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낯선 고향"

반빈(半賓) 2020. 11. 23. 17:56

"낯선 고향"

 

이웃집 사람들도

장터 사람들도

 

친척 할아버지들 억양으로

말하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동생 둘이 태어난 곳

아직 고모가 사시는 곳

실제로 산 기억은 까마득하지만

늘 고향이라고 말해온 땅에

 

어느덧 노인 취급을 받게 된

우리 둘이

큰 바다 건너에서 와

낯선 외지인으로 둥지를 틀었다

 

두고 온 둥지의

반의 반도 채 되지 않는

그이딱지만한 방 두 칸 아파트

 

계절이 두세 번 바뀌면

다시 떠날 걸 알지만

 

어머니 품인 듯 푸근해

쌔액쌕 잠들 수 있고

누군가 놀자고 찾아올 것 같아

마음이 콩닥거린다

 

(2018.8.27)

("둥지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