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1

김유근,"꿈속에서 달 위의 궁전을 노닐고 짓습니다" 짧은 서문과 함께

金逌根 〈夢遊月宮作,并小序〉 余嘗夢至一大城,城高屹然,譙堞皆如疊玉層氷。白光瀰漫中,有宮闕樓閣,屹屹相向,徃來不定。遙見一大樹,童童如盖,圍可數十抱,高不見際,而異香襲人,冷氣逼骨。樹下有一高樓,樓上有一美人,方臨窓梳頭,髪白如霜。傍有一大白兔,通身玉潔,光彩皆從毫端迸出,不能正視眺望。既久闃若無人,俄聞珮聲璆然,笑語漸近,麗姝數十輩,皆靚服明粧携手而至,長帔修袂,無風自舉,翩翩不止。見余驚問,曰:「何人敢至此乎?」余方疑愳不能答,其中一人笑曰:「苐勿愳。君知廣寒月府乎?凡人未易至此。」因指梳頭者,曰:「此即世所謂姮娥者也。君既入此境,可留一詩而歸。」余逡巡即應,曰:「層氷疊玉浩茫茫,走殿飛樓逐駭光。兔老蟾寒凡幾歲,姮娥頭髮白如霜。」吟已竟失所在而已,驚悟時,乙丑(1805)十二月日也。 層氷疊玉浩茫茫, 走殿飛樓逐駭光。 兔老蟾寒凡幾歲, 姮娥頭髮白如霜。 김유근 "꿈속에서 달..

김유근,"새벽에 베개 베고 빗소리를 듣습니다"

金逌根 〈曉枕聽雨〉 曉枕春睡淺, 檐鈴若相語。 不知身是夢, 還尋夢來處。 김유근 "새벽에 베개 베고 빗소리를 듣습니다" 새벽녘 베개 위 얕은 봄 잠에 추녀에 달린 종과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이 몸이 바로 꿈인 걸 모르고 아직도 꿈이 어디서 왔나 찾고 있나 봅니다 (반빈 역) Kim Yu-gun "Listening to Rain on a Pillow at Dawn" In a shallow spring lumber on a pillow, I may have talked with the bell hanging from the eaves. Without knowing that this body is a dream, I am still seeking from where my dream comes. (H. Rhew..

김정희,"시골 집 벽에 적습니다" 서문 포함

金正喜 〈題村舍壁並序〉 路旁村屋在薥黍中,兩翁婆熙熙自得,問翁年歲幾何,七十,上京否,未曾入官,何食,食薥黍。余於南北萍蓬,風雨飄搖,見翁聞翁語,不覺窅然自失。 禿柳一株屋數椽, 翁婆白髮兩蕭然。 未過三尺溪邊路, 玉薥西風七十年。 김정희 "시골 집 벽에 적습니다" 서문 포함 길가 시골 집 한 채가 옥수수 밭에 있는데, 할아범과 할멈 두 사람이 평화롭게 스스로 만족하며 삽니다. 할아범에게 나이를 물으니 일흔이라 하고, 상경한 일이 있느냐 물으니 관직을 한 일이 없다고 합니다. 무얼 먹느냐 물으니 옥수수를 먹는다고 합니다. 나는 남쪽으로 북쪽으로 떠돌며 비바람 속에 흔들리는 삶을 살았는데, 노인을 만나고, 노인의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정신이 멍해 집니다. 이파리 떨어진 한 그루 버드나무 옆 서까래 몇 개로 얽은 집 한 채에..

김정희,"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군 자네만..." 네 수의 네째

金正喜 〈村居病甚,惟柳生問疾而來,授方而效,其意可嘉,書贈如此,並屬其尊甫桐君。〉 四、 一一蝸牛小許廬, 城居未必敞村居。 君家老佛能銷受, 五百清風半卷書。 注:三句老佛或謂老子與佛家,在此讀為信佛之老人,指柳生之父。 김정희 "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학영)군 자네만 찾아와 병세를 살펴주네. 자네의 처방이 바로 효과가 있어. 자네의 뜻이 가상해서 이것을 써서 드리고, 아울러 의사인 부친에게도 문안을 부탁하네." 네 수의 네째 하나같이 달팽이집 같은 자그마한 오두막 도회지 집들이 시골의 집보다 널찍한 건 아니네 불심 깊은 노인이 자네 집을 잘 참아 주시니 오 백 그루 대나무 산뜻한 바람에 책 반 권은 갖춘 것 같으이 주: 세째 구절의 노불(老佛)은 노자로 대표되는 도가와 불가를 합친 말로 볼 수도 있지만, ..

김정희,"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군 자네만..."네 수의 세째

金正喜 〈村居病甚,惟柳生問疾而來,授方而效,其意可嘉,書贈如此,並屬其尊甫桐君。〉 三、 仲景叔和法印傳, 紛紛訣賦野狐禪。 東人最又迷訛甚, 家祝入門三百年。 注:仲景,後漢棗陽人張機之字,官至長沙太守。善醫術,著《傷寒論》。叔和,許叔微,宋真州人,善醫術。 김정희 "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학영)군 자네만 찾아와 병세를 살펴주네. 자네의 처방이 바로 효과가 있어. 자네의 뜻이 가상해서 이것을 써서 드리고, 아울러 의사인 부친에게도 문안을 부탁하네." 네 수의 세째 중경과 숙화 그들의 의술이 전해지지만 분분히 읊어 대는 기묘한 비책은 들여우의 빗나간 참선이지 그릇된 것에 미혹되는 건 우리 동쪽 나라 사람들이 제일 심해서 집집마다 문으로 들어섰다고 좋아한 게 벌써 삼 백 년이 되었어 주: 첫 행의 중경(仲景)과 숙..

김정희,"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군 자네만..." 네 수의 둘째

金正喜 〈村居病甚,惟柳生問疾而來,授方而效,其意可嘉,書贈如此,並屬其尊甫桐君。〉 二、 顛旭顛素皆肚疼, 千秋法墨艸書騰。 近因桶脫究新義, 絕斷衆流君更能。 注:首句用張旭、懷素二人事,皆善草書。張旭酒醉以沾墨之頭髮揮毫。二人有顛狂之名,亦皆留肚痛帖。桶脫即桶底脫,佛家語,禪家以之喻悟脱之境。 김정희 "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학영)군 자네만 찾아와 병세를 살펴주네. 자네의 처방이 바로 효과가 있어. 자네의 뜻이 가상해서 이것을 써서 드리고, 아울러 의사인 부친에게도 문안을 부탁하네." 네 수의 둘째 정신나간 장욱도 미친 회소도 모두 복통을 앓았지만 천 년 서예 배울 만한 법첩을 남겼고 특히 초서체가 달리는 듯하지 요즈음 밑 빠진 독 채우듯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지만 하찮은 모든 갈래를 끊어내는 건 자네가 훨씬 잘..

김정희,"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군......" 네 수 중 첫째

金正喜 〈村居病甚,惟柳生問疾而來,授方而效,其意可嘉,書贈如此,並屬其尊甫桐君。〉 一、 河東清弱不勝衣, 六氣之間早研微。 生笑老夫如縷命, 茶薑紅麴與相依。 注:詩題中桐君一詞為傳說中黃帝時醫師。據《秋史山泉》補尊甫二字。柳生父子皆工醫。河東指柳學永。唐人柳公權曾任河東太守,因而河東一詞常指柳氏。六氣,陰陽風雨晦明也,《素問》列風熱濕火燥寒。醫家所謂五運六氣之六氣也。五運即五行。 김정희 "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학영)군 자네만 찾아와 병세를 살펴주네. 자네의 처방이 바로 효과가 있어. 자네의 뜻이 가상해서 이것을 써서 드리고, 아울러 의사인 부친에게도 문안을 부탁하네." 네 수의 첫째 하동 유군 자네는 가냘퍼서 옷이 무거워 보일 정도이지만 여섯 가지 기운의 관계를 벌써 미묘한 부분까지 연구했구먼 헛웃음 나는 일이지만 이 ..

김정희,"강 마을 책 읽기"

金正喜 〈江村讀書〉 鯉魚風急鴈煙斜, 數柳橫遮四五家。 底事枯蚌燈火底, 漁歌也少讀聲多。 注:首句鯉魚風,晚秋之風也。李賀,〈江樓曲〉:「樓前流水江陵道,鯉魚風起芙蓉老。」末句少,各本做小。《秋史山泉》作少,似勝。 김정희 "강 마을 책 읽기" 늦가을 바람 세차고 기러기 안개 속으로 비껴 나는데 버드나무 몇 그루 나란히 서서 집 네댓 채를 가렸습니다 어째서 조가비 등잔 불빛 아래 어부의 노래는 별로 없고 책 읽는 소리가 많을까요 주: 첫 행의 "잉어 바람鯉魚風"은 늦가을에 부는 바람입니다.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가 지은 "강루곡江樓曲"에 "누각 앞으로 흐르는 물은 강릉 가는 뱃길, 잉어 바람이 이니 부용이 시듭니다 樓前流水江陵道,鯉魚風起芙蓉老"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마지막 행의 "적다少"는 대부분의 판본에 "작다小"로 되어 ..

김유근,"흘러감을 아파합니다" 서문포함

金逌根 〈傷逝並序〉 十月二十一日,夜夢景顏來。余喜而握手與語,敘其離濶之懷,宛然如平昔。既寤則聲容笑貌依稀在耳目際,而不復在傍也。於是始悟其死已久矣。所不可知者,景顏果於幽冥之中記存宿昔之情好,憑其長存之一氣而往來於吾傍耶。抑余感舊之念,耿耿於中,因其夢寐而思想之所由形歟。由彼而然,悲亦無已也。由此而然,悲亦無已也。若使景顏而在者,夢無足恠而悲何從生。嗚呼,死者無夢,夢則非死,而方其夢也,夢亦死耳。死而從死者遊,固無足恠也。然吾之夢可覺,而景顏之死終不可起已。則吾不能無感於造化者之為也。今焉已矣,誰知余之悲之深歟。落月滿庭,林風瑟然。撫昔彷徨,懷思悽愴,遂作詩以抒情而命曰傷逝云。 十月廿日咿唔罷, 胡然異夢山舍夕。 髣髴覿彼頎而長, 向我勞苦如平昔。 我思悠悠適從何, 笑語渾忘重泉隔。 君言讀書為君賀, 更喜此地真靜僻。 細訴衷曲語悲楚, 我實念君君曾亦。 後語支離不復記, 惟聞暗中..

김정희,"자기 강위의 삿갓 쓴 초상에 재미 삼아 붙인다" 네 수 중 넷째

金正喜 〈戲題慈屺戴笠像四首〉之四 慈屺是非何與我, 莫將閒處做工夫。 憑君試問本來面, 未染毫時有也無。 注:姜瑋(1820-1884),晉陽人。字,堯章,號,慈屺、秋琴 김정희 "자기 강위의 삿갓 쓴 초상에 재미 삼아 붙인다" 네 수 중 넷째 강위, 자네가 판단할 옳고 그름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겠나 쓸데없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데 애를 쓰지 말게나 본래의 모습이라는 게 무엇인지 자네가 물어줄 것으로 믿네 붓끝을 적시지 않는 때는 무언가 있어도 없는 것과 같아요 주: 자기는 진양사람 강위(1820-1884)의 호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Inscribed Playfully on the Portrait of Kang Wi (1820-1884), Wearing a Straw Hat" Fourth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