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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竹西朴氏 奉呈 歲月蹉跎幾許分,哀鴻仍是病中聞。 一輪明月來相照,半樹寒梅逈不群。 憶別裁詩頻下淚,無心揮墨謾生雲。 誰謂人間能浩大,環瞻四海只依君。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헤어져 헛되이 보낸 세월이 그 얼마입니까 서글픈 기러기 울음소리를 여전히 병중에 듣습니다 밝은 달 동그라미 하나 와서 서로를 비추니; 싸늘한 매화 성근 꽃잎 참으로 빼어납니다 헤어지던 날을 기억하며 시를 마름질하니 자꾸 눈물이 흐르지만; 마음 내려놓고 휘둘러 쓰는 글씨는 멋대로 구름처럼 날아 오릅니다 사람들 세상 한없이 크다고 그 누가 말하나요 이리저리 둘러싼 바다를 바라보지만 기댈 곳은 님뿐입니다 주: 둘째 연에서 숫자인 "하나(一)"와 숫자의 부류로 볼 수 있는 "반(半)"이 이루는 댓구가 번역에서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쉽습니다. 글자의..

"입춘이 멀었는데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동파노인을 생각합니다"*

半賓 立春尚遠見水仙花初開因思坡翁* 水仙初發氣仍寒,溫酒三升緒始歡。 且請龍君來對坐,引杯各舉共呼乾。 *蘇軾〈飲湖上初晴後雨〉二首,其一:「朝曦迎客艷重岡,晚雨留人入醉鄉。此意自佳君不會,一杯當屬水仙王。」(湖上有水仙王廟。) 반빈 "입춘이 멀었는데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동파노인을 생각합니다"* 수선화가 처음 피었는데 아직 바람이 찹니다 술 석 되를 덥혀야 마음이 비로소 기쁘겠습니다 용왕님을 오시라 청할 테니 마주 앉으십시오 모두 잔을 당겨 높이 들고 함께 외치시지요, "건배" *소동파는 "호수 위에서 술을 마시는데 잠시 맑은 후 비가 왔다"라는 제목의 시 두 수의 첫째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아침 햇빛 속에 손님을 맞이할 때는 겹겹 산등성이가 아름다웠고, 저녁 비 속에는 그 손님을 붙들며 취한 후 고향으로 떠나라..

시선(詩選) 2022.05.10

죽서 박씨, "또 한가롭게 읊습니다"

竹西朴氏 又(閒詠) 滿城春氣上為霞,憂樂塵間病轉加。 乍得須看塞翁馬,妄尊堪咲子陽蛙。 絲絲綰恨橋邊柳,朵朵消魂嶺上花。 一瞬滄桑真可念,何人肯教暫離家。 注:四句用《後漢書·馬援列傳》事。馬援評公孫述曰:「子陽井底蛙耳」。公孫述,字子陽。 죽서 박씨 "또 한가롭게 읊습니다" 성 안 가득 봄기운이 하늘로 떠올라 노을이 되었는데 근심과 즐거움의 이 풍진세상에서 내 병은 더욱 심해집니다 언뜻 뜻이 이루어지면 변경 노인의 말 이야기를 보아야 하고; 누군가 하릴없이 치켜세우면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웃음을 견디게 됩니다 다리 옆 버드나무는 가지마다에 아픔을 매달았고; 고갯마루 꽃은 송이송이 영혼을 흩트립니다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참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누구인들 잠시라도 집을 떠나 있게 하겠습니까 주: 둘째 연의 "변경 ..

죽서 박씨, "한가롭게 읊습니다"

竹西朴氏 閒詠 樹陰濃綠鎖殘霞,酒氣沉沉午睡加。 雨歇床床愁漏屋,春深閣閣聽鳴蛙。 去來不管尋常鳥,富貴猶存次第花。 一日放過真可惜,盡輸風物屬詩家。 注:三句令人想起杜甫〈茅屋為秋風所破歌〉:「床頭屋漏無乾處,雨腳如麻未斷絕。」 죽서 박씨 "한가롭게 읊습니다" 짙푸른 나무 그림자 스러져가는 저녁노을을 품었고 거나한 술기운이 낮잠을 재촉합니다 비는 그쳤지만 여기저기 지붕이 새 시름하면서; 봄이 깊어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오고 가며 늘 보는 새는 대수롭지 않지만; 탐스러운 함박꽃이 차례로 피려고 아직도 기다립니다 하루도 그냥 보내면 참으로 안타깝지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시 쓰는 이 사람에게 보내주세요 주: 셋째 구절은 두보 (杜甫)의 "가을바람에 부서진 초가지붕의 노래 (茅屋為秋風所破歌)"를 상기시킵니다. "지붕..

죽서 박씨, "이른 봄 또 마음을 풀어 씁니다"

竹西朴氏 又(早春書懷) 逢春隨處盡名亭,酒德端宜解撰經。 人人未易期白頭,事事無如對眼青。 雪華着地仍成水,梅蘂飄風便似星。 忽逼微寒欺病骨,繁陰漠漠遠雲停。 죽서 박씨 "이른 봄 또 마음을 풀어 씁니다" 봄을 만나는 곳이면 어디에나 훌륭한 정자가 있고 술의 힘은 분명히 경전을 공부하는데 적절합니다 사람마다 사는 게 쉽지 않아 머리 하얗게 셀 것이 뻔하니; 일이 모두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정 깊은 눈길로 보아야 되겠지요 눈꽃송이 땅에 떨어지면서 녹아 물이 되고; 매화 꽃잎 바람에 휘날리는 게 별을 닮았습니다 갑자기 밀려드는 싸늘한 기운이 병든 몸을 업신여기지만 짙은 그늘은 아스라히 먼 구름에서 머뭇거립니다 (반빈 역) Bak Jukseo "Writing the Heart Again in Early Spring" ..

죽서 박씨, "이른 봄 마음을 풀어 씁니다"

竹西朴氏 早春書懷 陣陣輕寒乍透欞,低垂簾箔點茶經。 雪因山氣殘猶白,草得春心凍更青。 詩境現前通夜月,酒名從古列天星。 浮生若此能消受,只恨流光不暫停。 죽서 박씨 "이른 봄 마음을 풀어 씁니다" 쌀쌀한 기운이 휘익 휘익 격자창문으로 스며들어 주렴을 낮게 내리고 《다경》을 꼼꼼히 읽습니다 산의 기운을 받았는지 눈이 희게 남았고; 봄의 마음을 얻어 풀은 얼수록 푸릅니다 시에 담을 뜻이 앞에 나타나 달 밝은 밤 내내 이어지고; 술로 얻는 이름은 예로부터 하늘의 별처럼 늘어섰지요 이렇게 떠도는 삶이야 어떻게 견딜 수 있지만 세월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Writing the Heart in Early Spring" A gale after gale of chill Slip..

죽서 박씨, "병중에 품은 생각"

竹西朴氏 病懷 野鶴精神雲外清,病餘形影祗堪驚。 一身欹側終知苦,兩手扶持暫試行。 客久更難拋物累,家貧方可驗交情。 池塘春水簾櫳月,今日誰期在此城。 죽서 박씨 "병중에 품은 생각" 들 두루미 같은 정신 구름 밖 저 멀리까지 맑은데 병치레 후의 몰골은 오로지 나를 놀라게 할 뿐입니다 이 한 몸뚱이 자꾸 옆으로 기울어져 못내 고통스럽지만; 그 두 손이 붙들어 주니 잠시 걸어 보고 싶습니다 떠돌이 삶 오래될 수록 얽매인 일 버리기 더욱 어렵고; 집안이 가난해야 정 주며 사귈 수 있는지 압니다. 연못에 봄 물이 차고 주렴 내린 창에 달이 걸렸지만 오늘 누가 여기서 만나자고 기약을 할까요 (반빈 역) Bak Jukseo "Thoughts in Illness" The spirit like a wild crane Is clear..

죽서 박씨, "송나라 사람의 운을 따라"

竹西朴氏 次宋人韻 清泉無處洗煩襟,雅樂何需待賞音。 花苑春歸紅雨歇,柳堤風㬉綠烟深。 欲裁遠信傾心寫,為遣孤懷抱膝吟。 好與周旋有明月,一年幾夜淨無陰。 (三句紅雨,警修堂本作紅兩。) 죽서 박씨 "송나라 사람의 운을 따라" 맑은 샘조차 어디에도 가슴 속 번뇌를 씻을 곳 없는데 우아한 음악은 무얼 위해 들어줄 사람을 기다립니까 꽃밭에서 봄이 물러가면서 붉은 꽃비 잦아들었고; 버드나무 강둑에 바람 따듯해 녹색 안개 더욱 짙어 졌습니다 멀리 갈 편지 마름질해 마음을 쏟아 쓰고; 외로운 기분을 풀어내려고 무릎을 당겨 안고 읊조립니다 다행히 밝은 달이 있어 나를 맴돌아 줍니다 한 해 동안 구름 한 점 없이 이렇게 깨끗한 밤이 몇 밤이나 있을까요 (반빈 역) Bak Jukseo "Following the Rhyme Scheme o..

죽서 박씨, "병중에 또 운을 골라 시를 짓습니다"

竹西朴氏 病中拈韻(其二) 獨倚簾櫳倍黯然,樓高偏覺早秋天。 輕於投石橫江鳥,鳴似流泉抱葉蟬。 乍潤衣彩山翠重,微凉枕簟雨聲連。 隨便坐臥無聊甚,一半幽愁一半眠。 (六句雨字,警修堂本、手抄本皆作兩,據詩意改之。) 죽서 박씨 "병중에 또 운을 골라 시를 짓습니다" 홀로 주렴 드리운 창가에 기대니 마음이 더욱 어둡고 우울합니다 높은 누각이 고집스럽게 일찍 온 가을을 느끼라고 합니다 팔매질한 돌보다 가볍게 강을 가로질러 나는 새; 흐르는 샘물 소리처럼 울먹이며 나뭇잎을 부여잡는 매미 언뜻 반짝이는 옷 색채가 비취빛 산과 어우러지고; 다소 쌀쌀한 베개와 대나무 돗자리로 빗소리가 이어집니다 앉고 싶으면 앉고 눕고 싶으면 눕는 참으로 무료한 시간 깊은 근심 반, 낮잠 반으로 채웁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gain, Ch..

죽서 박씨, "병중에 운을 골라 시를 짓습니다"

竹西朴氏 病中拈韻 無情歲月去悠然,雲物蒼涼白露天。 那得逍遙身化蝶,祇緣憔悴耳鳴蟬。 旅懷已覺來千里,俗事猶堪閣一邊。 樹影扶疏苔色凈,斜陽最好抱書眠。 죽서 박씨 "병중에 운을 골라 시를 짓습니다" 무정한 세월 멀리로 멀리로 흐르고 구름 빛 싸늘한 흰 이슬 내리는 하늘 아래 어떻게 자유롭게 노닐며 몸을 나비로 바꿀 수 있을까요; 오로지 꼴이 처량해서인지 귓속이 매미 울음으로 가득합니다 나그네의 마음으로 이미 천 리를 온 걸 아니; 세상 일은 애써 견디며 한 모퉁이에 밀어 둘 수 있겠지요 나무 그림자 무성하고 이끼 색은 깨끗합니다 해 저물 무렵은 책을 안은 채 잠들기 제일 좋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Choosing a Rhyme While Ill" Amid years and months that f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