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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늦은 봄 마음에 품은 생각을 씁니다"

竹西朴氏 暮春書懷 雲盡終南過雨晴,一天春氣滿東城。 殘紅小塢斜陽影,嫩綠深園數鳥聲。 有酒當消今日事,看書還惹古人情, 未知詩苦還多小,吟到西牕細月生。 (還字重) (首句「過兩」據手抄本改「過雨」。) 죽서 박씨 "늦은 봄 마음에 품은 생각을 씁니다" 구름 걷힌 종남산 비도 그쳐 맑으니 하늘 가득한 봄기운 동쪽 성을 채웁니다 붉은 꽃 스러져가는 작은 구석에 기우는 해 그림자 드리우고 녹색 잎 여린 깊은 뜨락에는 새 몇 마리 소리 술이 있으니 당연히 오늘 일은 잊어지겠지만 글을 보니 여전히 옛사람의 사랑이 떠오릅니다 시 짓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도 몰라 서쪽 창가에 초승달 뜰 때까지 읊조립니다 (반빈 역) Bak Jukseo "Writing Thoughts in My Heart in Late Spring" Cloud..

죽서 박씨, "스승님께 올립니다"

竹西朴氏 呈丈席 吟到書樓下,先生尚未歸。 庭花閒自落,簷鷰語還飛。 午景猶垂箔,春風時動扉。 待君塵榻在,散帙亦依依。 죽서 박씨 "스승님께 올립니다" 읊조리며 공부방 아래까지 왔지만 선생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네요 뜨락의 꽃 저절로 떨어지고; 처마끝 제비 짖으며 날아옵니다 한낮 햇빛 마치 대나무 발처럼 내려 쬐고 봄 바람 때때로 사립문을 흔듭니다 선생님 기다리는 먼지 앉은 평상은 그대로인데 서책 몇 권이 아쉬운 듯 흩어져 있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resented to the Master" Chanting along, I arrived at the study room, Only to find, you haven't returned. Flowers in the courtyard fall by t..

"장애물에 담긴 기회 (2)"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10) "장애물에 담긴 기회 (2)" 중국 고전시 중, 절구의 경우, 칠언절구는 28자, 오언절구는 20자뿐이라는 심각한 공간의 제한이 시적 표현의 장애물로 작용하기 쉽지만, 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시의 맛이 오래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찾아낸 방법은 형식적 조건이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시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정형시의 전통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시인이 스스로 자신의 표현 수단이나 공간을 제한하는 장애를 설정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극복하여 오랫동안 여운이 남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목월시인의 〈불국사(佛國寺)〉가 오래오래 붙들고 놀아볼 좋은 예라고 생..

죽서 박씨, "유양에게"

竹西朴氏 寄柳娘 林下風標縱未看,書來惟喜得平安。 蘭生深谷香有馥,月在澄潭影更寒。 只喜芳姿今不改,欲求令德古應難。 如吾懶散常多病,却愧相思意萬端。 (喜字重) 죽서 박씨 "유양에게" 수풀 아래 아리따운 모습 뵌 일은 없지만 서찰로 평안하다는 소식 들으니 기쁠 뿐입니다 난초는 깊은 계곡에서 피어나 짙은 향기를 머금고; 달은 맑은 호수에 비쳐 모습이 더욱 싸늘합니다 꽃다운 자태만 좋아하는 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훌륭한 덕을 구하려는 것은 예로부터 어려웠지요 나 같은 사람은 게으르고 흐트러져 늘 병을 달고 살지요 서로 생각하는 것도 부끄러워 생각이 만 갈래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Sent to Ms. Yu" The gracious figure by the forest I've never had a ..

죽서 박씨, "늦은 봄 하릴없이 또 읊조립니다"

竹西朴氏 又(暮春謾咏) 焚香盤膝坐蒲團,卷裏光陰意自安。 鶯聲乍斷日將暮,花氣初晴春已殘。 輕衫欲試東風㬉,薄酒猶宜小雨寒。 把筆闌頭間寫字,謾成長句待誰看。 죽서 박씨 "늦은 봄 하릴없이 또 읊조립니다" 향 피우고 가부좌 틀고 방석에 앉아 책 속에서 보내는 세월에 마음 편안합니다 꾀꼬리 소리 문득 끊기면 해가 곧 저물고 꽃 향기 비로소 흩어지면 봄은 이미 스러졌지요 봄 바람 따스하면 얇은 적삼 입어보고 싶고 이슬비 차가우면 멀건 술이 마침맞지요 붓을 들어 난간 끝에서 간간이 글을 쓰지만 하릴없이 긴 시를 쓴다 해도 누가 보아주기를 기다립니까 (반빈 역) Bak Jukseo "Chanting Idly Again in Late Spring" Incense lit, sitting cross-legged On a rush ..

"주선(酒仙)의 경지"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9) "주선(酒仙)의 경지" 글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원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쉬어가는 셈 치고 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선 북송 때의 시인 소식(蘇軾, 1037-1101)의 작품을 하나 읽지요. 이 시인은 우리에게는 소동파(蘇東坡)라는 호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소개할 이 작품은 큰 범주로 보면 요즈음의 말로 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시(詩)가 아니라 사(詞)입니다. 사(詞)라는 형식의 문학은 장단구(長短句)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긴 구절과 짧은 구절이 섞여있는 형식입니다. 한 구절의 길이가 모두 다섯 음절로 되거나 일곱 음절로 된 시(詩)와 달리 길고 짧은 구절이 섞여 있으니 언뜻 보면 요즈음의 자유시와 비슷하다는..

죽서 박씨, "늦은 봄 하릴없이 읊조립니다"

竹西朴氏 暮春謾咏 細雨殘春惜落紅,子規啼歇一園空。 燈前短筆酬明月,醉後清歌和晚風。 偏覺清閒無事處,劇憐衰謝不知中。 人情日日浮雲變,只有青山萬古同。 (清字重) 죽서 박씨 "늦은 봄 하릴없이 읊조립니다" 스러져가는 봄 위로 부슬비 내려 떨어지는 붉은 꽃잎을 아쉬워 하고 두견새 울음 그치니 뜰 전체가 텅 빈 듯합니다 등불 앞에서 서툰 글 솜씨로 밝은 달과 이야기하고 취한 후 맑은 노래로 저녁 바람에 화답합니다 별일 없는 곳에서 문득 한적함을 느끼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 갑자기 스러져 감을 불쌍히 여깁니다 사람의 정은 매일매일 떠도는 구름처럼 변하니 오로지 푸른 산이 오랜 옛날부터 그대로 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Chanting Idly in Late Spring" In a drizzling rain ..

죽서 박씨, "고향을 생각합니다"

竹西朴氏 思故鄉 悵望鄉園日出東,山重水復夢難通。 樓頭杳杳高雲白,簾角迢迢落照紅。 暗淚枕邊和細雨,悲歌天末寄長風。 吹葱騎竹渾如昨,回憶翻成十載空。 (〈細雨〉敬修堂本作〈細兩〉,據手抄本改之。) (第七句〈吹葱〉指用葱葉吹出音調之兒戲。劉克莊〈九月初十日值宿玉堂七絕〉有「幼吹蔥葉還堪聽,老畫葫蘆卻未工」句。) 죽서 박씨 "고향을 생각합니다" 쓸쓸히 고향 뜰을 바라보니 해 뜨는 동쪽 겹겹 산 구비구비 물길 꿈속에서도 넘고 건너기 어렵습니다 누각 위에서는 높이 뜬 흰 구름처럼 아련하고 발 내린 방구석에서는 떨어지는 붉은 해처럼 아득합니다 베갯머리에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로 이슬비에 화답하고 하늘 끝에서 슬프게 부르는 노래 멀리 부는 바람에 부칩니다 파 피리 불고 죽마 타던 날 바로 엊그제 같은데 돌이켜 이리저리 기억하니 십 년 세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