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먹자고 사는 거라
늘 낄낄대곤 했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닌 걸
새 둥지를 틀고서 배웁니다
아침은 약수터 다녀오는 길에
떡을 사 들고 와 합니다
점심은 학교식당에서
함께 줄 선 젊은 학생들 따라하다
과식하기 십상입니다
집에 두고 온 마나님은
혼자 무얼 드시나 생각하지요
저녁이 문제입니다
해먹지 말고 고향맛 찾아
여기저기 다니며 먹어보자 했습니다
호두나무집은 명태지리도 맛있지만
갖가지 정갈한 반찬이 좋으니
또 올 집
콩이야기집은 역시 콤보, 둘이 가면
비지, 청국장, 순두부를 다 주니
또 올 집
시내 어떤 원조국수집의 세째 딸이 한다는
간판을 건 막국수집도 이런저런 이유로
또 올 집
오가며 만 걸음을 걸어야 하는 집에서
누룽지삼계탕이나 녹두삼계탕
도시철도로 세 정거장 가서
동죽을 듬뿍 넣고 끓인 칼국수
소국밥집에선
육사시미에 소주도 한 병
일찌감치 또 올 집이 된
고기구이집에선 착실한 월남 알바생에게
꼭 팁을 챙겨줍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집을
돌아다니고 난 어느날
이제부터 집에서 저녁을 하겠답니다
된장찌게 끓이고
생선 한 마리 굽고
소꿉장난처럼
하긴 그게 바로
고향맛입니다
(2019.4.15)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자년 추수감사절에 역병으로 인해 가족이 모이지 못하다" (0) | 2020.11.28 |
---|---|
“큰고모” (0) | 2020.11.26 |
"낯선 고향" (0) | 2020.11.23 |
"유성 오일장" (0) | 2020.11.23 |
“깊은 가을의 아름다움은 자세히 볼 필요가 없습니다” (0) | 2020.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