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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청석령에서 이직내와 함께 바위 벽에 씁니다"

金正喜 〈青石嶺與李直內題石壁〉 屐底白雲起, 嶺平身更高。 蹄愁緘欲脫, 輪感析為勞。 路訝東西阻, 人翻上下遭。 及時沾渴肺, 寺茗勝村醪。 김정희 "청석령에서 이직내와 함께 바위 벽에 씁니다" 나막신 아래에서 흰 구름이 일고 고갯마루가 평평해지면서 우리 몸이 우뚝 섭니다 말 발굽에서 편자가 떨어질까 근심하고 수레 바퀴는 너무 힘을 써 부러질 듯합니다 길은 동쪽 서쪽이 막힌 건 아닌지 의심되고 사람들은 위에서 아래에서 다시 만나는 듯 굴러 다닙니다 마침 맞게 한 모금 목을 축이기에는 절집 차 한 잔이 시골 막걸리보다 낫네요 (반빈 역) Kim Chong-hui "Inscribed on a Cliff at Blue Rock Ridges with Palace Attendant Yi" White clouds rise f..

'정원 가득 꽃향기' 곡에 붙여

半賓 〈滿庭芳:戲和大春,並補寄新攝玫瑰影數葉〉 不讓和詩? 嫌看黑白? 為何挑選三江? 許多煩惱, 壓不穩無雙。 故實來源亦僻, 迫愚弟、守住芸窗。 還藏置, 入聲暗韻, 似勸我求降。 誠悾, 詩興發, 心裁卒卒, 情調幢幢。 漫、回想當年, 學拙言哤。 幸得仁兄鼓勵, 夜又夜、守住銀釭。 方今攝, 玫瑰數葉, 再寄硯池旁。 注:上片第三句〈三江〉指詩韻上平三江韻部。 (壬寅重陽前日) 반빈 "'정원 가득 꽃향기' 곡에 붙여 —장난스럽게 대춘에게 화답하며 새로 찍은 장미 사진 몇 장을 함께 더 보냅니다" 화답하는 시를 쓰지 말라는 건가요 흑백사진이 보기 싫증이 나셨나요 무슨 이유로 세번째 시운 "강"을 고르셨지요 번뇌가 아주 많았습니다 운 맞추기가 흔들리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용하신 전고도 궁벽한 곳에서 찾으셨어요 이 어리석은 아우를 공부..

시선(詩選) 2022.10.05

죽서 박씨, "되는 대로 읊조립니다"

(이 짧은 칠언절구가 《죽서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작품입니다. 시집 166 수의 영역과 우리말 번역을 일단 마무리한 셈입니다. 그 동안 보잘 것 없는 번역을 읽어 주시고 의견을 보내주신 분들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부터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竹西朴氏 〈謾吟〉 明月如期小院東,人聲初靜九街中。 欄頭佇立還怊悵,詩轉難成意不窮。 죽서 박씨 "되는 대로 읊조립니다" 밝은 달이 기약했던 대로 작은 뜰 동쪽에 걸렸고 큰길의 사람들 소리 이제 조용해졌습니다 난간에 우두커니 섰는데 여전히 서글픈 것은 시는 마무리하기 어려워지고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Random Chant" The bright moon, as expected, Hangs on the east of t..

"'이름몰라요' 새"

半賓 〈名不知鳥〉 眾鳥適名名不知, 稱呼態貌總相離。 深林僅許聽啾唧, 圖鑑謀求集默姿。 泥滑提葫青竹筍, 自鳴其實說人思。 歐公喜學綿蠻舌, 無措可憎讒口辭。 (壬寅秋分後二日) 반빈 "'이름몰라요' 새" 많은 새들은 이름을 '이름몰라요'라 하면 적당하겠습니다 호칭과 모습이 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깊은 숲은 오로지 짹짹 새 소리를 듣는 것만 허락하고 조류도감은 궁리해서 소리는 없이 모습만 모으려 합니다 '미끄러미끄러'나 '술병들고와' '죽순파래'라는 새들이 제 자신을 부른다 하지만 사실은 듣는 사람의 생각을 말합니다 구양수어르신이 즐겨 배운 건 제멋대로 떠드는 새들 소리였습니다 가증스럽게 남을 헐뜯어 하는 말이 없으니까요 (임인년 추분 이틀 후) 주: 다섯째 행은 고대 중국어에서 지저귀는 소리가 그대로 이름이..

시선(詩選) 2022.10.03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어쩌다 지은 시"

竹西朴氏 〈縣齋偶題〉 世機忘却自閒身,匹馬西來再見春。 東閣梅花今又發,清香不染一纖塵。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어쩌다 지은 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잊으니 내 몸이 그냥 한가해집니다 한 필 말을 타고 서쪽으로 와 두 번째 봄을 맞이합니다 동쪽 누각의 매화가 이제 또 피는데 맑은 향기에 티끌 하나도 묻지 않았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Written by Chance in the Study at Prefecture Office" I become oblivious of worldly affairs, And my body is leisurely by itself. Having come westward on a single horse I see the season of spring the second..

"무나재가 신축년 7월12일에 지은 시에 화답합니다"

半賓 〈和無那齋辛丑七月十二日作〉 瘟神怪話繼晨昏, 寧問蟾蜍友俱存。 清濁不分沽一斗, 百篇詩出慰驚魂。 반빈 "무나재가 신축년 7월12일에 지은 시에 화답합니다" 역병악귀 고약한 소리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집니다 밝은 달 속 두꺼비에게라도 친구들 안부를 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맑다 탁하다 따지지 말고 술 한 말 받아다 마시면서 시 백 편을 써 내시면 놀란 마음을 달랠 수 있을 텐데요 H. Rhew "Echoing a poem composed in No-Alternative Studio on 12 July 2021" The snarly sounds of devilish pestilence Continue from dawn to dusk. I wish I could ask the toad in the moon..

시선(詩選) 2022.10.01

죽서 박씨, "느낀 바 있어서"

竹西朴氏 〈有感〉 幾許敲椎一字詩,文章勞力自今知。 會心政遇磨針處,勤業須從鑿壁時。 萬卷藏來胷界闊,三江倒處筆端奇。 空虛愧我無精藝,到此方嗟悔恨遲。 注:頷聯用事二則成對仗。起句用李白遇老媼〈鐵杵磨針〉之傳說。事載於南宋祝穆《方輿勝覽》、晚明曹學佺《蜀中名勝記》等。對句用漢匡衡〈鑿壁偷光〉事。匡衡勤學而無燭,穿壁引鄰舍之光,以書映光而讀書之事,見《西京雜記》。 죽서 박씨 "느낀 바 있어서" 몇 번이나 한 글자 한 글자 두드리고 다듬으며 시를 지었나요 그런데 이제야 글쓰기에는 공을 들여야 함을 알겠습니다 마음으로 깨우치면 바로 쇠를 갈아 바늘 만들 곳을 만나고; 열심히 공부하려면 반드시 벽에 구멍을 낸 때를 따릅니다 만 권의 책을 소장하면 마음의 폭이 넓어지고 세 강 물길 휘돌아 흐르는 듯 붓끝의 움직임이 기묘합니다 세련된 예술의 경지에..

"'왕손을 기억함'에 노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半賓 憶王孫 --和大春 銀釭對影亦三人, 獨酌花間思亦真。 賓主同歡共洗塵。 記酬神, 落座先呼酒一巡。 (庚子大雪後數日) 반빈 "'왕손을 기억함'에 노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은등잔을 부르고 그림자를 마주해도 세 사람은 되지요 꽃밭에서 홀로 술을 따르니 생각이 진실합니다 손님과 주인이 함께 즐거워하며 쌓인 먼지를 털어냅시다 감사기도도 잊지 말아야지요 자리에 앉으면 바로 첫 순배를 청해 술잔을 듭시다 (경자년 대설 며칠 후) H. Rhew "Echoing Dachun by Chanting a Song to the Tune of Yiwangsun, 'Remembering a Royal Offspring'" A party of three can be made Just by calling the silver l..

시선(詩選) 2022.09.29

죽서 박씨, "당신께 올립니다"

竹西朴氏 寄呈 黃梅雨後綠槐風,月落西牕曙色空。 低首含情封錦字,停盃無語望青穹。 百聞一見何曾比,萬度千思未易通。 逆旅浮生猶努力,如君當作黑頭公。 (首句雨字,警修堂本作兩。疑誤。) 注:三句〈錦字〉,錦字書也,刺繡於錦之書札也,後為妻子寄呈丈夫之書之通稱。末句〈黑頭公〉謂二毛前任高位也。語出自《晉書》〈諸葛恢傳〉。 죽서 박씨 "당신께 올립니다" 매실 익는 계절 비가 지나고 푸른 회화나무에 바람이 불면서 달 떨어진 서쪽 창가가 새벽 빛으로 텅 비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사랑을 담아 비단 편지를 마무리하고 술잔을 멈춘 채 말 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백 번 듣는 소식과 한 번 뵙는 만남을 어찌 비교할 수 있나요 만 번 궁리하고 천 번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객사에 잠시 머무는 떠돌이 삶이라도 노력을 해야겠지요 당신은 젊은..

"반생을 되돌아 봅니다"

半賓 〈回顧半生〉 風霜異域守寒窗, 蝌蚪丁頭或迫降。 松鼠飛翔沉水漩, 金魚躍起出魚缸。 牙牙番言思留內, 啁哳詩文懣滿腔。 僥倖知音逢一二, 我心偶爾跳逄逄。 (壬寅秋分) 반빈 "반생을 되돌아 봅니다" 바람 속 서리 아래 낯선 땅에서 차디찬 창문을 지키며 공부했지요 올챙이나 쐐기를 닮은 문자가 때로 손을 들라고 압박도 했습니다 다람쥐가 날아오르다 소용돌이 치는 물속에 빠지고 금붕어는 뛰어오르다 어항 밖으로 떨어집니다 남의 나라 말이 서툴러 생각이 안에 남았고 시와 글이 보잘것없어 번민으로 가슴이 가득했습니다 다행이 이해해 주는 친구를 하나 둘 만나기에 내 마음 어쩌다가 두근두근 뛰기도 합니다 (임인년 추분에) H. Rhew "Looking Back the Latter Half of My Life" In the win..

시선(詩選)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