마음을 참아낼까요 (반반 역) Bak Jukseo "Writing Thoughts in the Bosom on a Spring Day" Layers of..

"시어와 보통 말"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3) "시어와 보통 말" 지난 번 글에서 시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기 어렵고, 또 원만한 정의를 찾으려 애쓸 필요도 없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시라고 불리는 글은 형태나 성격이 다양해서 그렇게 넓은 범위의 글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의를 찾는 게 그리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시와 놀기를 원한다면, 대답을 찾을 수 있는지를 불문하고 계속 시가 무엇인지 묻고 확인하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시어, 즉 시의 언어가 무엇인지, 보통의 언어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고 할 때, 우리가 보는 그것이 아침에나, 저녁에나 다를 게 없고, 작년에도 지금도 같다고 하면..

"죽서 박씨의 운을 써 …"

半賓 和大春用竹西朴氏韻吟近事 時旱時淹等壓臺, 一零八拜信如來。 荷花苞裏生哪吒, 人禍天災皆撇開。 반빈 "죽서 박씨의 운을 써 근래의 일을 이야기한 대춘의 노래에 화답함" 거듭 때로 가물고 때로 물난리가 나니 이 무대가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백 여덟 번 엎드려 절하며 석가여래에게 빕니다 연꽃 꽃봉오리 속에서 나타신이 태어나 사람의 잘못, 자연의 재앙을 모두 떨쳐 버리시기를 大春原玉: 口占近事用竹西朴氏韻 雨後晴初下舊臺, 夜前淹澇不曾來。 寧知山半猶湫溢, 却恨新荷仍未開。

시선(詩選) 2021.08.10

죽서 박씨, "겨울밤, 또 한 수"

竹西朴氏 又,冬夜 滿天雪意罨樓臺,咫尺懷人夢不來。 叵耐光陰如逝水,千金莫惜酒頻開。 죽서 박씨 "겨울밤, 또 한 수" 하늘 가득 눈 내릴 듯한 기운 누대를 에워싸고 지척에 있는 그리운 님 꿈에서조차 오시지 않네요 어찌 합니까 이 몹쓸 세월 물처럼 흘러가니 천금이라도 아끼지 말고 자주 술통을 열어야 하겠지요 (반빈 역) Bak Jukseo "A Winter Night: Another Poem" The sky filled with signs of snow Snares the balcony, My love just nearby Does not come even to my dream. Hellacious is time That flows like water. Spare no money, even thousand pi..

죽서 박씨, "겨울밤"

竹西朴氏 冬夜 臘前莫說雪頻多,來歲應聞擊壤歌。 歲色堂堂應不住,人生碌碌奈渠何。 寒衾無夢孤燈落,曉月如霜獨鴈過。 竟夜北風茅屋外,松聲還訝聽江波。 죽서 박씨 "겨울밤" 해가 가기 전에는 눈이 잦다고 투덜대지 마세요 새해에는 농부들 쟁기질 노래를 들어야 합니다 계절의 색깔 늠름하지만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사람의 삶 보잘 것 없으니 어디로 흘러 무엇 하나요 싸늘한 이불 속 꿈도 없는 사이 등불 외로이 깜박거리고 새벽 달빛 서리처럼 내리는 데 기러기 홀로 지나갑니다 밤새 된 높새바람 초가집 처마 끝에서 울고 놀란 듯한 소나무 소리에서 강 물결을 듣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Winter Night" Before the year ends, do not grumble About frequent sno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