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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고 놀아요"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2) "시하고 놀아요" 제목이 조금 엉뚱한가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제목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이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시지요. "시하고"는 "시와 함께"라는 뜻, 즉, 여기서 "하고"는 무슨 일을 함께하는 동반자를 나타내는 조사로 쓰였습니다. 어법 술어로 말하자면 부사격 조사입니다. 그러나 "시하고"는 또한 "시를 하고," 또는 "시를 하면서"라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고"는 원형이 "하다"인 동사로 들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말에 등록된 어휘는 아닐 수 있지만 어쩌면 "시하다"를 "시를 하다"라는 동사로 읽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생각에 대해 내가 지적재산권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뉴..

죽서 박씨, "고향을 생각합니다"

竹西朴氏 思故鄉 一望鄉山隔九河,年年怊悵是秋過。 月窓梧影看來瘦,露砌蟲聲聽似歌。 倘使筆頭能畫淚,分明紙面已生波。 此身此恨相隨在,無計推排奈若何。 죽서 박씨 "고향을 생각합니다" 줄곧 고향의 산을 바라보지만 아홉 줄기 강 건너 한 해 또 한 해 애통했지만 이 가을도 지나갑니다 달빛 어린 창 오동나무 그림자 마른 가지 만 보이고 이슬 맺힌 계단 풀 벌레 소리 노래소리로 들립니다 혹시 붓으로 눈물을 그릴 수 있다면 분명 종이 위에서 이미 파도가 일렁이겠지요 이 몸과 이 한스러움 같이 따라다니는데 밀쳐낼 방법이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반빈 역) Bak Jukseo "I Think of Home" I look toward the mountains at home Finding them separated by t..

죽서 박씨, "스승님 시의 운을 따라 화답합니다"

竹西朴氏 和丈席韻 蟲聲如織月如彎,萬戶清砧不暫閒。 病葉隨風螢共落,敗荷臨水鴈初還。 莫言失志三場上,應見留名一代間。 談笑渾忘夜將半,霜鍾忽已到林關。 죽서 박씨 "스승님 시의 운을 따라 화답합니다" 풀벌레 소리는 길쌈 소리 초승달은 당긴 활시위 온 마을 집집마다 다듬잇돌 맑은 소리 잠시도 쉴 새가 없습니다 마른 나뭇잎 바람 따라 날리고 반딧불도 함께 떨어집니다 시든 연 잎 물위로 떨어지니 기러기가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뜻을 얻지 못한 세 번의 과거시험을 말씀하지 마시지요 이름을 남기시는 한 시대를 보셔야 합니다 담소하다 보니 어느덧 밤 깊어가는 것을 잊었고 서리 내린 종 소리 문득 숲 가에 다다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Echoing the Rhyme of Master's Poem" Insects ch..

"시는 무엇이고 어떻게 읽나요?"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1) "시는 무엇이고 어떻게 읽나요?" 시를 읽는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써서 올려보라는 학장님의 분부에 가까운 권유에 못이기는 척하고 글을 써 올리기로 했습니다. 학장님은 편박사님 음악이야기를 배워 매일 하나씩 올리라고 하셨지만, 일주일에 하나 정도가 좋을 것 같아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정도의 제목으로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서양음악사를 꿰뚫고 계신 듯한 편박사님처럼 아는 게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에 산다는 이유로 백수 자격이 무한정 보류된 처지라 매일 글을 하나 더 쓴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시를 공부하며 살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엉뚱하게 들어선 길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동시 몇 수 잘 썼다고 상도 받고 칭찬도 들은 후 그 의미..

죽서 박씨, "절구 한 수"

竹西朴氏 絕句 蕭蕭落木已秋深,獨掩柴扉夜色沉。 若使相思能有藥,定無人更惜千金。 죽서 박씨 "절구 한 수"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에 이미 가을은 깊었고 사립문 홀로 닫아 거는데 밤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혹시 그리움이 약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천금이라도 아쉬워할 사람은 분명 없을 겁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Quatrain" Falling leaves sough Through the already deep autumn. As I bolt alone the brushwood gate The night falls heavy. If a longing can be made Treatable with medicine, No one, for sure, would Grudge even a thousan..

죽서 박씨, "가을 날 마음을 풀어 씁니다"

竹西朴氏 秋日書懷 西風林影動黃昏,搖落天高遠鴈聞。 籬菊留香還悵惘,書燈照影更慇懃。 誰知孤夢尋常往,願使離愁一半分。 何事秋宵偏我苦,恁漫漫地摠思君。 (影字重) 죽서 박씨 "가을 날 마음을 풀어 씁니다" 하늬바람 속 숲 그림자 지는 해에 흔들리고 마른 잎 떨어지는 높은 하늘엔 저멀리 기러기 소리 울타리 국화가 남긴 향기 속절없이 떠돌고 책에 비친 등불 그림자 더욱 애절합니다 외로운 꿈 늘 떠나감을 누가 알아 헤어지는 슬픔 반으로 나뉘기를 간절히 원할까요 어찌해 가을 밤은 나만을 괴롭히나요 끝없이 밀려오는 당신 생각 때문 뿐이겠지요 (반빈 역) Bak Jukseo "Writing Harbored in the Bosom on an Autumn Day" In the westerly wind, the shadows of ..

죽서 박씨, "병중에"

竹西朴氏 病中 淹病伊來一笑稀,夢魂長是暗中歸。 此身若使因成鳥,不暫相離到處飛。 죽서 박씨 "병중에" 지루하게 계속되는 병고에 한 번 웃음도 드물어지고 꿈결에 떠나는 영혼은 늘 어둠 속에서나 돌아옵니다 이로 인해 이 몸이 새가 될 수 있다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여기로 저기로 날아다니겠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n Illness" In a long, loathsome illness Even a short smile has gotten scarce. My soul departs in dream And returns only in darkness. If, through all these, this body Could become a bird, Without even a moment of se..

죽서 박씨, "마음에 품습니다"

竹西朴氏 有懷 解道懷人自古難,誰知此日我腸乾。 燈前應惱三分夢,衾裏那堪一半寒。 空費心情身欲瘦,強裁書字意難寬。 并刀若得強愁割,何必尋醫問大丸。 (難、強二字重。) (并刀,山西并州特產之剪刀,極為鋒利。杜甫〈戲題王宰畫山水圖歌〉:「焉得并州快剪刀,剪取吳淞半江水。」亦有陸游〈對酒詩〉:「閑愁剪不斷,剩欲借并刀。」) 죽서 박씨 "마음에 품습니다" 마음에 품은 사람을 노래하는 건 어렵다고 옛부터 일컬었지만 오늘 바싹 타 들어오는 내 속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세 갈래로 나뉘는 꿈 등불 앞에서 고뇌하고 반쪽인 신세로 겪는 싸늘함 이불 속에서 어찌 참아 내나요 하릴없이 마음을 쓰니 몸이 더 말라가고 억지로 글을 써 보아도 마음 편하기 어렵습니다 잘 드는 가위로 이 고질적인 근심을 베어낼 수 있다면 왜 꼭 의사를 찾아 환약 처방을 구하겠..

죽서 박씨, "즉흥시"

竹西朴氏 即事 驀地相思驚起坐,傍人猜問意還慙。 不言誰會心中事,一炷殘燈定有諳。 죽서 박씨 "즉흥시" 갑자기 그리워져 놀라 일어나 앉습니다 옆 사람이 의아해 물으니 그제야 부끄럽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누가 마음 속을 알 수 있을까마는 다 타고 남았던 마지막 등불이 반드시 알아 기억하겠지요 (반빈 역) Bak Jukseo "An Impromptu Song" An abrupt surge of longing Startles me to sit up. People around wonder and ask why, Making me feel embarrassed. I remain wordless, and who could understand What is in my heart, But the flickering lamp..

죽서 박씨, "새벽 기러기"

竹西朴氏 早鴈 一聲哀叫五更初,碧落雲開萬里餘。 塞北誰催前夜發,江南又向去年居。 鳴將傳信微霜至,飛不成行數字踈。 來去一天隨氣候,炎涼世路較何如。 (一字重,末句末二字,警修堂本作〈如何〉,作〈何如〉方能入韻。) 죽서 박씨 "새벽 기러기" 한 마디 애처로운 소리에 새벽 동이 트고 구름 걷히면서 푸른 하늘이 만 리 멀리까지 내립니다 변방 북쪽에선 누가 서둘렀길래 지난 밤 떠났고 강 남쪽으로 다시 지난 해 머문 그 자리를 향하나요 울어 전하는 소식에 무서리 내릴 것이고 날지만 줄을 이루지 못하니 만드는 글자 띄엄띄엄 합니다 한 하늘 길, 오고 다시 감은 오직 기후를 따르니 뜨거웠다 찼다 하는 세상 길과 견주어 보면 어떨까요 (반빈 역) Bak Jukseo "Early Geese" The sound of melanchol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