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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고향을 그립니다"

竹西朴氏 思鄉 鄉園十載負登臨,世態隨人變古今。 萬里風烟孤月逈,千山草木白雲深。 生原似夢還非夢,事不留心易動心。 宋玉秋來多感慨,殘魂欲斷數聲砧。 죽서 박씨 "고향을 그립니다" 어언 십 년, 고향 땅 쪽을 보겠다고 언덕에 오르지도 못했습니다 세상살이가 사람 따라 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요 바람과 안개 펼쳐진 만 리 밖으로 외로운 달 머나멀고; 풀과 나무 덮인 천 겹 산에 흰 구름이 깊습니다 삶이 꿈 같지만 여전히 꿈이 아니고;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걸핏하면 마음을 흔들어 댑니다 가을이 오면 송옥(宋玉)도 생각이 많았지요 부서진 영혼이 몇 마디 다듬잇돌 소리를 끊고 싶어 합니다 주: 일곱번째 행의 송옥(宋玉)은 굴원(屈原)을 이어 초사를 쓴 시인입니다. 그가 쓴 〈구변(九辯)〉은 다음과 같이 시작..

죽서 박씨, "늦은 봄날 비가 오시려나 봅니다"

竹西朴氏 暮春欲雨 博山香歇晚風清,在和堂前伴鶴行。 野外雲沉高閣暗,溪邊雨入遠山鳴。 沽來淺碧連宵醉,悵送殘紅隔世情。 遠樹濛濛春色裏,回頭東望杳 王城。 (第四句雨字,警修堂本、手抄本皆作兩,據文意改。) (山、香二字重。) 注:五句淺碧讀作酒名或酒之別稱,做碧蟻、綠蟻,綠酒等詞釋之也。 죽서 박씨 "늦은 봄날 비가 오시려나 봅니다" 신선산 향로에 향불 잦아들고 저녁 바람이 맑아 재화당 앞에서 학과 함께 노닙니다 들 밖에는 무거운 구름에 높은 누각이 어둑어둑하고; 시냇가에 뿌리는 비로 먼 산이 웅웅 웁니다 푸르둥둥한 술을 받아다가 며칠 밤을 취하고; 붉은 꽃잎을 지는 것을 아쉬워 하며 다음 생의 사랑을 기약합니다 멀리 서있는 나무들 봄 기운 속에 아련해 고개 돌려 동쪽을 보니 임금님 계신 곳 아득합니다 주: "푸르둥둥한 술"로 번..

죽서 박씨, "촌 늙은이"

竹西朴氏 野老 背山臨水世相違,繞宅桑麻晝掩扉。 桃葉巖邊吹笛過,柳枝江畔貫魚歸。 招邀里社嘗新酒,羅列兒孫戲綵衣。 無樂無荒真自在,野人隨處得天機。 죽서 박씨 "촌 늙은이" 등 뒤엔 산, 앞에는 물, 세상과는 멀리 떨어져 사니 뽕나무, 삼베나무로 뒤덮인 집은 낮에도 사립문이 닫혀있습니다 복숭아 바위 옆을 풀피리 불며 지나 버들가지 강가에서 물고기를 꿰어 돌아옵니다 마을사람들을 불러 새로 담은 술을 맛보고 아들 손자들과 늘어서서 색동옷 입고 놀이를 합니다 즐거울 것도 지나칠 것도 없이 진실한 자신으로 살면서 그 촌 사람은 어디를 가든 하늘의 뜻을 얻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Rustic Old Man" Mountains in back, waters in front, And far apart from ..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竹西朴氏 奉呈 浪驚幾度忽開牕,却恨林風巧學跫。 詩思難如超北海,年光流似決西江。 釀成秋雨雲千疊,話與愁人鷰一雙。 之子歸期問何日,浿洲久已繫蘭艭。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몇 차례나 하릴없이 놀라 문득 창문을 열고 보니 교묘하게 사람 발소리를 배운 수풀 속 바람이 밉습니다 시에 담을 생각은 북쪽 바다 뛰어넘는 것 만큼 어렵고 흐르는 세월은 서쪽 강 터진 물처럼 빠릅니다 가을 비를 빚는 것은 천 겹 구름; 근심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한 쌍 제비 나를 두고 떠난 님 돌아오실 날을 물으니 조그만 배 패수 언덕에 묶인 게 이미 오래 전이라고 합니다 (반빈 역) Bak Jukseo "Reverently Presented" Helplessly startled many times, I popped open the..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하며 다시 한 수 짓습니다"

竹西朴氏 又(送箕山丈席) 烟光冪地月痕浮,鴈度關城一段愁。 野鶴孤雲無定處,青山自在水長流。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하며 다시 한 수 짓습니다" 희미한 안개 땅을 덮어 달 그림자 두둥실 떠 있고 기러기 떼 변경의 성을 넘으니 또 다시 슬픔에 빠집니다 들 두루미와 외로운 구름은 정처 없지만 푸른 산 스스로 멀리로 흐르는 물 옆에 서있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Composed Again after Seeing off Master Gisan" Hazy fog blankets the land And traces of moonlight drift. Geese pass the walls at the border, Casting intense sorrows. Wild cranes and lone cl..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합니다"

竹西朴氏 送箕山丈席 幾番人事變歡悲,雨歇秋生動遠思。 詩成更欲題蕉葉,酒盡那堪贈柳枝。 孤帆渺渺江聲轉,匹馬蕭蕭野色遲。 眼斷雲山千萬疊,不堪回首讀書時。 (堪字重) (第二句兩字,據手抄本改雨。) 죽서 박씨 "기산 스승님을 전송합니다" 사람의 일에서 몇 번이나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었나요 비가 그치고 가을이 시작되는데 멀리 가실 곳을 생각합니다 시 한 수를 짓고 나니 또 그걸 파초 잎에 쓰고 싶지만; 술이 떨어졌는데 어찌 차마 잘 가시라고 버들가지를 드리나요 돛단배 한 척 아스라하면 강물 소리만 출렁거리고; 말 한 필 히힝 우는 소리에 들 빛이 어둑어둑 해지겠지요 천 겹 만 겹 구름 낀 산이 제 눈길을 가로 막지만 그렇다고 차마 고개를 돌려 선생님과 공부하던 때를 추억할 수는 없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S..

"인권변호사 홍공성우선생님을 기리며 웁니다"

半賓柳亨奎 哭人權律師洪公性宇先生 巨星靜落淚流橫, 痛哭懷悲聲不成。 願以投身利宇內, 終因大義獻生平。 穿通亂世何能屈, 乘起風雲傲吼鳴。 倏忽歸天茫失措, 永垂青史萬秋名。 반빈 유형규 인권변호사 홍공성우선생님을 기리며 웁니다 큰 별이 조용히 지니 눈물이 가로로 흐르고 아픈 울음이 슬픔을 안아 소리를 이루지 못합니다 기꺼이 몸을 던져 세상을 이롭게 하시고 끝내 큰 옳음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세상 어지러움을 뚫고 가며 어찌 굽힐 수 있느냐 바람과 구름을 타고 넘으며 떳떳하게 소리치셨습니다 홀연히 하늘로 돌아가시니 막막해 어찌할지 모르겠지만 가을이 만 번 올 때까지 남을 이름을 역사에 남기십니다

시선(詩選) 2022.03.26

"매화와 시"

반빈(半賓)의 "시와 함께 맞이하는 주말" (15) "매화와 시" 매화의 계절입니다. 여기저기에서 꽃구경 가자는 말, 매화를 구경하기 좋은 곳, 좋은 때에 대해 주고 받는 대화가 자주 들립니다. 그런데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매화와 한시에서 만나는 매화의 사이에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봄이 왔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꽃인 듯한데, 중국사람들의 시에서는 봄이 올 것을 예고하는, 그래서 추운 날씨, 눈 덮인 가지와 와 더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춥고 바람이 센 계절의 꽃이라 그런지 가지에 잘 피어있는 꽃 뿐 아니라 흩날려 떨어지는 꽃잎을 노래하는 시도 많이 있습니다. 며칠 전 내가 속해 있는 대화방의 회원이 임포(林逋, 967-1028) 가 매화를 "그윽한 향기(暗香)"라고 노래한 표현을 소개했습니다. ..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다시 외로움을 달랩니다"

竹西朴氏 縣齋消寂,其二 世事茫茫意更遙,流光不住暮仍朝。 白日休言愁裏永,青春盡入夢中消。 遠目難窮雲萬里,芳心欲寄柳千條。 危樓獨立還怊悵,綠水淙潺麥浪搖。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다시 외로움을 달랩니다" 세상 일 아련히 끝이 없어 마음이 더욱 아득합니다 흐르는 세월 멈출 수 없으니 저녁이면 바로 아침이 옵니다 근심 속에 늘 붙들려 있다고 새하얀 대낮에 말하지 말아야지요; 꿈 속에서 날려 보내겠다고 푸른 봄날을 모두 끌고 들어가나요 멀리까지 보는 눈도 만 리 구름을 모두 볼 수 없지만; 향기로운 마음을 천 가지 버드나무에 담고 싶습니다 높은 누각에 홀로 서 있음이 여전히 서글프지만 푸른 물 졸졸 흐르고 보리 이삭 출렁댑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lacating Loneliness Again in t..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달랩니다"

竹西朴氏 縣齋消寂 金鈴不動吏無喧,擊壤時聞遠郭村。 樓影參差多碧樹,禽聲上下近黃昏。 鶴山風淡須扶病,浿水雲深欲斷魂。 錯把短詞求盡意,古人先我有高論。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달랩니다" 쇠방울도 울리지 않고 아전들 떠드는 소리도 없는데 땅 일구는 소리 때때로 먼 성곽마을에서 들려옵니다 들쭉날쭉 누각 그림자에 푸른 나무 우거졌고; 오르락내리락 새 소리로 황혼이 다가옵니다 학산의 바람 잔잔하니 병을 다스려야 하겠고 패수의 구름이 깊어 혼을 끊어내는 듯합니다 짧은 몇 마디에 마음을 모두 담으려는 건 잘못이라고 옛 사람들 나보다 먼저 훌륭히 논의를 했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lacating Loneliness in the Study at the Prefecture Office" The b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