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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박박"이라는 꼼수

"명명박박"이라는 꼼수 "명명박박"이라는 말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만들어졌었다는 사실이 아직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전과기록이 열 번도 넘는다는 소문조차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지, 지난 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은 이명박후보를 선택했다. 결과론으로 보면, 무엇에 홀렸는지, 아니면 무엇에 정말 큰 불만이 있었는지, 엉뚱한 선택을 했달 수밖에 없다. 나같은 책벌레는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소문의 수준을 넘어 실제의 기록으로, 심지어 자신이 등장하는 동영상으로 명백하게 드러날 구린 구석이 상당하게 있는데도 출마했다는 사실에서 나는 만용과 무감각의 중간 어디쯤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리 어렵지 않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니 참새가 감히 봉황의 뜻을... 운운하는 말..

에세이 2011.11.11

"도(道) 닦는 음식"

"도(道) 닦는 음식" 뚜우푸(杜甫)가 리뻐(李白; 李太白)을 생각하며 쓴 몇 수의 시 중에 "이백에게 드린다(贈李白)"라는 작품이 있다. 열두 행으로 오언고시(五言古詩) 치고는 짤막한 편이다. 우선 작품을 읽어보자. 二年客東都, 뤄양(洛陽)에서 객지생활 두 해, 所歷厭機巧。 겪어야 하는 온갖 치사한 꼴에 진저리가 난다. 野人對腥羶, 거칠게 살며 늘 비리고 누린 음식을 대하다 보니 蔬食常不飽。 이제 푸성귀로는 배가 부르지 않아. 豈無青精飯, 푸른 정령의 밥이 어째 없는가? 使我顏色好。 내 얼굴빛을 좋게 해줄텐데. 苦乏大藥資, 이렇다할 보약재를 살 여유도 없고, 山林跡如掃。 산길 조차 걷지 않고 있구나. 李候金閨彥, 출중한 수재 이태백은 脫身爭幽討。 조정을 벗어나 그윽히 살면서 亦有梁宋游, 옛 양나라 송나..

"원조(元祖) 북경오리구이"

"원조(元祖) 북경오리구이" 중국 대학가의 뒷골목에 가면 종종 "라오띠팡(老地方)"이라는 옥호를 단 음식점이 눈에 띈다. 그 이름에서 "띠팡(地方)"은 "장소" 또는 "곳"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문제는 "라오(老)"라는 글자의 뜻이다. 그냥 이름만 얼핏 듣고 쉽게 생각하면 개업한지 오래되어 역사가 있다는 뜻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옥호를 단 음식점의 꼴을 보면 바로 그런 이해가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충청도 사투리로 "그이(게)딱지만한" 장소에 탁상 몇 개를 놓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대부분 역사고 뭐고 따질 게 없어 보인다. 말이 그럴 듯해 "옥호"지, 사실 옥호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어울리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식당이 아니면 그 이름이 잘 붙지 않는다. 심지어 그 옥호에서 보..

"떠우푸깐(豆腐乾)"

"떠우푸깐(豆腐乾)" 중국 사람들이 참 다양한 방식으로 두부를 먹는다는 건 이미 소개했지만, 그 여러 가지 방식 중 우리와 아주 다른 게 바로 "떠우푸깐(豆腐乾)"이다. 떠우푸깐은 두부를 눌러 수분을 많이 제거해 만들기 때문에 두부에 비해 단단하다. 이름에 들어있는 "깐(乾)"이라는 글자가 바로 "마를 건"이니 그 특징을 잘 설명한다. 아무 조미 없이 그냥 눌러 물기를 뺀 것과 "오향(五香)"이라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향신료를 가미한 것, 그렇게 두 종류가 대부분이다. 보통 두부보다 쫄깃쫄깃해 질감이 특별하고, 물기를 많이 제거해서 그런지 조리한 후 상당기간 보관할 수 있어 편하다. 별스럽게 요리하지 않고도 길쭉한 성냥개비 모양으로 썬 후 부추나 절인 겨자잎과 함께 볶아내면 손쉽게 그럴 듯한 음식 한 ..

"빼갈의 추억"

"빼갈의 추억" 중국술하면 역시 "빠이지어우(白酒)"가 제맛이다. "사오씽지어우(紹興酒)" 같은 쌀로 담근 양조주도 잊기 어려운 독특한 맛이지만, "까오량(高梁 수수)"등의 몇 가지 곡식을 재료로 빚은 후 증류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백주의 맑고 깨끗한 색깔과 맛은 다른 문화의 술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식도를 훑어내리는 뜨거운 촉감은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다. 사실 백주의 감흥은 혀와 식도로 다가오기 전에 코에서 먼저 시작한다. 품질이 좋은 백주는 누군가 식당 한 구석에서 한 병을 열어도 식당손님 모두를 그 향으로 매혹시킨다. 몇 년 전 타이완 정부의 높은 관직에 있는 친구가 선물한 "사오따오즈(燒刀子)"를 불광동의 어떤 조그만 중국집에서 함께 북한산에 다니는 선배, 친구들과 마신 적이 있었다. 병 ..

"신선놀음과 죽(粥)"

"신선놀음과 죽(粥)" 나는 중국여행중 종종 아침을 과식해서 하루종일 일정을 거북하게 지내곤 한다. 죽때문이다. 샤올룽빠오(小籠包)라고 하는 작은 만두 서너 개, 따듯한 콩국과 함께 먹는 중국식 도우넛 여우탸오(油條), 사오빙(燒餠)이라고 부르는 납작하게 구운 빵, 거기다 볶은 야채와 달걀요리 약간을 합하면 벌써 평소 먹는 아침의 양을 훨씬 넘어선다. 그런데 그만 일어서려고 할 때쯤이면 아차 죽을 먹지 않았네 하는 데 생각이 미친다. 그러면 기어코 한 그릇 먹을 수밖에 없다. 아니, 못 이기는 척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죽을 뜨러 간다고 해야 정확하고 솔직한 표현이다. 그런데 호텔이나 대학 내빈숙소의 아침식사에는 보통 흰 죽 하나, 무언가 다른 식재료를 넣은 죽 하나, 그렇게 두 종류 준비되어 있다.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