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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춘이 한번 다니러 오라며 지은 금루곡에 화답합니다"

半賓 〈和大春金縷曲邀訪〉 昨夕青山館, 溢書香、墨濃詩近。 夢何其短。 惜別後誠相逢少, 但覺懷中情滿。 書續出、文交未斷, 四喜大頭雍正帝, 李白來、認大唐隨亂。 催獨酌, 朦朧眼。 當將聖德重吆喚, 應君邀、三人一夥, 結吟遊伴。 夢覺間倏來倏往, 思緒忽寒忽暖。 已忍慣、欣欣謾怨, 為說書邀當臨角, 訪南國、誰請誰酒飯。 懷故友, 再開卷。 自注: 一、上片四喜、大頭春、雍正,甚至李白,皆為大春虛構小說中之人物。〈四喜大頭雍正帝〉能自成一句,可起一笑。 二、下片首句聖德,日本飛鳥時代推行改革之太子,但亦為與大春共飲之清酒品牌名也。 三、下片邀當臨角云云,説大春在近作《南國之冬》中造名為柳亨奎之人物,僅演臨時之角。 반빈 "대춘이 한번 다니러 오라며 지은 금루곡에 화답합니다" 어젯밤 청산관 흘러 넘친 책 향기, 짙어진 먹물, 거의 다 지은 시— 그런데 그 꿈은 왜..

시선(詩選) 2022.08.19

죽서 박씨, "봄 지난 후"

竹西朴氏 春後 日夕林叢挹翠華,今年詩事屬誰家。 却愁驟雨靡庭草,且惜狂風入院花。 寂寞春歸山意懶,冥濛夜入月痕賖。 水流雲散知何處,未信長天竟有涯。 (三句雨字,警修堂本作兩,疑誤。) 죽서 박씨 "봄 지난 후" 낮에나 밤에나 수풀 속에서 임금님 대하듯 푸르름 향해 두 손 모으고 올해는 시 짓는 일을 어떤 사람이 잘 할까 생각합니다 그저 별안간 내린 소나기가 뜰 안의 풀을 망쳤다고 슬퍼하거나; 또는 미친듯한 바람이 정원의 꽃 사이를 휘젓는다 아쉬워 합니다 소리없이 봄이 물러가니 산에 가려는 마음도 시들해지고; 어둑어둑 밤이 길어져 달빛의 흔적이 쌓입니다. 물이 흘러가고 구름이 흩어지는 게 어디에서 인지 알 수 있나요 긴긴 하늘에 끝이 있다는 걸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fter Spring..

"임인년 입추 첫 닷새에 서울이 물난리를 겪습니다"

半賓 〈壬寅立秋一候首爾患水難〉 暴水決河傾, 滂沱舉市驚。 漫漫人馬道, 汩汩鬼門行。 今歲安魂代, 立秋為祭晴。 寒蟬鳴痛責, 秉國籲虔誠。 (自注:漫漫讀平聲,水大貌,參米元章「漫漫不辨水天行」句。) 반빈 "임인년 입추 첫 닷새에 서울이 물난리를 겪습니다" 사나운 물이 강물을 기울게 하고 비가 세차게 내려 도시 전체가 놀랍니다 사람의 길과 자동차 길로 큰 물이 넘치며 저승으로 향한 행렬처럼 콸콸 흐릅니다 올해에는 혼을 달래는 노래로 맑은 날씨를 기구하는 입추의 제사를 대신합니다 가을 매미 애절한 울음소리가 통렬한 질책으로 나라 운영이 경건하고 정성되기를 호소합니다 H. Rhew "In the First Five Days after the Beginning of Autumn, Seoul Suffers from Disas..

시선(詩選) 2022.08.15

죽서 박씨, “어쩌다 또 쓴 시"

竹西朴氏 又(偶題) 洛城春事盡繁華,佳氣葱葱十萬家。 朝往遊人雙頰醉,暮來兒女滿頭花。 何愁珠玉終難得,最恨文章未易賖。 綠樹陰陰風淡淡,一床書帙足生涯。 "어쩌다 또 쓴 시" 낙양성 봄날 구경거리 떠들썩 하기 그지없고 좋은 기운이 무성해 집집마다에 가득합니다 아침에 떠나는 과객들은 두 볼이 발그레하게 취했고; 저녁에 돌아오는 아이들은 머리 가득 꽃입니다 옥구슬 얻기 어렵다고 심란해 할 것 없지만; 글을 수월하게 찾아 쓰지 못하는 게 제일 한스럽습니다 푸른 나무 울창하고 바람 잔잔하니 책상 위에 책이 가득하면 내 이 생애 충분합니다 (반빈 역) Ban Jukseo "A Poem Written by Chance Again" Activities of spring in the city of Luoyang Are busy a..

"새 붓을 구했기에 무나재에 보냅니다"

半賓 〈購得新筆送無那齋〉 偶而購獲筆三枝, 工匠誇言質勿疑。 無罪狼羊身已化, 有才文士志方馳。 二之無那迎顏柳, 一在雲軒作拙羸。 不厭我瞋新道具, 信君書畢不批誰。 (自注:無那、雲軒皆齋名。) (戊戌臘月) 반빈 "새 붓을 구입해 무나재에 보냅니다" 우연히 붓 세 자루를 구했습니다 품질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고 만든 장인이 자랑 섞어 말했습니다 죄 없는 늑대와 양은 이미 몸이 바뀌었습니다 재능 있는 문인이니 이제 생각이 달리겠지요 두 자루는 무나재로 가서 안진경과 유공권에게 맞이할 것이고 한 자루는 운헌에 남아 서툴고 힘없는 글씨를 만들겠지요 나는 만족스럽지 않아 새 도구에 눈을 부라리겠지만 그대가 글씨를 쓰고 나서는 누구도 탓할 일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무술년 섣달) H. Rhew "Sending Newly Acqui..

시선(詩選) 2022.08.12

죽서 박씨, "어쩌다 쓴 시"

竹西朴氏 偶題 人生難得住年華,空慕文章舊大家。 詩到精工方可語,春因駘蕩乃至花。 浮雲已覺太虛遠,逝水堪憐千古賖。 榮辱分明從我出,癡心莫使望無涯。 죽서 박씨 "어쩌다 쓴 시" 사람의 삶이 본디 좋은 시절에 머물기 어려워 하염없이 글로 이름 떨친 옛 사람들을 사모합니다 시는 정교함에 이르러야 겨우 이야기할 수 있고; 봄은 분방함으로 비로소 꽃을 피워 냅니다 떠도는 구름에서 텅 빈 하늘이 머나먼 것을 알고; 흐르는 물을 보며 천고의 세월을 애틋해 합니다 영예와 부끄러움이 분명히 내 자신에서 나오는 것이니 어리석은 마음에서 끝 모를 곳을 바라보지 말아야겠지요 (반빈 역) H. Rhew "A Poem Written by Chance" Holding on to good times Is difficult in our live..

"더위를 견딜 계책이 없습니다"

半賓 〈消暑缺計〉 酷熱患無方, 時時加苦惱。 氣溫越體溫, 晚禱連晨禱。 兩足夢冰川, 一身思海島。 終能靜小休, 想起催詩稿。 (壬寅中伏後三四日) 반빈 "더위를 견딜 계책이 없습니다" 불볕더위에 대한 처방이 없어 걱정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네요 기온이 체온을 넘어서고 저녁 기도가 새벽 기도로 이어집니다 내 두 발은 얼음처럼 시원한 시냇물을 꿈꾸고 이 한 몸뚱이는 바다 한가운데 섬을 생각합니다 드디어 조용히 조금 쉴 수 있나 했더니 써 내야하는 시 독촉이 생각나네요 (임인년 중복 사나흘 후) H. Rhew "Lacking Strategies for Enduring Summer Heat" I suffer for not knowing how to deal with scorching heat. As time ..

시선(詩選) 2022.08.09

죽서 박씨, "어쩌다 이는 그리움"

竹西朴氏 偶懷 綠陰移影篆烟消,捲却緗簾四望遙。 着意欲眠當白晝,懷人不見向青霄。 但宜傾酒隨多少,未妨吟詩破寂寥。 縱使年年春色至,不堪今日悵花凋。 죽서 박씨 "어쩌다 이는 그리움" 푸른 나무그늘 움직여 가고 향 연기도 스러져 노란 비단 커튼을 말아 올리고 여기저기 멀리 내다봅니다 마음 먹고 자 보려고 해도 벌건 대낮이 버티고 있고; 사람이 그립지만 나타나지 않아 파란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원하는 만큼 스스로 술을 따르기 마침맞고; 아직도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시 읊기에 지장이 없고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봄의 빛깔이 다시 오겠지만 오늘 꽃이 시드는 건 그래도 참기 어렵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Thought that Happens to Arise" The green tree shade ke..

"떠돌이의 노래"

半賓 遊子歌 他鄉作故鄉, 幾度江山改。 自號半賓愁, 能無嘆隔海。 (壬寅大暑後一日) 반빈 "떠돌이의 노래" 타향으로 고향을 삼고 나서 몇 번이나 강과 산이 바뀌었나요 스스로 '반빈 (반은 손님)'이라 부르는 서글픔— 갈라 놓는 바다를 한탄하지 않을 수 있나요 (임인년 대서 다음 날) H. Rhew "A Song of a Drifter" Since making alien lands a home, How many times have rivers and hills changed? The sorrow of naming myself 'Half-Guest'— Could I not sigh over the ocean standing between? (A day after the Major Summer Heat, 2022..

시선(詩選) 2022.08.06

죽서 박씨, "오라버니를 기억합니다"

竹西朴氏 憶兄 一簾斜日在西林,欲散離愁步綠陰。 塘草依依空有夢,荊花杳杳自傷心。 去時白雪猶殘臘,今日黃鸝已好音。 魚鴈江天無信息,登樓遙望悵難禁。 注:第四句荊花樹,亦稱紫荊,指兄弟。梁朝吳均《續齊諧集》傳田真兄弟三人析產之事。「堂前有紫荊樹一株,議破為三,荊忽枯死。真謂諸弟:『樹本同株,聞將分破,所以憔悴,是人不如木也。』因悲不自勝,兄弟相感,不復分產,樹亦復榮。」 죽서 박씨 "오라버니를 기억합니다" 주렴 하나에 비스듬히 비쳤던 해가 서쪽 수풀에 있어 헤어진 아픔을 떨쳐내려 푸른 그림자 속을 걷습니다 연못가 풀 하늘하늘 하릴없이 꿈을 꾸고 형아우꽃 아련하게 혼자 마음 아파하겠지요 가시던 때는 흰 눈 내린 동지섣달 이었는데 오늘은 벌써 꾀꼬리 노랫소리가 예쁩니다 강 속 물고기도 하늘 위 기러기도 오라버니의 서신을 전하지 않아 누각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