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1

김유근,"더위를 고통스러워 하며" (칠언율시)

金逌根 〈苦熱〉(七言律詩) 蒸雲鬱鬱遍長空, 赫日當頭火似紅。 厭見山前過驟雨, 那堪樹際送薰風。 倦飛烏鵲翔難下, 亂噪蜩螗聒不窮。 睡思昏昏飜自覺, 幾回携席繞堂中。 김유근 "더위를 고통스러워 하며" (칠언율시) 찌는 구름이 컴컴하게 퍼지면서 온 하늘을 뒤덮더니, 타는 해가 머리 위에서 불처럼 붉습니다 산 앞으로 지나가 버리는 소낙비가 한스러운데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어찌 견디나요 지친 까치들 날아올라도 내려오기 어렵고 소란스러운 매미들 울음소리 끝이 없습니다 몽롱한 잠결에 깜짝 정신이 들어 때 몇 번이나 돗자리를 들고 집안을 돌고 있나요 (반빈 역) Kim Yu-gun "Suffering from Heat" (Hepta-syllabic Regulated Verse) Steaming clouds glo..

김유근,"대나무"

金逌根 〈竹〉 幾年勞種竹, 蒼鬱已成林。 密葉籠烟重, 叢條帶雨深。 招凉由禀氣, 絕俗自其心。 却愛池塘月, 扶疎不作陰。 김유근 "대나무" 몇 년을 애써서 대나무를 심었더니 울창해져 이미 숲을 이루었습니다 빽빽한 이파리 안개에 덮여 무겁고 촘촘한 가지 비를 머금어 깊습니다 서늘함을 부르는 건 하늘이 주신 기운이고 속됨을 끊는 건 스스로의 마음이지요 연못의 달을 좋아하는 건 분명합니다 무성하면서도 그늘을 만들지 않네요 (반빈 역) Kim Yu-gun "Bamboo Trees" The hard work of planting continued for years, And the bamboo trees are exuberant, already forming a forest. Dense leaves are heavy, c..

김유근,"고통스러운 더위" (오언율시)

金逌根 〈苦熱〉(五律) 散衣行又坐,畏熱廢吟詩。 靜樹蟬鳴急,空庭鳥下遲。 浸水思龍蛻,敲氷憶藕絲。 流金寧有是,不害古人詞。 김유근 "고통스러운 더위" (오언율시) 옷깃을 풀어 헤치고 걷다 앉았다 하면서 더위가 두려워 시 읊는 것도 접었습니다 조용한 나무에서 매미가 급히 울고 빈 정원으로 새들이 느릿하게 내려옵니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껍질을 벗는 용을 생각하고 얼음을 두드리며 순백의 연근섬유를 기억합니다 용광로 쇳물 같은 더위를 받아들일지언정 옛사람들의 시에 해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반빈 역) Kim Yu-gun "Tormented by Heat" With the clothes loosened, I walk, sit, and walk again. Dreading the heat, I give up chanting..

김유근,"저녁녘에 서서"

金逌根 〈夕立〉 不省黃昏久,林間散步行。 滄桑迷浩劫,邱壑媿餘生。 已短顛毛盡,無煩慧竇明。 朋遊何處是,怊悵暮鐘聲。 김유근 "저녁녘에 서서" 땅거미 내린 지 벌써 오래 된 걸 모르고 숲 사이로 산보를 나왔습니다 격동하는 어지러운 세상 큰 난리 속에 길을 잃었으니 깊은 산 어두운 골짜기에서 살 남은 생애가 안쓰럽습니다 이미 짧아져버린 정수리 머리털마저 다 빠졌으니 애써서 세상 일에 밝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친구들은 다 어디를 노닐고 있는지 슬픈 마음으로 저녁 종소리를 듣습니다 (반빈 역) Kim Yu-gun "Standing in the Evening" Being oblivious that the dusk Has gathered from a long while ago, I come out for a walk On ..

김유근,"지지대를 지나는 깊은 감회를 삼가 적습니다"

金逌根 〈過遲遲臺感懷恭賦〉 遲遲昔日此臺前, 宸慕凝鑾望寢園。 追本有辭情極地, 為君無樂慟窮天。 臣民巨割庚申夏, 城闕空悲甲子年。 子弟新豐今已老, 歌風一曲淚潸然。 注:遲遲臺位於今韓國水原附近。正祖拜謁顯隆園,即其父莊獻世子(思悼世子)之陵寢,歸途至彌勒峴,回望顯隆園遲遲不去,因而其處名之為遲遲臺。頸聯之庚申年(1800)與甲子年(1804)與正祖與其母惠慶宮洪氏有關。正祖崩於庚申年六月。正祖在位(1776-1800)初之所謂丁酉逆變牽連洪氏一家,正祖之外祖父洪鳳漢失職,一家二人賜死等懲罰不淺。正祖曾因對洪氏一家之措施有所後悔,答應至古稀之甲子年,赦免洪氏一家。正祖未至其時而崩,赦免亦未成。尾聯用漢高祖作新豐於長安,以悦太上皇之心。 김유근 "지지대를 지나는 깊은 감회를 삼가 적습니다" 지난 날 이 누대 앞에서 머뭇머뭇하셔서 지지대라 이름이 붙었지요 지극한 임금..

김유근,"가뭄 더위"

金逌根 〈旱熱〉 苦避蚊蝱屢換床, 一絲難着汗如漿。 試思氷雪今猶凜, 曾謂炎蒸已付忘。 此時政急三農雨, 何處當尋半日凉。 從古脅肩云甚病, 誰居夏屋不其臧。 김유근 "가뭄 더위" 고통스러운 모기와 쇠파리를 피하려 몇 번이고 잠자리를 바꿔야 하고 한 올 옷도 걸치고 있기 어렵게 땀이 물 흐르듯 합니다 얼음 얼고 눈 오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이 조금은 서늘할까요 찌는 무더위를 이미 잊었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급하게 필요한 건 산에서도, 평지에서도, 물가에서도 비; 어디엘 가야 반나절이라도 시원할 수 있나요 옛부터 어깨를 움츠리면 무언가 심한 병이라고 했지요 누구라서 널찍한 집에 살면서 그걸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반빈 역) Kim Yu-gun "Scorching Heat in Drought" To dodge the ..

김유근,"꿈에서 동해를 노닐고 짓습니다" 짧은 서문 포함

金逌根 〈夢遊東海作〉并小序 余嘗夢躡虛而行,見波濤浩渺,一望無際,柏田森森,蔚然成林者,謂之東海之青草湖。四顧寂然,悄無人跡,惟見白雲起於東天,徃來不散。樓閣隱見於空中,而時聞鍾聲隔岸隨風而來。悵望良久,既而思返,行未數步有人忽自後呼,曰:「來既不易,何為空返耶?願題一詩而去。」余回視即應,曰:「四僊一入東溟去,青草白雲愁渺渺。」纔唫,忽悟惘然自失,旋又交睫即足,成一絕,云:「隔岸鍾聲何處在,滿空樓閣隱縹緲。」竟不知呼者之為誰。 四僊一入東溟去, 青草白雲愁渺渺。 隔岸鍾聲何處在, 滿空樓閣隱縹緲。 注:〈四僊〉一詞所指之內容常按處不同。比如,民間用法包括人居住環境中常見之四種動物:黃鼠狼(黃仙),狐狸(狐仙),刺猬(白仙),蛇(柳仙)。這首詩裏介乎道佛之間之四位人物,如《四仙拱壽圖》之劉海蟾、李鐵拐、禪僧寒山與拾得等。但無法確知。 김유근 "꿈에서 동해를 노닐고 짓습니다" 짧은..

김유근,"그대의 꿈에 화답합니다"

金逌根 〈和人夢作〉 仙娥新自碧城廽, 手折琪花閬苑栽。 一曲清歌傾四座, 為君滿酌九霞盃。 김유근 "그대의 꿈에 화답합니다" 푸른 안개의 성에서 막 돌아온 선녀가 손수 꺾어온 옥나무 기화를 신선의 뜰에 심었다지요 맑은 노래 한 곡에 주위 사방이 모두 귀를 기울였는데 그대를 위해 하늘나라 구하술잔을 가득가득 채웠다 했나요 (반빈 역) Kim Yu-gun "Echoing Your Dream" A celestial lady, Just back from the Blue Haze Castle, Planted in the fairy garden A jade tree she brought herself, I hear. A song of her serene tone, Everyone listened to with admira..

김유근,"화석정에 붙입니다"

金逌根 〈題花石亭〉 有懷山中人, 獨徃山日瞑。 竹逕轉翠微, 空舘何幽靜。 歲晏羣芳睡, 庭梅獨自醒。 怡然步清月, 愛此寒潭影。 注:花石亭位於韓國京畿道之坡州。為紀念高麗朝末之大儒吉再(1353-1419,號冶隱)而建。屢被荒廢或燒毀,屢次再建。相傳李珥(1536-1584,號栗谷)等多數著名學者文人來吟詩。 김유근 "화석정에 붙입니다" 산 속에 사는 그대가 그리워 홀로 찾아 가는데 산 속에서 날이 저뭅니다 대나무 숲을 따라 푸른 산길을 돌아 들었는데 텅 빈 이 집 어찌 이렇게 아늑합니까 한 해가 저무는 지금 온갖 꽃 향기 다 잠들었는데 뜰 안 매화만 홀로 깨어 있습니다 맑은 달빛을 즐겁게 밟으며 걸으니 연못에 비친 싸늘한 그림자가 사랑스럽습니다 주: 화석정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정자입니다. 고려말의 유학자 야은 길재(1353-..

김정희,"까치둥지"

金正喜 〈鵲巢〉 喜鵲喳喳繞屋茆, 窓南直對一丸巢。 新來不唾青城地, 透頂恩光敢自拋。 김정희 "까치둥지" 까치가 까악까악 짖으며 처마 밑을 맴돌기에 보니 창 남쪽을 바로 마주해 둥근 둥지를 틀었습니다 새로 왔지만 침도 뱉지 않는 푸른 성으로 둘러싸인 땅, 머리 위부터 내려 비추는 은혜로운 빛을 감히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반빈 역) Kim Chong-hui "A Magpie Nest" Crying wock wock-a-wock, A magpie circles around the eaves, For it built a nest Facing the window in the south. The land enclosed by blue walls I've just arrived, where I do not even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