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5

"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정말입니다 기도를 알아들어요 아멘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아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우리가 밥상에 앉아 잘 먹겠다고 기도하고 아멘하면 소파 위로 올라가 턱을 괴고 눕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다는 아멘 소리엔 쏜 살 같이 발목 옆으로 달려와 엉덩이 내리고 얌전히 앉지요 그걸 보셔야 해요 우리들 밥 먹는 동안에는 근처에서 서성거려 봐야 국물도 없지만 식사가 끝나면 자기 몫이 있다고 아는 것 아닙니까 아멘 소릴 듣고 어떻게 그걸 구별하는지, 참 다른 집 멍멍이들보다 확실히 지능이 높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하는 짓이 정말 다르다니까요 물론 그 뿐이 아닙니다 공 가지고 노는 걸 보세요 이웃집 멍멍이들과는 아주 판이하지 않아요 담요를 물어다 공 위에 얹고 그 아래로 고개를 디..

멍멍이 노래 2010.06.03

"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압니다 다 알아요 물론 모두 내 탓입니다 그러니 다시 일깨워 주실 것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짧지 않은 세월을 그렇게 살았는데 제 버릇을 개에게 주겠습니까 걸핏하면 책장을 뒤적거리지요 그 속에 꼭 답이 있지도 않다는 건 겪을 만큼 겪어 알 만도 한데 말입니다 결국 또 책으로 손이 갔습니다 그냥 생긴대로 얼싸안고 살면 되는 건데 왜 그랬지요 처음엔 쉽게 생각했어요 앉으라면 앉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그러면 되는 거 아냐 하면서 멍멍이 훈련과정에 등록을 했습니다 배울 건 많았습니다 멍멍이가 배울 것보다 우리가 배울 게 많아서 문제였지요 우리가 잘못하면 우리 탓 멍멍이가 잘못해도 우리 탓이라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책에 손이 간 겁니다 달리 방도가 없었고 그렇..

멍멍이 노래 2010.05.01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1. 추억 기억하시지요 메리 아니면 쫑 우리 어렸을 적엔 멍멍이들을 대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게 흔히 쓰이는 미국사람들 이름이라 우리말로 치자면 영희나 철수 정도라는 걸 중학교 가서 영어를 배우면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메리는 마리아 쫑은 아마 죤, 즉 요한이니까 모두 성서에도 나오는 좋은 분들의 이름입니다 아마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기쁘게 가져다 쓰는 게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좋다는 이름들을 왜 멍멍이에게 붙여줬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그 때는 멍멍이가 그냥 멍멍이 아니었나요 안방이나 대청은 커녕 툇마루에도 올라오지 못 했지요 애지중지 안고 다니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존중한다는 뜻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꼭 듣기 좋은 이름만 쓴 건 아니었습니..

멍멍이 노래 2010.02.24

"멍멍이 노래 #3: 연상(聯想)의 문제"

[멍멍이 노래를 쓰기 시작하면서 동료 몇 사람에게 이야기했는데 우리말로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언어차별이고 인종차별이라고 심하게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쓸 노래를 어느 나라 말로 쓸지는 그 때 그 때 시상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이번에는 우리말과 영어로 두 번 작업을 했습니다.] 멍멍이 노래 3 "연상(聯想)의 문제" 실명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그냥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는 정도 밝혀 두지요. 그 사람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두 번째 악장 로망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 멍멍이 생각을 했다고 실토하려는 겁니다. 서로 닮아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 하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네요. 양쪽 모두. 그 피아니스트가 뭐라 할지는 ..

멍멍이 노래 2010.02.17

"멍멍이 노래 #1: 관계의 문제"

멍멍이 노래 1 "관계의 문제" 한 배에서 나온 멍멍이 두 마리를 작은 딸이 하나 아내가 하나 데려다 기르겠다길래 그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영영 남남 될지 모른다는 게 어쩐지 애잔하기도 했고 털북숭이 둘이 부둥키고 뒹구는 모습이 눈에 선했어요 게다가 자동차로 세 시간 가깝지 않은 거리를 딸 보러 갈 핑게가 하나 더 생기겠네 싶었지요 그런데 그게 처음부터 참 쉽지 않네요 한 날 한 배에서 나왔으니 말하자면 쌍둥이 형제인데 딸도 아내도 자기를 엄마라 하니 이 멍멍이 두 녀석이 서로에게 무언지 동생인지 조칸지 형인지 아저씬지 할머니라는 호칭이 그리 맘에 걸리면 하무이, 그래, 하무이라 하면 되겠네 나도 하부이라 할테니까 해도 끝끝내 엄마라고 고집하면서 두 마디 세 마디가 멀다고 엄마 엄마 맘마 먹어야지 물으면..

멍멍이 노래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