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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압니다 다 알아요 물론 모두 내 탓입니다 그러니 다시 일깨워 주실 것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짧지 않은 세월을 그렇게 살았는데 제 버릇을 개에게 주겠습니까 걸핏하면 책장을 뒤적거리지요 그 속에 꼭 답이 있지도 않다는 건 겪을 만큼 겪어 알 만도 한데 말입니다 결국 또 책으로 손이 갔습니다 그냥 생긴대로 얼싸안고 살면 되는 건데 왜 그랬지요 처음엔 쉽게 생각했어요 앉으라면 앉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그러면 되는 거 아냐 하면서 멍멍이 훈련과정에 등록을 했습니다 배울 건 많았습니다 멍멍이가 배울 것보다 우리가 배울 게 많아서 문제였지요 우리가 잘못하면 우리 탓 멍멍이가 잘못해도 우리 탓이라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책에 손이 간 겁니다 달리 방도가 없었고 그렇..

멍멍이 노래 2010.05.01

새로운 계급투쟁

"새로운 계급투쟁" 안다. 가뜩이나 시절이 뒤숭숭 하수상한데 말을 함부로 써서야 쓰겠는가. 특히 "계급투쟁" 같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역사이론에 등장하는 어휘를 제목에서부터 써 대면 누군가 "빨"자나 "좌"자 딱지를 내 이마에 붙이려할 것 아닌가. 연좌가 없어졌다고는 해도 그게 정말인지 아직 안심이 되지 않으니, 나뿐 아니라 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칠지 모르지 않는가. 아무튼 그런 딱지가 붙으면 좋을 게 없다는 건 현대사를 통해 우리가 절절히 배워온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몸살을 설명하는 데 이 말보다 더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새로운 계급투쟁" 속에 있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수 있고, 또 어쩌면 앓고 있는 그 몸살을 떨치..

에세이 2010.04.25

"홍사오(紅燒)" 조리법

"홍사오(紅燒)" 조리법 "Good Friend"라는 중국집이 있었다. 중국어 옥호는 "好友記"라고 했다. 뉴욕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와 프린스턴대학으로 가려면 프린스턴정션(Princeton Junction)이라는 역에서 내려 대학갬퍼스 안의 딩키스테이션까지 가는 두 칸 짜리 전차를 타는데, 그 중국집은 프린스턴정션 역의 주차장 바로 밖에 있었다. 삐걱거리는 문과 마루, 표면이 조금 끈끈하다는 느낌을 주는 테이블 등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아직까지 성업중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내가 자주 드나든 게 프린스턴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20년이 훨씬 지난 일이고, 그 당시 벌써 주인장의 나이가 지긋했으니 이제는 없어졌을 수도 있겠다. 아직 있다고 해도 그 때와는 주인도 음식도 다르지 않겠나 짐..

"술지게미"

"술지게미" 술이나 식초를 만들고 생기는 찌꺼기를 중국말로 "짜오(糟)"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무슨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우리말로 "제엔장"이나 "제기럴" 정도의 뜻을 내뱉고 싶을 때도 사용한다. 보통 "떡"이라는 뜻의 "까오(糕)"를 덧붙여 "짜오까오!"라고 하는데, 뜻은 별로 다르지 않다. 술찌꺼기를 떡처럼 뭉쳐놓은 걸 뜻하는 것일 테니 여전히 술찌꺼기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입에서 "제기럴", 조금 젊은 세대 사람이라면 "씨X" 정도의 말이 나올 상황에서 중국사람들은 "술지게미!"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테니스 게임에서 더블폴트를 했거나, 방에 열쇠를 둔 채로 방문을 잠가 낭패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이 말이다. 이 말을 미국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이해를 ..

메뉴와 음식주문

"메뉴와 음식주문" 서양음식점은 고급일수록 화려하게 인쇄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가죽으로 멋드러지게 제본을 해서 손에 들고 있기만해도 기분이 싱숭생숭해질 정도인 곳도 있다. 음식메뉴뿐 아니라 와인리스트가 따로 준비되어 있기도 한다. 와인의 선택은 대부분 그 날의 주빈이나 호스트의 임무인 경우가 많아 모인 사람 모두가 와인리스트를 검토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두툼하고 묵직한 두 권의 책을 수험생 입시공부하듯 자세히 들여다 보며 무얼 어떻게 시켜 먹을지 궁리하는 모습은 그런 음식점에서 흔히 보이는 정경이다. 글로 인쇄된 메뉴를 공부하는 것으로 다 끝나지 않는다. 그날 그날의 특별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서너 가지 요리의 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을 설명하는 웨이터의 말이 뒤따르는 게 보통이다. 외운..

미국 중국음식이 중국음식?

"미국 중국음식이 중국음식?" 언제 기회가 있어 파리나 카이로, 리우데자네이로, 또는 케이프타운 같이 아주 먼 곳에 가게 되면 현지의 고유한 음식은 물론 그곳의 중국음식을 먹어볼 계획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중국음식"은 세상 어느 구석엘 가나 있기 마련인데, 가는 곳 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보인다. 중국음식이 처음 소개된 시점의 사회상황이나 그 후의 정착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해서, 음식을 먹으며 해볼 수 있는 이런저런 생각이 음식만큼이나 맛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는 중국의 바로 이웃인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은 조금 생소해졌는지 몰라도 "청요리"라는 말이 있었다. 그 때, 그러니까 우리 어렸을 적의 중국음식은 끼니로 먹는 음식과 "청요리"라고 불리던 조금 호사스러운 음..

영토와 영향력의 확장

"영토와 영향력의 확장" 이제 건국해서 독립한지도 이백 몇십 년이 되었으니 미국의 역사는 길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짧다고 할 수만도 없다. 적어도 국가의 행태나 정서의 틀이 만들어지고 드러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났다. 그 역사 속에서 미국의 행태나 사고가 보여준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토의 확장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확장의 속도나 규모가 참으로 경이적이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에 의한 북미대륙 "개척"의 역사는 16세기 말 경 로아노크 Roanoke에 식민지를 열어 정착을 시도하면서 시작되어, 동쪽 해안지역을 따라 형성되었던 13개의 지역이 18세기 후반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을 거쳐, 19세기 중반에는 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광활한 땅을 ..

만리장성(萬里長城)에서 먹은 4인분 점심

"만리장성(萬里長城)에서 먹은 4인분 점심" 중국 출장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즐겁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 즐거움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땅덩어리가 커서 여러 지방의 특색있는 음식이 참 많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문명이라 음식에 갖가지 사연이 담겨있어 흥미롭다. 범상치 않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꼭 마음을 끄는 건 아니지만, 당나귀 고기나 전갈 같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료를 식탁에서 만나는 것도 아슬아슬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중국출장을 앞두고는 늘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경험을 하게 될까 마음이 설레곤 한다. 그러나 첫번째 여행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나 자신 조금 긴장했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풍부한 음식문화의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아독취(我獨醉)"는 말장난?

"아독취(我獨醉)"는 말장난? 블로그 이름에 쓴 "아독취(我獨醉)"라는 말을 보고 그게 뭐냐는 사람부터 말장난 한 번 재미있게 했다는 사람까지 반응이 갖가지입니다. 물론 그걸 말장난이라고 부른 사람은 한문시간에 그래도 글줄깨나 읽어서 출전을 알뿐 아니라, 출전의 표현을 비튼 결과라는 것까지 안다는 뜻이겠습니다. 물론 말장난이지요. 그러나 그런 말장난밖에 다른 위안이 없는 상태라면 그냥 장난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독취(我獨醉)"는 물론 옛날 옛날 중국의 시인 굴원(屈原)의 말을 비틀어서 만든 말입니다. 그의 유명한 작품인 "어부(漁父)"라는 글을 보면 삼려대부 굴원이 모함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 호숫가를 배회하면서 무언가 주절거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에세이 2010.02.28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1. 추억 기억하시지요 메리 아니면 쫑 우리 어렸을 적엔 멍멍이들을 대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게 흔히 쓰이는 미국사람들 이름이라 우리말로 치자면 영희나 철수 정도라는 걸 중학교 가서 영어를 배우면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메리는 마리아 쫑은 아마 죤, 즉 요한이니까 모두 성서에도 나오는 좋은 분들의 이름입니다 아마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기쁘게 가져다 쓰는 게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좋다는 이름들을 왜 멍멍이에게 붙여줬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그 때는 멍멍이가 그냥 멍멍이 아니었나요 안방이나 대청은 커녕 툇마루에도 올라오지 못 했지요 애지중지 안고 다니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존중한다는 뜻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꼭 듣기 좋은 이름만 쓴 건 아니었습니..

멍멍이 노래 201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