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시집(竹西詩集) 166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竹西朴氏 奉呈 浪驚幾度忽開牕,却恨林風巧學跫。 詩思難如超北海,年光流似決西江。 釀成秋雨雲千疊,話與愁人鷰一雙。 之子歸期問何日,浿洲久已繫蘭艭。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몇 차례나 하릴없이 놀라 문득 창문을 열고 보니 교묘하게 사람 발소리를 배운 수풀 속 바람이 밉습니다 시에 담을 생각은 북쪽 바다 뛰어넘는 것 만큼 어렵고 흐르는 세월은 서쪽 강 터진 물처럼 빠릅니다 가을 비를 빚는 것은 천 겹 구름; 근심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한 쌍 제비 나를 두고 떠난 님 돌아오실 날을 물으니 조그만 배 패수 언덕에 묶인 게 이미 오래 전이라고 합니다 (반빈 역) Bak Jukseo "Reverently Presented" Helplessly startled many times, I popped open the..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하며 다시 한 수 짓습니다"

竹西朴氏 又(送箕山丈席) 烟光冪地月痕浮,鴈度關城一段愁。 野鶴孤雲無定處,青山自在水長流。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하며 다시 한 수 짓습니다" 희미한 안개 땅을 덮어 달 그림자 두둥실 떠 있고 기러기 떼 변경의 성을 넘으니 또 다시 슬픔에 빠집니다 들 두루미와 외로운 구름은 정처 없지만 푸른 산 스스로 멀리로 흐르는 물 옆에 서있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Composed Again after Seeing off Master Gisan" Hazy fog blankets the land And traces of moonlight drift. Geese pass the walls at the border, Casting intense sorrows. Wild cranes and lone cl..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합니다"

竹西朴氏 送箕山丈席 幾番人事變歡悲,雨歇秋生動遠思。 詩成更欲題蕉葉,酒盡那堪贈柳枝。 孤帆渺渺江聲轉,匹馬蕭蕭野色遲。 眼斷雲山千萬疊,不堪回首讀書時。 (堪字重) (第二句兩字,據手抄本改雨。)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합니다" 사람의 일에서 몇 번이나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었나요 비가 그치고 가을이 시작되는데 멀리 가실 곳을 생각합니다 시 한 수를 짓고 나니 또 그걸 파초 잎에 쓰고 싶지만; 술이 떨어졌는데 어찌 차마 잘 가시라고 버들가지를 드리나요 돛단배 한 척 아스라하면 강물 소리만 출렁거리고; 말 한 필 히힝 우는 소리에 들 빛이 어둑어둑 해지겠지요 천 겹 만 겹 구름 낀 산이 제 눈길을 가로 막지만 그렇다고 차마 고개를 돌려 선생님과 공부하던 때를 추억할 수는 없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S..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다시 외로움을 달랩니다"

竹西朴氏 縣齋消寂,其二 世事茫茫意更遙,流光不住暮仍朝。 白日休言愁裏永,青春盡入夢中消。 遠目難窮雲萬里,芳心欲寄柳千條。 危樓獨立還怊悵,綠水淙潺麥浪搖。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다시 외로움을 달랩니다" 세상 일 아련히 끝이 없어 마음이 더욱 아득합니다 흐르는 세월 멈출 수 없으니 저녁이면 바로 아침이 옵니다 근심 속에 늘 붙들려 있다고 새하얀 대낮에 말하지 말아야지요; 꿈 속에서 날려 보내겠다고 푸른 봄날을 모두 끌고 들어가나요 멀리까지 보는 눈도 만 리 구름을 모두 볼 수 없지만; 향기로운 마음을 천 가지 버드나무에 담고 싶습니다 높은 누각에 홀로 서 있음이 여전히 서글프지만 푸른 물 졸졸 흐르고 보리 이삭 출렁댑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lacating Loneliness Again in t..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달랩니다"

竹西朴氏 縣齋消寂 金鈴不動吏無喧,擊壤時聞遠郭村。 樓影參差多碧樹,禽聲上下近黃昏。 鶴山風淡須扶病,浿水雲深欲斷魂。 錯把短詞求盡意,古人先我有高論。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달랩니다" 쇠방울도 울리지 않고 아전들 떠드는 소리도 없는데 땅 일구는 소리 때때로 먼 성곽마을에서 들려옵니다 들쭉날쭉 누각 그림자에 푸른 나무 우거졌고; 오르락내리락 새 소리로 황혼이 다가옵니다 학산의 바람 잔잔하니 병을 다스려야 하겠고 패수의 구름이 깊어 혼을 끊어내는 듯합니다 짧은 몇 마디에 마음을 모두 담으려는 건 잘못이라고 옛 사람들 나보다 먼저 훌륭히 논의를 했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lacating Loneliness in the Study at the Prefecture Office" The bell..

죽서 박씨, "같은 운을 다시 써서 초여름을 읊습니다"

竹西朴氏 次韻(初夏) 蓬門盡日未曾開,堆案詩書已滿埃。 午睡矇矓頻墜枕,離懷寂寞試含盃。 春將花事堂堂去,風送茶煙細細來。 昏惰不須仍自棄,人間誰復八叉才。 注:末句用八叉成詩事。事出孫光憲《北夢瑣言》卷四〈溫李齊名〉條:「(溫庭筠)工於賦,每入試,押官韻作賦,凡八叉手而八韻成。」 죽서 박씨 "같은 운을 다시 써서 초여름을 읊습니다" 하루 종일 사립문을 한 번도 열지 않았고 책상 위 시와 편지는 이미 먼지로 덮였습니다. 낮잠에 몽롱하게 취해 걸핏하면 베개에서 떨어지고; 이별의 회한으로 외로워 술잔을 홀짝거려 봅니다 봄은 꽃들을 모두 데리고 당당하게 물러났고; 바람에 차 끓이는 연기가 가볍게 날려 옵니다 어리석고 게으르다 해도 스스로 포기하지는 말아야 하겠지요 우리들 중 누구에게 다시 두 손 여덟 번 맞잡는 동안 시를 써 낼 재주가..

죽서 박씨, "초여름"

竹西朴氏 初夏 知是欄頭芍藥開,春歸蝴蝶尚徘徊。 草添新翠纔經雨,柳拖輕陰欲掩臺。 石壁正宜題短筆,海螺端合作深杯。 數家籬落疎烟起,啼鳥西窓日影廽。 "초여름" 난간 끝 작약이 핀 걸 알아서 일까 봄은 가버렸지만 나비가 아직 이리저리 날아 다닙니다 풀에 새 초록색이 더 짙어지니 비가 한 차례 지나가고; 버드나무 가지 가벼운 그림자를 끌어 누대를 가리려 합니다 돌 벽은 짧은 시 몇 구절 적어 넣기에 마침맞고; 바다 소라는 깊은 술잔으로 들어 올리기 적당합니다 집 몇 채 울타리 위로 성긴 연기 피어 오르고 새 지저귀는 서쪽 창에 해 그림자 서성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Early Summer" Is it because they know Peonies are in bloom at the end of the ..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또 한 수"

竹西朴氏 又(暮春閒居) 紅綠俱春艷,詩懷却似秋。 醉中猶碨礧,病裏更遨遊。 佳節誰能續,名花挽不留。 西園殘照外,啼鳥喚新愁。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또 한 수" 붉고 푸른 색으로 봄의 아름다움이 가득한데 시에 담을 내 마음은 오히려 가을을 닮았습니다 취해서는 울퉁불퉁 돌덩어리 같고; 병들어서는 이리저리 더욱 방황합니다 좋은 시절 누구라서 이어갈 수 있고 이름난 꽃 붙들어도 머물지 않습니다 서쪽 뜰 스러지는 햇빛 밖으로 지저귀는 새 새로운 시름을 부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dling in Late Spring, Again" In red and in green, the charms of spring are everywhere, But thoughts in my heart for poe..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竹西朴氏 暮春閒居 東風三月可銷憂,黃鳥聲中汗漫遊。 細雨纔添楊柳岸,斜陽偏在杏花樓。 棊兵賈勇終難敵,酒國升平且暫留。 容易枕邊成一夢,迢迢孤棹下滄洲。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샛바람 부는 삼월에는 시름을 풀 수 있습니다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이리 저리 노닐 수 있지요 보슬비가 이제야 버드나무 강 언덕에 내리고; 석양은 기어코 살구꽃 핀 누각을 비칩니다 장기판 졸이 아주 용감해 끝내 상대하기 어렵고; 술 익는 나라 태평스러우니 잠시 머물고 가지요 베갯머리에서 쉽게 꾸는 한 꿈속에서 멀리멀리 홀로 노를 저어 신선의 세상으로 갑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dling in Late Spring" The third moon of vernal breeze, Can allay my worries. L..

죽서 박씨, "잠에서 덜 깬 채로 또 한 수"

竹西朴氏 再疊(睡餘) 如何春夢亂於秦,樓靜元無半點塵。 簷鷰一雙為好客,雲山千疊每相鄰。 晚花開遍月當午,高樹影移時過申。 淺淺斟來浮竹葉,故教詩韻鬪清新。 죽서 박씨 "잠에서 덜 깬 채로 또 한 수" 어째서 봄날 꿈이 진나라보다 더 혼란스러운 겁니까 누각이 고요해 애초에 먼지가 조금도 없습니다 처마끝 제비 한 쌍은 반가운 손님이고; 구름 낀 산 천 겹 언제나 서로의 이웃입니다 느지막하게 피는 꽃이 지천에 흐드러지고 달은 하늘 한 가운데 걸렸는데; 높은 나무 그림자 움직여 가니 이미 때는 저녁 나절을 지납니다 조금 따른 술잔에 대나무 이파리를 띄워 마시며 운을 골라 시를 지어 깨끗하고 맑은지 견주어 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nother Poem Written Lingering in Sleep" W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