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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遙遠一日〉(一九二二)為韓國詩人金素月所作。被遺棄之憂慮、懷於心之痛恨、向內之無限自責,以及將逼不得已之忘卻推至遙遠未來之文學想像,使之成韓國早期現代詩不朽之名作也。友人讀而欣悅之餘,吩咐就其詩意作漢詩一首。此本不可聽從之命也。素月詩之妙,可賞不可追也。今作此七絕一首,僅請友人笑覽而已。丁酉大雪半賓作。 〈먼 훗날〉(1922)은 한국시인 김소월의 작품이다. 버림받음에 대한 걱정, 마음에 품은 아픔과 한, 안으로 향하는 무한한 자책,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망각을 먼 훗날로 미루는 문학적 상상으로 해서, 한국조기현대시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친구들이 읽고 즐긴 끝에, 이 작품의 뜻을 따라 한시 한 수를 지으라 분부했다. 이는 본래 들어 따를 수 없는 명령이다. 소월시의 묘미가 즐길 수 있되,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 짓는 칠언절..

시선(詩選) 2020.12.15

"동주에게"

半賓 “致東柱” 親朋送尹東柱遺稿集《天,風,星,與詩》,並吩咐作漢詩一首。且記十餘年前曾將其中〈風颳來〉一首譯成現代中文。今作七言一絕與其在天之靈唱和。 痛苦無由更痛苦, 女人時代何之撫。 丘陵磐石站能穩, 雨打風吹懷故土。 반빈 "동주에게" 친구들이 윤동주의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선물하면서 한시 한 수를 지으라 분부했다. 기억하기에 십여 년 전 "바람이 불어"를 현대중국어로 번역한 일이 있었다. 이제 칠언절구 한 수를 지어 하늘에 있는 그의 영혼에게 화답한다. 고통은 이유가 없으면 더욱 고통스럽지요 여인도 시대도 어떻게 그 고통을 쓰다듬겠습니까 구릉에도 반석에도 굳게 설 수 없었겠지요 비가 몰아치고 바람이 불면 고국땅을 그리십시오

시선(詩選) 2020.12.11

“ 스러져가는 가을을 노래함”

半賓 依畫堂春詠秋殘,並和大春 紅黃秋葉似桃花, 飄飄落至溪流。 舊焦持續起新愁, 再醉方休。 因念杜翁晚境, 未能騎馬乘舟。 汨羅長歎履夔州, 應去魚鉤。 "집안 가득한 봄을 그림" 노래로 스러져가는 가을을 노래함 붉고 노란 가을잎이 복사꽃잎을 닮아 살랑살랑 나르다 흐르는 냇물로 떨어집니다 오래된 조바심이 계속되는데 새 근심이 또 일어나니 다시 취해야 그치겠지요 그래서 두보(杜甫) 할배 늙은 시절을 기억합니다 말도 타지 못하고 배도 저을 수 없었지요 맥라강 오랜 탄식으로 귀주땅을 타박타박 낚시바늘은 없애야겠지요 *말을 타고 배를 젓는다는 표현은 두보(杜甫)의 시 "술 마시는 신선 여덟의 노래(飲中八仙歌)"에서 말이나 배를 탈 때의 몸동작으로 술 취한 모습을 그린 표현 騎馬似乘船을 원용합니다.

시선(詩選) 2020.12.10

"외할아버지의 즐거움을 노래함"

시(詩)와 사(詞)는 잘 알려져있고 짓는 사람도 있지만 원나라 때 성했다는 곡(曲)은 이름을 알 뿐, 잘 알지 못합니다. 형식이 어려워서인지 짓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지요. 한 수 써 보았습니다.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半賓 作山坡羊再和大春,詠外祖之樂 能歌能語,凝眸孫女, 甜憐隔代如鴛侶。 喂肥魚,授真書, 撒嬌無問皆應許,外祖癡心緣太初。 熟、千卷餘。 耡、百卉處。 반빈 “산등성이 양(山坡羊)”이란 곡으로 외할아버지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노래도 부르고 말도 잘하는 손녀를 바라보는 눈동자 달콤한 사랑이 대를 거르니 꼭 원앙 한 쌍 같구나 살찐 생선도 먹이고 진서도 가르치고 애교부리며 하는 말은 묻지도 않고 들어주는 외할아버지의 바보같은 마음은 태고적부터 그랬다 천 권 넘는 책을 잘 읽으렴 백 가지 꽃 꽃밭을 가꾸렴

시선(詩選) 2020.12.05

"대전도시철도"

반빈 "대전도시철도" 판암과 반석 사이를 운행한다니 큰일입니다 판암이나 반석이나 마음 든든한 큼직한 너렁바위일텐데 한 끝과 다른 끝으로 멀리 떨어진 두 종점 이름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네요 둥지를 판암역 부근에 틀었으니 그리로 가야하는데 이쪽으로 가도 저쪽으로 가도 마음이 든든할 것 같으니 큰일 아닌가요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세상 뜻보다는 소리로 그냥 소리로보다는 목청 크기로 살아내는 세상 판암과 반석 정도 차이는 생각해보면 별 문제 아니기도 해요 둘 다 든든하니까 두어 정거장 가다 아닌가 싶으면 내려 갈아타면 되지요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2018.9.5)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2020.12.01

"경자년 추수감사절에 역병으로 인해 가족이 모이지 못하다"

올해 경자년 추수감사절은 코비드-19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고 멀리서 그리워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을 칠언율시 한 수에 담고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半賓 〈庚子感恩節因瘟疫未能團圓〉 無關盈月大家來,團聚感恩共舉杯。 火腿火雞羹肉汁,南瓜玉米小紅莓。 親朋兒女分天角,飲食饌饈如祭台。 送至近鄰鰥寡處,疫情沮喪臉微開。 반빈 "경자년 추수감사절에 역병으로 인해 가족이 모이지 못하다" 보름달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어서들 오세요 함께 모여 감사하며 같이 잔을 듭시다 햄과 칠면조에 육즙 그레이비 호박과 옥수수에 크랜베리 친구와 아이들은 하늘 구석구석으로 나뉘었으나 귀한 음식과 술은 제사상 같네요 이웃에 사는 과부와 홀아비에게 나눠 보내니 역병에 시름하는 얼굴이 조금 펴집니다

시선(詩選) 2020.11.28

“큰고모”

"큰고모" 버스 길도 잘 모르니 걸어갑시다 지도 보니 그리 멀지 않아요 둥지부터 세어보니 오 천 걸음쯤 열심히 걸어 등짝에 송송 땀이 맺히면 고모댁입니다 다 키운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팔순 노인이 혼자 사시니 자주 가 뵙시다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매 주일 가지는 못해도 두어 주일 가지 않으면 허전해 오가며 만 걸음 걷는 길을 꽤 자주 다닙니다 일찍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데 늘 우리 어머니 편을 들어 주셨고 그래서 우리는 늘 고모 편이었습니다 노인이 되시기 전 고모댁에는 밥 먹으러 갔었습니다 솜씨가 좋아 밖의 음식이 따를 수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이웃과 교우들, 동사무소도 음식을 해다 드리는데 잘 드시지 않는 것 같아요 맛있는 것 드시러 가세요 사리원면옥에 모시고 가 불고기를 시키면..

시선(詩選) 2020.11.26

"하루 세 끼"

"하루 세 끼" 먹자고 사는 거라 늘 낄낄대곤 했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닌 걸 새 둥지를 틀고서 배웁니다 아침은 약수터 다녀오는 길에 떡을 사 들고 와 합니다 점심은 학교식당에서 함께 줄 선 젊은 학생들 따라하다 과식하기 십상입니다 집에 두고 온 마나님은 혼자 무얼 드시나 생각하지요 저녁이 문제입니다 해먹지 말고 고향맛 찾아 여기저기 다니며 먹어보자 했습니다 호두나무집은 명태지리도 맛있지만 갖가지 정갈한 반찬이 좋으니 또 올 집 콩이야기집은 역시 콤보, 둘이 가면 비지, 청국장, 순두부를 다 주니 또 올 집 시내 어떤 원조국수집의 세째 딸이 한다는 간판을 건 막국수집도 이런저런 이유로 또 올 집 오가며 만 걸음을 걸어야 하는 집에서 누룽지삼계탕이나 녹두삼계탕 도시철도로 세 정거장 가서 동죽을 듬뿍 넣고..

시선(詩選) 2020.11.25

"낯선 고향"

"낯선 고향" 이웃집 사람들도 장터 사람들도 친척 할아버지들 억양으로 말하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동생 둘이 태어난 곳 아직 고모가 사시는 곳 실제로 산 기억은 까마득하지만 늘 고향이라고 말해온 땅에 어느덧 노인 취급을 받게 된 우리 둘이 큰 바다 건너에서 와 낯선 외지인으로 둥지를 틀었다 두고 온 둥지의 반의 반도 채 되지 않는 그이딱지만한 방 두 칸 아파트 계절이 두세 번 바뀌면 다시 떠날 걸 알지만 어머니 품인 듯 푸근해 쌔액쌕 잠들 수 있고 누군가 놀자고 찾아올 것 같아 마음이 콩닥거린다 (2018.8.27)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2020.11.23

"유성 오일장"

"유성 오일장" 잔치국수를 말아주는 언니는 대구 말씨를 퉁명스럽게 쓰고, 밑반찬 가게 할머니는 목포 언저리 억양이다. 배추 값이 금값이라 김치를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며 미안해 하던 좌판 아주머니는 양평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다 왔다는데 달라는 만큼 담고 두어 움큼 더 잡아 담는 품세가 모두 고향인심이다 영락없이 (2018.8.29)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202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