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고향"
이웃집 사람들도
장터 사람들도
친척 할아버지들 억양으로
말하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동생 둘이 태어난 곳
아직 고모가 사시는 곳
실제로 산 기억은 까마득하지만
늘 고향이라고 말해온 땅에
어느덧 노인 취급을 받게 된
우리 둘이
큰 바다 건너에서 와
낯선 외지인으로 둥지를 틀었다
두고 온 둥지의
반의 반도 채 되지 않는
그이딱지만한 방 두 칸 아파트
계절이 두세 번 바뀌면
다시 떠날 걸 알지만
어머니 품인 듯 푸근해
쌔액쌕 잠들 수 있고
누군가 놀자고 찾아올 것 같아
마음이 콩닥거린다
(2018.8.27)
("둥지틀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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