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시집(竹西詩集) 166

죽서 박씨, "막내아우님께 드려 급제하심을 축하합니다"

竹西朴氏 奉呈賀季氏及第 千枝萬葉荊花樹,朝日曲江影更清。 鵬路摶飛四海動,龍門踴躍一家榮。 歡心應倍瞻依地,慶事還添孤露情。 願繼肅公同貴壽,螽斯詵詵歲俱亨。 注: 第一句:荊花樹,亦稱紫荊,指兄弟。梁朝吳均《續齊諧集》傳如下故事一則:田真兄弟三人析產,堂前有紫荊樹一株,議破為三,荊忽枯死。真謂諸弟:「樹本同株,聞將分破,所以憔悴,是人不如木也。」因悲不自勝,兄弟相感,不復分產,樹亦復榮。」 第二句用杜甫〈曲江〉:「朝回日日典春衣,每日江頭盡醉歸。」 第五、第八句各用《詩經》句。第五句用《小雅》〈小弁〉「靡瞻匪父、靡依匪母。」句。第八句用《國風 · 周南》〈螽斯〉「螽斯羽,詵詵兮,宜爾子孫,振振兮。」句。第七句之肅公不知為何許人。似乎是祖先中功名顯著者。 죽서 박씨 "막내아우님께 드려 급제하심을 축하합니다" 박태기나무 가지 천 개, 이파리 만 장 궁궐 일 마친 후 구비구..

죽서 박씨, "눈 앞의 일을 적습니다"

竹西朴氏 即事 紗牕寂寞柳絲絲,情緒相關細雨時。 詩就丁簾誰共和,酒深丙舍自為怡。 雲來雲去山容改,春到春歸物色移。 往跡茫茫渾未記,明朝有事更誰知。 죽서 박씨 "눈 앞의 일을 적습니다" 비단 창문 안에는 외로움 하늘하늘 버드나무 가지 기분에 따라 가는 비 내리는 지금 반쯤 말아 올린 발까지만 내 시가 다다르니 그 누가 화답을 하겠습니까 삼류 거처에서 술에 깊이 빠져 들며 스스로 그것을 즐거움으로 압니다 구름이 오다 가면서 산의 모습을 바꾸고 봄이 도착하다 떠나면서 만물의 색이 움직입니다. 지난 날의 흔적이 멀고 흐릿해 아무도 기억을 하지 못하니 내일 아침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누가 알겠습니까 (반빈 역) Bak Jukseo "Spontaneously Jotting" In the satin window is lone..

죽서 박씨, "한가히 지내며"

竹西朴氏 閒居 林間黃鳥囀清歌,樓外蒼嵐掛碧羅。 細雨未妨睡餘聽,殘春偏惜病中過。 酒因溫克難為斷,詩到精工不欲多。 日落高城飛鳥盡,青山猶自獨嵯峨。 죽서 박씨 "한가히 지내며" 수풀 속 꾀꼬리 맑은 노래를 부르고 누각 밖에는 산 안개가 파란 비단처럼 걸렸습니다 가는 빗줄기는 잠 깨면서 듣기에 거추장스럽지 않고 스러져가는 봄은 병중에 지나치기에 더욱 애틋합니다 술은 따듯한 마음으로 견디니 끊어 내기 어렵고 시는 정성으로 다듬어야 이룰 수 있으니 많이 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해 떨어지면서 높은 성 위로 나는 새도 사라지니 푸른 산만 홀로 남아 우뚝 서 있는 듯합니다 (반빈 역) Bak Jukseo "Leisurely Living" Orioles in the woods Trill clear songs. Mountain mi..

죽서 박씨, "압운을 그대로 따라서"

竹西朴氏 次韻 鶯聲喚起病中心,獨掩柴門境轉深。 酒滴杯中芳草露,詩牽筆下綠楊陰。 如何未作雲邊鶴,可奈還為籠裏禽。 借問林間讀書士,百年聲價幾黃金。 (聲字重) 죽서 박씨 "압운을 그대로 따라서" 꾀꼬리 소리 병중인 나의 마음을 불러 깨워 홀로 사립문을 닫아거니 심경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잔 속으로 따르는 술은 향긋한 풀에 맺힌 이슬 붓 끝에 끌려 나오는 시는 푸른 버드나무 그늘 구름 가장자리의 학이 되지 못하니 어찌 하고 새장 속의 새로 되돌아 오니 참을 수 있나요 수풀 속에서 책을 읽는 선비께 묻습니다 백 년을 그렇게 읽으시면 그 명성이 황금 몇 냥어치라도 될까요 (반빈 역) Bak Jukseo "Following a Rhyming Scheme" Oriole's songs wake up My heart in the ..

죽서 박씨, "우연히 짓습니다"

竹西朴氏 偶題 陌頭垂柳罨青山,半壁蒼然石丈顏。 薄酒香餘花落後,新詩情澁月明間。 從容臨水心俱凈,逈闊登樓意自閒。 春去猶應春又至,吾生一死竟誰還。 죽서 박씨 "우연히 짓습니다" 길 가 늘어진 버드나무 푸른 산을 에워싸고 하늘 반까지 솟은 창연한 바위 아저씨 얼굴 묽은 술 향기 꽃 떨어진 후에도 남았고 새로 지은 시의 느낌 달 밝았는데도 떨떠름합니다 차분히 물을 마주하니 마음이 모두 깨끗해지고 탁 트인 누각을 오르니 생각이 스스로 한가롭습니다 봄은 가더라도 분명 다시 돌아 오겠지만 내 이 삶 한 번 죽으면 누가 돌아올까요 (반빈 역) Bak Jukseo "Inscribing by Chance" Drooping willow trees by the road Screen the blue mountain. Standing ..

죽서 박씨, "마음 속 생각을 털어 놓습니다"

竹西朴氏 述懷 困人天氣晚春晴,睡起林窗夕照明。 雨外疎簾雙燕影,煙中細柳一鶯聲。 若教後世仍無跡,何患當今未有名。 萬斛官醪須盡醉,病懷還欲上高城。 죽서 박씨 "마음 속 생각을 털어 놓습니다" 사람을 피곤하게 하던 날씨가 늦봄이 되어서야 갰습니다 졸다 깨니 수풀 향한 창문으로 지는 해가 비칩니다 비 그친 후 성근 발 위에 제비 한 쌍의 그림자 안개 속 가는 버드나무 가지 사이 꾀꼬리 한 마리 소리 후세에 남길 흔적이 아직도 없다면 지금 알려진 이름이 없는 게 무슨 걱정일까요 관청 막걸리 만 말이 있으니 반드시 마음껏 취하겠어요 병이 된 그리움 때문에 또 높은 성벽을 오르고 싶겠지만 (반빈 역) Bak Jukseo "Stating Thoughts in My Heart" The weather that has been s..

죽서 박씨, "병 앓고 나서"

竹西朴氏 病後 病餘已度杏花天,心似搖搖不繫船。 無事只應同草木,幽居不是學神仙。 篋中短句誰相和,鏡裏癯容却自憐。 二十三年何所業,半消針線半詩篇。 죽서 박씨 "병 앓고 나서" 병이 지나니 이미 지나가 버린 살구꽃 피는 계절 흔들흔들 흔들거리는 마음이 묶지 않은 배 같습니다 해야 할 일도 없어 그냥 풀 나무와 함께 있을 뿐이니; 조용히 산다고 해서 신선을 배우는 건 아닙니다 상자 속에 짧은 시를 모으지만 누구와 함께 화답을 합니까 거울 안의 깡마른 얼굴을 보며 스스로를 가엽게 생각합니다 이 십 삼 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 보니 반은 바느질로 반은 시 쓰기로 써버렸네요 (반빈 역) Bak Jukseo "Recovering from Illness" Illness recedes, and I find that The ..

죽서 박씨, "당나라 사람들 시에서 집어 듭니다"

竹西朴氏 拈唐人詩 綠陰隨處可留人,自適還疑物外身。 啼鳥尋常遲白日,落花怊悵送青春。 風輕雲淡分詩境,几凈牕明絕世塵。 捲却緗簾仍坐久,滿園蝴蝶自相親。 죽서 박씨 "당나라 사람들 시에서 집어 듭니다" 가는 곳마다 푸른 그늘이 나를 붙들고 스스로 노니니 혹시 이 몸 물질세계 밖인 건 아닌지 묻게 됩니다 지저귀는 새는 길거나 짧거나 밝은 해를 붙잡고 떨어지는 꽃잎은 슬픈 듯 아픈 듯 파란 봄을 보냅니다 바람은 가볍고 구름은 엷어 시의 경지를 만들고 책상은 깨끗하고 창이 밝으니 세상 먼지가 끊겼습니다 짙은 노랑 비단 발 걷어 올리고 오래오래 그대로 앉아 있으니 뜰 가득 나비들 서로서로를 따라 다닙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icking Up from Poems of Tang People" Green shade..

죽서 박씨, "가슴 속 생각을 씁니다"

竹西朴氏 書懷 何事流光不暫留,塞鴻一一度江樓。 候虫切切黃花月,落葉蕭蕭白露秋。 病劇還疑吞惡石,心虛况似泛孤舟。 惟餘殘燭應相伴,佳節那堪憶故州。 죽서 박씨 "가슴 속 생각을 씁니다" 무슨 일로 빛처럼 흐르며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 건가요 멀리 변방에서 온 기러기 하나 또 하나 강가 누각을 넘어 갑니다 철 풀벌레 찌르르찌르르 우는 노란 국화 피는 달 이파리 우수수우수수 떨어지는 흰 이슬 맺히는 가을 병이 심해져 혹시 잘못 달인 약을 먹었는지 의심하고 마음이 허전해 마치 외로운 배를 타고 흔들리는 듯합니다 남은 건 스러지는 촛불 뿐이니 꼭 함께 지내야 하겠지요 좋은 명절에 어찌 차마 홀로 고향을 기억하나요 (반빈 역) Bak Jukseo "Writing Thoughts in My Heart" Why does it fl..

죽서 박씨, "서편 관아에서 홀로 지내며"

竹西朴氏 西衙獨居 春盡已驚黃鳥稀,離懷空復掩荊扉。 日哦幾處題松樹,舞鶴何年過羽衣。 欲忘愁懷仍自醉,怕傷心事未言歸。 杏花西畔曾相別,對此那堪乳鷰飛。 (自注:日哦,亭名。舞鶴,山名。俱在衙後。) (懷字重。) 죽서 박씨 "서편 관아에서 홀로 지내며" 봄이 이미 스러졌는지 카나리아가 드물어져 놀랍니다 이별의 기억 하릴없이 돌아올 것 같아 사립문을 닫습니다 "매일 읊는" 정자 에서는 몇 군데 소나무에 시를 지어 적고; "춤추는 학" 산에서는 어느 해 깃털 옷 입고 신선이 될까요 가슴 속 근심을 잊고 싶어서 여전히 스스로 취하고; 마음에 맺힌 일 아플까 두려워 돌아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살구꽃 서쪽 물가에서 헤어졌는데; 어린 제비 또 날아오르는 걸 어찌 견디어 볼 수 있을까요 원주: "매일 읊는 곳 日哦"은 정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