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빈
"대전도시철도"
판암과 반석 사이를
운행한다니
큰일입니다
판암이나 반석이나
마음 든든한 큼직한
너렁바위일텐데
한 끝과 다른 끝으로
멀리 떨어진 두 종점
이름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네요
둥지를 판암역 부근에 틀었으니
그리로 가야하는데
이쪽으로 가도
저쪽으로 가도
마음이 든든할 것 같으니
큰일 아닌가요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세상
뜻보다는 소리로
그냥 소리로보다는
목청 크기로 살아내는 세상
판암과 반석 정도 차이는
생각해보면 별 문제 아니기도 해요
둘 다 든든하니까
두어 정거장 가다
아닌가 싶으면
내려 갈아타면 되지요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2018.9.5)
("둥지틀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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