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시집(竹西詩集) 166

죽서 박씨, "달을 노래함"

〈咏月〉 一天雲捲望遙遙,霽月初升萬念消。 拂衣不落霜清冷,滿地如流水動搖。 班姬團扇心空折,杜老貂裘鬢易凋。 竟夜無眠生別恨,只緣相照不相邀。 "달을 노래함" 하루 종일 뭉게뭉게 피는 구름 멀리 멀리에서 바라보았는데 갠 하늘로 달이 막 떠오르니 만 가지 시름이 사라집니다 옷을 털어 보지만 서리같은 차디참은 떨어지지 않고 땅을 가득 채우고 흐르는 물같이 흔들립니다. 둥근 부채를 든 반접여 하염없이 마음이 꺾이고 담비 가죽을 입은 늙은 두보 귀밑머리가 비틀렸지요 살아서 이별한 아픔으로 밤새 잠 못 이루니 서로를 비출 뿐 오라고 서로 부르지 않네요 (반빈 역) "Singing of the Moon" All day long, the clouds rolled As I looked far out. The moon soars u..

죽서 박씨, "늦은 봄 품은 마음을 풀어 씁니다"

〈暮春書懷〉 落花天氣似新秋,夜靜銀河澹欲流。 卻恨此身不如鴈,年年不得到原州。 "늦은 봄 품은 마음을 풀어 씁니다" 꽃잎 떨어지는 지금 날씨가 꼭 초가을 같아요 조용한 밤 은하수 고요히 흐르고 싶은 듯합니다 그러나 이 몸 기러기만도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한 해 또 한 해가 가도 고향 원주에 가지 못했으니까요 (반빈 역) "Harbored in the Bosom in Late Spring" The weather as flowers fall Feels like early autumn. In quietude at night, the Milky Way Wants to flow peacefully. But I resent that this body Is not even comparable to geese, That I..

죽서 박씨 "열 살 때 지음"

죽서 박씨의 시집에는 맨앞에 열 살 때 지은 시를 실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쓴 시 답게 예쁜 시상이지만, 형식이나 음운을 정확하게 맞춘 가작입니다. 여기 소개하면서 우리말과 영어로 번역하여 함께 싣습니다. 〈十歲作〉 牕外彼啼鳥,何山宿便來。 應識山中事,杜鵑開未開。 "열 살 때 지음" 창 밖에서 지저귀는 저 새야 어느 산에서 자고 바로 오는 거니? 산속의 일을 잘 알지 진달래가 피었니, 아니면 아직? (반빈 역) "Composed at the Age of Ten" You the bird chirping by the window, Which mountain did you stay before coming here? You must know what goes on in the mountain. Are aza..

“죽서 박씨의 한시 다시 한 수 더”

朴竹西 遣懷 碧樹和煙鎖遠岑, 微風時拂倚窓琴。 一年花事酒中盡, 半日雨聲樓外深。 病久幾多違踐約, 詩成還欲待知音。 枕邊莫使來啼鳥, 驚罷西鄰夢裏尋。 죽서 박씨 "시름을 털어내며" 푸른 나무 안개와 어우러져 먼 산 언덕을 에워싸고 산들바람 때때로 창가에 기대어 둔 거문고를 스칩니다 술잔 속에서 한 해의 꽃 소식이 끝나고 누각 밖에는 반 나절 빗소리가 깊습니다 오래 계속된 병중에 지키지 못한 약속이 여럿이지만 시 한 수 다 되었다고 알아들어 줄 사람을 기다립니다 베개 옆으로 새가 와 지저귀지 않게 하세요 님을 찾는 꿈에서 놀라 깨면 어찌합니까 (반빈 역)

“죽서 박씨의 한시 또 한 수”

朴竹西(十九世紀前半) 冬夜 雪意虛明遠雁橫, 梅花初落夢逾淸。 北風竟夜茅簷外, 數樹寒篁作雨聲。 죽서 박씨 (19세기 전반) "겨울밤" 눈이 올 듯 텅 빈 하늘 저 멀리 기러기 줄지어 나르고 매화꽃 처음 떨어지던 꿈이 더욱 뚜렷합니다 북풍이 밤새 초가집 처마끝으로 불고 몇 그루 차디찬 대나무가 빗소리를 전합니다 (반빈 역)

죽서 박씨의 한시 한 수

介紹一位朝鮮時代的女詩人。朴竹西,1818年前後生,1850年前後沒。其正確生卒年不詳,或與其側室所生之身分有關。未受正式教育,但能詩。由死後刊行之〈竹西詩集〉傳一百數十首。 朴竹西(十九世紀前半) 述懷 不欲憶君自憶君, 問君何事每相分。 莫言靈鵲能傳喜, 幾度虛驚到夕曛。 조선시대의 여류시인 한 분을 소개합니다. 죽서 박씨는 1818년 전후에 태어나 1850년 전후해 타계했습니다. 정확한 생몰연대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혹시 소실의 딸로 태어난 신분과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시에 능했습니다. 죽은 후 간행된 〈죽서시집〉에 작품 백 수십 수가 전합니다. 죽서 박씨 (19세기 전반) "마음속을 풀어내지요" 님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저절로 님이 기억나 님께 묻습니다 무슨 연유로 매번 헤어져야 하나요 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