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3

石爺爺(돌하르방)

半賓 〈石爺爺〉 石爺爺者,即當地人謂「豆爾哈如幫」之石像,濟州島之名物也。稍有空餘之地,或裝飾之需要,人人依之,大大小小之石爺爺,獻身服務。隨之遍立於全島。不懼風雨,不畏寒暑,似象徵島民不屈不撓之志矣。 但略加思索,可知石爺爺之無所不在,含深一層之意。觀其貌,不難知其實為陽具之表徵,所帶之美感觸興原始情緒。余曰濟州島之所謂三多,集約於石爺爺也。三多者,風多、石多、女人多也。女人之所以多,小海島生存環境之苦難也,即風多也。女人易寡,因之於近海潛水謀生,所謂海女也。石多予之所依所歸。世界各地陽具表徵常為多子之祈願。濟州島石爺爺之多,頗不同也。風多,女人多,石爺爺不可少也。 반빈 "돌하르방" 돌할아버지라는 뜻의 "석야야(石爺爺)"는 제주도 사람들이 "돌하르방"이라고 부르는 석상으로 그 곳의 명물이다. 조금이라도 빈 땅, 남은 땅이 있거나, 꾸밀 필요가 있을 때 사람마..

에세이 2023.04.03

收百柿文(백 개의 감 거두기)

半賓 收百柿文 細雨中收穫柿子,喜悅大於柿籃。五六年前種於前院,去年始收,僅十五六果。今秋收進百餘,百柿也,百事皆是之謂也。樹頂數果未取,留與小鳥松鼠慢享,鄰居數家亦各得三四,所剩仍盈籃。 形色富詩意不亞於果肉之質感美味。雨中收柿知秋之將適,實遺憾也。以百事之是代之,感恩也。 반빈 백 개의 감 거두기 이슬비 속에서 감을 수확하니 기쁨이 감광주리보다 크다. 오륙 년 전 앞뜰에 심었고 작년에 처음 수확했는데, 열 대여섯 개 뿐이었다. 이번 가을에는 백여 개를 거두어들이니 백 개의 감(百柿)이다. 이는 백 가지의 일(百事)이 모두 잘 됨(是)을 이름이다. 나무 꼭대기 몇 개는 취하지 않고 남겨 새와 다람쥐가 천천히 즐기도록 한다. 이웃 몇 집에 각각 서너 개 나누어드리고도 광주리가 가득하다. 모습과 색에 시의 뜻이 풍부하여 과육의 질감과..

에세이 2020.11.19

어버지의 유훈

평일미사에서 늘 옆에 앉았던 노인 한 분이 돌아가셔서 장례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말은 별로 없지만 친절해 보이는 평범한 노인이었는데, 장례미사에서 여러 신부님의 말씀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신 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없는 노숙자에게 따듯한 식사를 제공하는 시민 단체를 만들고 지원한 것을 비롯해 참 많은 걸 베푸셨다고 합니다. 내 나이는 되어보인 아드님이 전해준 유훈은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Preach the Gospel all the time, and if necessary you may use words as well. 늘 복음을 선포해라. 필요하다면 언어를 사용해도 좋아. 복음 선포는 발로, 마음으로,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이렇게 분명히 말해주신 분은 이 노인이 처음입니다. 아드님에게 준 유..

에세이 2016.05.01

"일흔 일곱 번? 아니면 사백 구십 번?"

"일흔 일곱 번? 아니면 사백 구십 번?" "내게 죄를 지은 형제를 몇 번 용서해야 합니까? 일곱 번 하면 되겠습니까?" 이렇게 묻는 베드로와 그 정도로는 아주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예수님과의 대화를 기록한 마태오복음 18장은 자주 들어 친숙한 말씀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이 정확히 무엇이었고, 그걸 어떻게 읽어야하는지는 묵상할 숙제로 남는다. 우선 예수님의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지금 미국에서 사용하는 매일미사는 "not seven times but seventy-seven times"라고 적는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이란 뜻이다. 이 숫자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과 달라서 우리말 번역을 확인하니 두 가지 서로 다른 대답이 있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는..

에세이 2015.08.26

"죽어야 가는 하늘나라와 밀알"

"죽어야 가는 하늘나라와 밀알" 주일미사를 집전하던 신부가 어린이들을 제대 앞으로 불러모았다. 미국 성당의 주일미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말씀의 전례가 시작되면 신부는 제대 앞으로 모은 어린이들에게 오늘의 말씀을 통해 무얼 생각해 볼지를 몇 가지 제시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주일학교 선생들의 인솔로 잠시 그 자리를 떠나 성찬의 예절에 돌아올 때까지 따로 말씀의 전례를 진행한다. 미사를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그날의 말씀에 대해서는 어린이들의 언어로 생각해보라는 배려인 것이다. 신부가 어린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중에 누가 하늘나라에 가고 싶으니?" 어린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까치발로 서서 손을 흔들어대며 대답했다.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도 갈래요." 신부가 다시 입을..

에세이 2015.03.29

〈무릎꿇고〉 경배한다는 말

"〈무릎꿇고〉 경배한다는 말" 아기예수가 태어난 환경을 재현한 마굿간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계절이다. 말구유에 누운 아기예수와 어머니 마리아, 아버지 요셉이 있고, 말과 당나귀, 양 같은 동물 몇 마리, 목동이 두엇 있는 게 보통이다. 주의 공현축일이 되면 동방박사 세 분이 또 마굿간에 도착한다. 목동과 동방박사들은 대부분 무릎을 꿇고 있거나 허리를 깊이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세상에 오신 아기예수를 경배하는 그런 모습은 성탄절에 흔히 보이는 모티프의 하나다. 눈에 뜨일 뿐 아니라 또 자주 들린다. 귀에 익은 크리스마스 캐롤의 하나인 "오오, 성스러운 이 밤(O Holy Night)"의 후렴은 이렇게 노래한다. 무릎을 꿇지어다. 천사의 목소리를 들을지어다. 오오 거룩한 이 밤,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에세이 2015.01.01

Thanksgiving 2014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20 파운드짜리 칠면조와 10 파운드짜리 햄을 포함해 음식을 준비하고 가족과 친구, 학생들을 초대했습니다. 저녁식사에 앞서 다음과 같은 감사기도를 했습니다. In this season of Thanksgiving, a Chinese phrase comes to mind: "For every bowl of rice and porridge, we must keep in mind that they do not come easy; for every thread and twine of cloth, we shall remember the endeavor that creates the power of things. 壹粥壹飯,當思來處不易;半絲半縷,恆念物力維艱。" Our thoughts should ..

에세이 2014.11.29

추수감사절 준비

추수감사절 준비 어쩌다 보니 와서 살게 된 미국땅, 이역만리에 생각치 않게 또아리를 튼지 벌써 30년도 훌쩍 넘어버린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회 속에서의 생활이 과식한 후 속 거북한 느낌으로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늦가을 겨울의 문턱에 찾아오는 추수감사절만은 늘 깊은 감동으로 맞이합니다. 명절의 뜻도 뜻이지만,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내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때라 그런 듯합니다. 몇 년 전에는 추수감사절 아침부터 내가 감사할 일, 고마워 해야할 사람들을 적어보기도 했습니다. 아침부터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다 보니 점심 때를 지나서도 아직 쓸 게 남아있었습니다. 감사할 일이 참 많은 과분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음을 확인했지요. 올해는 세상 구석구석..

에세이 2014.11.24

유현석 변호사 10주기 추모미사 가족인사

어제(2014.5.26) 혜화동성당에서 아버지 10주기 추모미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가족인사를 했습니다. "유현석 변호사 10주기 추모미사 가족인사" 안녕하세요. 유현석 변호사의 둘째아들입니다. 오늘 드릴 말씀을 이렇게 써가지고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판이 군사법정에서 열리게 된 게 참 다행이라는 그 유명한 모두발언, 법관의 자격조건으로 지식, 양심, 특히 용기가 중요한데, 용기하면 군인 아니냐, 용기를 생명으로 하는 군인이 재판장이시니, 용기를 내어 잘 심판해주실 게 아니냐, 그래서 이 재판을 군사법정에서 하는 게 참 다행이라고 하셨다는, 이미 전설이 된 그 법정발언도 원고없이 조그만 메모지 한 장에 의지해서 하셨다는데, 저는 짤막한 이 가족인사를 원고에 의지해..

에세이 201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