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대전도시철도"

반빈(半賓) 2020. 12. 1. 14:44

반빈

 

"대전도시철도"

 

판암과 반석 사이를

운행한다니

큰일입니다

 

판암이나 반석이나

마음 든든한 큼직한

너렁바위일텐데

 

한 끝과 다른 끝으로

멀리 떨어진 두 종점

이름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네요

 

둥지를 판암역 부근에 틀었으니

그리로 가야하는데

이쪽으로 가도

 

저쪽으로 가도

마음이 든든할 것 같으니

큰일 아닌가요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세상

 

뜻보다는 소리로

그냥 소리로보다는

목청 크기로 살아내는 세상

 

판암과 반석 정도 차이는

생각해보면 별 문제 아니기도 해요

둘 다 든든하니까

 

두어 정거장 가다

아닌가 싶으면

내려 갈아타면 되지요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2018.9.5)

("둥지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