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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초여름"

竹西朴氏 初夏 知是欄頭芍藥開,春歸蝴蝶尚徘徊。 草添新翠纔經雨,柳拖輕陰欲掩臺。 石壁正宜題短筆,海螺端合作深杯。 數家籬落疎烟起,啼鳥西窓日影廽。 "초여름" 난간 끝 작약이 핀 걸 알아서 일까 봄은 가버렸지만 나비가 아직 이리저리 날아 다닙니다 풀에 새 초록색이 더 짙어지니 비가 한 차례 지나가고; 버드나무 가지 가벼운 그림자를 끌어 누대를 가리려 합니다 돌 벽은 짧은 시 몇 구절 적어 넣기에 마침맞고; 바다 소라는 깊은 술잔으로 들어 올리기 적당합니다 집 몇 채 울타리 위로 성긴 연기 피어 오르고 새 지저귀는 서쪽 창에 해 그림자 서성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Early Summer" Is it because they know Peonies are in bloom at the end of the ..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또 한 수"

竹西朴氏 又(暮春閒居) 紅綠俱春艷,詩懷却似秋。 醉中猶碨礧,病裏更遨遊。 佳節誰能續,名花挽不留。 西園殘照外,啼鳥喚新愁。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또 한 수" 붉고 푸른 색으로 봄의 아름다움이 가득한데 시에 담을 내 마음은 오히려 가을을 닮았습니다 취해서는 울퉁불퉁 돌덩어리 같고; 병들어서는 이리저리 더욱 방황합니다 좋은 시절 누구라서 이어갈 수 있고 이름난 꽃 붙들어도 머물지 않습니다 서쪽 뜰 스러지는 햇빛 밖으로 지저귀는 새 새로운 시름을 부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dling in Late Spring, Again" In red and in green, the charms of spring are everywhere, But thoughts in my heart for poe..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竹西朴氏 暮春閒居 東風三月可銷憂,黃鳥聲中汗漫遊。 細雨纔添楊柳岸,斜陽偏在杏花樓。 棊兵賈勇終難敵,酒國升平且暫留。 容易枕邊成一夢,迢迢孤棹下滄洲。 죽서 박씨 "늦은 봄 한가히 지내며" 샛바람 부는 삼월에는 시름을 풀 수 있습니다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이리 저리 노닐 수 있지요 보슬비가 이제야 버드나무 강 언덕에 내리고; 석양은 기어코 살구꽃 핀 누각을 비칩니다 장기판 졸이 아주 용감해 끝내 상대하기 어렵고; 술 익는 나라 태평스러우니 잠시 머물고 가지요 베갯머리에서 쉽게 꾸는 한 꿈속에서 멀리멀리 홀로 노를 저어 신선의 세상으로 갑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dling in Late Spring" The third moon of vernal breeze, Can allay my worries. L..

죽서 박씨, "잠에서 덜 깬 채로 또 한 수"

竹西朴氏 再疊(睡餘) 如何春夢亂於秦,樓靜元無半點塵。 簷鷰一雙為好客,雲山千疊每相鄰。 晚花開遍月當午,高樹影移時過申。 淺淺斟來浮竹葉,故教詩韻鬪清新。 죽서 박씨 "잠에서 덜 깬 채로 또 한 수" 어째서 봄날 꿈이 진나라보다 더 혼란스러운 겁니까 누각이 고요해 애초에 먼지가 조금도 없습니다 처마끝 제비 한 쌍은 반가운 손님이고; 구름 낀 산 천 겹 언제나 서로의 이웃입니다 느지막하게 피는 꽃이 지천에 흐드러지고 달은 하늘 한 가운데 걸렸는데; 높은 나무 그림자 움직여 가니 이미 때는 저녁 나절을 지납니다 조금 따른 술잔에 대나무 이파리를 띄워 마시며 운을 골라 시를 지어 깨끗하고 맑은지 견주어 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nother Poem Written Lingering in Sleep" Wh..

죽서 박씨, "잠에서 덜 깬 채로"

竹西朴氏 睡餘 誰復文章記過秦,吾生却恨似輕塵。 十年空負青山約,晚計聊尋白鷺鄰。 流水祇應添甲子,散人何必守庚申。 閒居未覺黃昏度,啼歇林禽月更新。 注:頸聯以庚申對甲子,為對仗之妙者。甲子為干支六十年周期之始,因而或泛指歲月。對句之庚申為庚申日,干支六十日之五十七。天干之庚與地支之申皆陽,且為五行中之金。庚申日一夜不睡,視夜如晝,祈求天赦,改陰夜為陽也。因此有守庚申之習俗。 죽서 박씨 "잠에서 덜 깬 채로" 누가 다시 글을 지어 진나라의 잘못을 기록할까요 이 내 인생 가벼운 먼지 같음을 한스러워 합니다 십 년을 하릴없이 지키지 못한 푸른 산에 은거하자는 기약; 뒤늦게 그럭저럭 되어 보려는 백로의 욕심 없는 이웃 흐르는 물이 상대하는 것은 오로지 갑자을축 더해가는 세월인데; 보잘것없는 이 사람이 왜 꼭 경신일 밤 양의 기운을 지켜야 하나요 ..

죽서 박씨, "가을 날 금원에게 보냅니다" 두 수

竹西朴氏絕句二首 秋日寄錦園 (三湖亭金侍郎小室) 一陣哀鴻向晚多,江雲嶺樹斷腸何。 相思淚灑東流水,去作三湖別後波。 再疊(秋日寄錦園) 月明無限此宵多,兩地深懷較若何。 欲借星槎來夢裏,莫教河漢動新波。 죽서 박씨 절구 두 수 "가을 날 금원에게 보냅니다" (금원은 삼호정 김시랑의 소실입니다) 한 무리 애달픈 기러기 저녁 녘으로 많아졌지만 강가 구름과 고갯마루 나무가 애간장을 끊는 건 무슨 연유입니까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그리워 흘리는 눈물을 실어 삼호로 보내며 가서 이별 후의 물결이 되라 했습니다 "가을 날 금원에게 또 한 수 보냅니다" 끝없이 밝은 달 오늘 밤에는 더욱 유난합니다 두 곳의 그리움, 어느 쪽이 깊은지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별나라 뗏목을 빌려 꿈 속으로라도 가고 싶으니 은하수에 새 파도가 일지 않게 하시지..

죽서 박씨, "한가롭게 읊조리는 노래"

竹西朴氏 閒詠 終南小屋結幽期,滿案詩書卽我師。 月裏寒聲孤鴈過,雪中春意早梅知。 計無狡兔營三窟,身似鷦鷯足一枝。 舊學未能真是病,十年勤苦竟何為。 注:頸聯兩句〈狡兔三窟〉與〈鷦鷯足一枝〉各出自《戰國策》〈齊策〉與《莊子》〈逍遙遊〉。 죽서 박씨 "한가롭게 읊조리는 노래" 종남산에 오두막을 짓자고 은밀히 기약했지요 책상 위에 가득한 시와 서신이 저를 이끌어 줍니다 달빛 아래 차가운 소리로 외로운 기러기 지나가고; 눈 속 봄기운은 이른 매화가 알겠지요 꾀가 없으니 영리한 토끼처럼 굴을 셋 파지 않을 것이고; 몸이 조그만 굴뚝새를 닮아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합니다. 옛날의 학문을 익힐 수 없었던 건 참으로 병이었습니다. 십 년을 열심히 노력했지만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요 주: 다섯째와 여섯째 구절의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죽서 박씨, "다시 강 건너 서쪽으로 가려 합니다"

竹西朴氏 再作江西行 晚節那堪落木聲,滿庭衰草不知名。 秋天一碧心俱凈,夜月虛明夢亦清。 千里山南懷惜別,二年江北笑今行。 西風近日多歸鴈,願借餘音寄此情。 죽서 박씨 "다시 강 건너 서쪽으로 가려 합니다" 마무리의 계절에 어찌 차마 떨어지는 잎새 소리를 듣나요 정원 가득 스러져버린 풀들 이름도 모릅니다 가을 하늘 온통 푸르니 내 마음도 모두 깨끗하고; 밤 달이 훤히 밝아 내 꿈 역시 맑습니다 천 리 밖 산 남쪽 헤어지는 안타까움을 마음에 품고; 이 년 동안 강 북쪽으로 이제 웃으며 갑니다 요즈음 며칠 하늬바람 불더니 돌아가는 기러기가 많아졌어요 그 울음소리 여유가 조금 있으면 빌려서 이 마음을 담아 보내고 싶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Going to West of the River Again" In th..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竹西朴氏 奉呈 盡日仍無一笑迎,枕邊慵臥夢難成。 蕭蕭簷雨孤燈暗,杳杳江雲萬樹平。 醉裏因忘新韻字,愁中偏苦遠鍾聲。 來期漸近須加念,始覺遲遲歲月更。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날이 저물도록 기다리지만 여전히 웃음으로 맞이할 사람은 오지 않습니다. 나른한 몸으로 베갯머리에 눕지만 꿈을 꾸기도 어렵습니다 쏴아쏴아 비바람이 처마끝으로 지나가고 하나뿐인 등불은 희미합니다; 어둑어둑 구름이 강 따라 펼쳐져 만 그루 나무가 가지런합니다 취기 속에 잊은 건 새로 내신 운 맞출 글자; 근심 중에 끝내 씁쓸한 건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입니다 오실 날이 점차 다가와 더욱 잘 기억하려 하니 세월이 더디도 흐르다는 걸 비로소 깨닫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Reverently Presented to You" I've bee..

죽서 박씨, "재화당에서 한가롭게 읊습니다"

竹西朴氏 在和堂閒咏 獨立闌頭雪滿城,碧天星斗又新晴。 北風搖落添寒意,老樹蕭森作夜聲。 淡月窺燈相繾綣,遠鍾和睡未分明。 病餘始覺多消瘦,一倍傷神一倍驚。 죽서 박씨 "재화당에서 한가롭게 읊습니다" 홀로 난간 끝에 서서 내려다 보니 성 안 가득 눈이 내렸고 푸른 하늘과 별들이 다시 새롭게 맑았습니다 된바람 흔들어대며 내려와 추운 기운을 더했고 늙은 나무 쓸쓸히 시들어 밤 소리를 냅니다 희미한 달빛이 등불을 훔쳐 보듯 서로 어울려 있고 멀리 들리는 종소리 꿈과 화답해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병치레 끝에 처음 느끼지만 몹씨 여위었네요 상처난 마음도 두 배 놀란 가슴도 두 배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Leisurely Chanting at In-Harmony Hall" Standing alone at the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