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모"
버스 길도 잘 모르니 걸어갑시다
지도 보니 그리 멀지 않아요
둥지부터 세어보니
오 천 걸음쯤
열심히 걸어
등짝에 송송 땀이 맺히면
고모댁입니다
다 키운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팔순 노인이 혼자 사시니
자주 가 뵙시다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매 주일 가지는 못해도
두어 주일 가지 않으면 허전해
오가며 만 걸음 걷는 길을
꽤 자주 다닙니다
일찍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데
늘 우리 어머니 편을 들어 주셨고
그래서 우리는 늘 고모 편이었습니다
노인이 되시기 전
고모댁에는 밥 먹으러 갔었습니다
솜씨가 좋아 밖의 음식이
따를 수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이웃과 교우들, 동사무소도
음식을 해다 드리는데
잘 드시지 않는 것 같아요
맛있는 것 드시러 가세요
사리원면옥에 모시고 가
불고기를 시키면
홍어찜이 반찬으로 놓이고
월산면옥에서는
돼지갈비를 시키면
육회가 따라 나옵니다.
강쇠네에선
어떤 음식을 시키든 먼저
생 간에 처녑을 한 접시
가득 줍니다
참 잘 드세요
젊었을 때는 별로
고기를 드시지 못하셨다며
한풀이처럼 드십니다
하시는 말씀은 늘 같은 말씀
나나 아내나
처음 듣는 것처럼
열심히 듣습니다
늘 우리 어머니 편이셨고
우리 어머니가 많이 의지하셨는데
그것도 못하겠어요?
(2019.3.20)
("둥지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