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4

반빈,"어디 살지 치는 점은 점이 아닙니다 卜居非卜"

半賓 〈卜居非卜〉 龜筮本因疑,卜居占已知。依之明自願,不卜曉何之。孟母三遷意,擇鄰根絕累。周圍能導子,所處是良師。正則心煩亂,心聲向賦詩。平生誠悃款,振振有言辭。智不明,卜不窺。數不逮,神不支。行意用心固,匆匆釋策宜。少陵乃嗜酒,風竹使神怡。居處何依卜,林泉必是移。卜居非定地,處世至期颐。承諾為人則,自成兼自規。                注:九句正則為屈原,名平,字原,以字行。又自云名正則,字靈均。(甲辰冬至) 반빈 "어디 살지 치는 점은 점이 아닙니다" 거북점과 시초점은 본래 의문이 있어서 치는데어디 살지 치는 점은 점괘를 미리 압니다거기 기대어 자신의 소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니점을 치지 않아도 어디로 갈지 분명합니다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를 한 뜻은이웃을 잘 골라 휩쓸리지 않도록 하려는 것주위환경이 아들을 이끌어줄 수 있고사는 곳이..

시선(詩選) 2025.01.15

반빈,"고궁박물원 소장 한간의 '목마도'에 부쳐 題故宮藏韓幹牧馬圖" 절구 두 수의 첫째

半賓 〈題故宮藏韓幹牧馬圖〉二絕之一 明皇寵愛美豐腴,韓幹依為牧馬圖。短腿圓臀求健壯,許余思索帝歡娛。                注:韓幹為唐玄宗朝畫馬名人。(甲辰冬) 반빈 "고궁박물원 소장 한간의 '목마도'에 부쳐" 절구 두 수의 첫째 당 명황 현종의 총애가         풍만함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었고한간은 그에 따라         목마도를 그렸나요짧은 다리와 둥근 엉덩이에서         튼튼하고 힘있는 모습을 찾았고내게는 황제가 기뻐하고 즐거워한 것을         생각하며 찾아보게 합니다            주: 한간은 당나라 현종 때 말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입니다.(갑진년 겨울) H. Rhew "Inscribed on Han Gan's 'Herding Horses' at National Palace Mu..

시선(詩選) 2025.01.08

반빈,"공부방에 확대경이 꼭 있어야 합니다 文房不得缺放大鏡"

半賓 〈文房不得缺放大鏡〉 一生依鏡兒時始,束髮之前患近視。耳順青光幾半盲,今加大片書方邇。(甲辰大雪前二日) 반빈 "공부방에 확대경이 꼭 있어야 합니다" 한 평생 안경에 의지하는 건         어린 시절에 시작되었습니다머리를 묶을 나이도 되기 전에         근시를 앓게 되었지요이순 즈음에 생긴 녹내장으로         거의 반쯤은 보이지 않습니다이제 커다란 확대경을 들이대야         비로소 책이 가까이 옵니다(갑신년 대설 이틀 전) H. Rhew "A Magnifying Glass Is Indispensable in My Study" A whole life relying on eyeglasses            Began early in my childhood.Even before reachin..

시선(詩選) 2025.01.01

반빈,"성탄"

半賓 〈聖誕〉 歲歲降臨冬至夜,年年仰臥馬槽中。提醒黑暗仍瀰漫,跪下低頭是首功。(甲辰聖誕) 반빈 "성탄" 한 해 또 한 해 동지 긴긴 밤에      우리에게 내려오시고해가 가고 또 가도 매년 말구유 안에      누워서 깨우쳐 주시는 것은어두움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고무릎을 꿇고 고개를 낮춤이      먼저 쌓을 공덕이라는 것입니다(갑신년 성탄에) H. Rhew "The Day of Holy Birth" Every year, coming down to us        On the day of longest night;Year after year, lying down         In a horse manger,Are to remind us that the darkness        Is still..

시선(詩選) 2024.12.24

반빈,"AI가 미녀를 만들어? AI造美女?"

半賓 〈AI造美女?〉 人工智慧探傀奇,願造十全十美姿。美色如能隨意造,應求宋玉拜為師。楚王略信登徒說,追問真情逼駁辭。立即描摹東側女,無瑕無缺使心怡。身高增減失長短,束素腰而白雪肌。香粉朱紅施不得,嫣然笑臉翠蛾眉。三年未許至其妙,說服楚王不再疑。美醜不分配踽僂,原於悦者眼中知。                注:事見宋玉〈登徒子好色賦〉。 반빈 "AI가 미녀를 만들어?" 사람이 만든 지능이      기이한 일을 하려고 한다네완벽해서 흠결이 전혀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고 싶다지아름다움을 뜻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면반드시 초나라 송옥을 청해서      스승님으로 모셔야 해초나라 임금이 송옥은 여자를 탐한다는      등도의 모함을 믿어진실이 무엇이냐고 캐묻고      반론이 있으면 해보라고 압박했지송옥이 지체없이 그려낸..

시선(詩選) 2024.12.20

반빈,"하늘나라에도 남이 있을까" - 정병호 교수 선종에 부쳐 (영어 중국어 번역 첨부)

반빈 "하늘나라에도 남이 있을까"- 정병호 교수 선종에 부쳐 자꾸 눈물이 났다아직 떠난 것도 아니었는데자꾸 눈물이 났다 자꾸 눈물이 났다깨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 해맑은 얼굴을 내 마음에 담고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었는데자꾸 눈물이 났다 자꾸 눈물이 났다남한강 저 꼭대기에서 뗏목을 만들어문명의 혜택을 받기 전 사람들처럼강물 흐름에 몸 맡기고 내려오다맴돌이 여울을 헤치던 아슬아슬한 이야기를박수 치며 듣던 기억이 유쾌했는데자꾸 눈물이 났다 자꾸 눈물이 났다늘 하는 좋은 일 소식을 들을 때마다마치 내가 했다는 기분에 즐거워하던 기억지리산 자락에 동아시아 젊은 친구들많이 모아 우리 태어나기도 전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 유골수습을연습하고 마지막 날 풍등을 날리던 기억생생해 잊혀지지 않았는데자꾸 눈물이 났다..

시선(詩選) 2024.12.11

반빈,"고국의 계엄과 계엄해제 故國戒嚴解嚴"

半賓 〈故國戒嚴解嚴〉 無知無策僅盲目,仍欲翻天求地覆。半夜數鐘被壓平,餘生囚困嚎啕哭。(甲辰冬) 반빈 "고국의 계엄과 계엄해제" 지성도 없고 대책도 없이      오로지 먼 눈 뿐이면서도하늘을 뒤집으려 하고      땅 엎어지는 걸 바라더니한밤중 몇 시간만에      바로 짓눌려 납작해졌다지남은 생애 감옥에 갇혀      엉엉 소리내 울게나(갑진년 겨울에) H. Rhew "Martial Law Declared and Lifted Back Home" Without intellect, without strategy,        And only with blinded eyes,You wanted heaven and earth        To turn upside down.In just a few hours, in..

시선(詩選) 2024.12.09

반빈,"마완(14세기)의 추산행려도에 부쳐 題馬琬秋山行旅圖"

半賓 〈題馬琬秋山行旅圖〉 深山險徑勿疏神,峭壁何能比近鄰。驢馬不如徒步旅,轉頭閒話蹙吾顰。(甲辰初冬) 반빈 "마완(14세기)의 추산행려도에 부쳐" 깊은 산 험한 길에서는 정신을 팔지 말아야 합니다깎아지른 절벽을 어떻게 가까운 이웃에 비할 수 있나요당나귀나 말을 타는 것은 걸어서 가는 것만 못하겠어요고개를 돌려 한담하는 걸 보면 이맛살을 찌푸리게 됩니다(갑진년 이른 겨울) H. Rhew "Inscribed 'Travel in an Autumn Mountain' by Ma Wan (14th century)" On rugged paths deep in the mountain, You shall never be heedless.How can ..

시선(詩選) 2024.12.03

반빈,"승, 등 두 글자를 운으로 시 짓는 수도승을 노래합니다 僧登二字為韻詠詩僧"

半賓 〈僧登二字為韻詠詩僧〉 星月相呼夜,樓臺漫步登。銀河身裏響,但願做詩僧。(甲辰晚秋) 반빈 "승(僧), 등(登) 두 글자를 운으로 시 짓는 수도승을 노래합니다" 별과 달이 부르는 이 밤발길 가는 대로 누대에 오릅니다은하수가 내 몸 속에서 메아리로 울리니시 찾는 수도승이 되고 싶을 따름입니다(갑신년 늦가을에) H. Rhew "On Poet-Monk, Using seng and deng Two Words as Rhyme" In this night when the moon and the stars are calling,I walk up leisurely to a pavilion on a terrace.The Milky Way rings in my body,And I just want to be a monk see..

시선(詩選) 2024.11.26

반빈,"가는 가을을 아쉬워 합니다 惜秋"

半賓 〈惜秋〉 忽至怎知先探尋,驟離無奈獨傷心。風聲葉色閂詩裏,硬説秋興可續吟。(甲辰立冬後數日) 반빈 "가는 가을을 아쉬워 합니다" 갑자기 왔는데 어떻게 알고      미리 찾아 나설 수 있었겠어요홀연히 떠나니 어쩔 수 없지요      홀로 마음 아파할 뿐입니다바람 소리 이파리 색깔을      시 속에 잠가 두고가을의 떨림을 계속 읊을 수 있다고      억지라도 써야겠어요(갑신년 입동 며칠 후) H. Rhew "Reluctance to Part with Autumn" It arrived in an instance, and how was I supposed to know        That I could have gone out earlier to search for it?It leaves all of a s..

시선(詩選)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