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1

김유근,"용 그리기"

金逌根 〈畫龍〉 崢嶸頭角久潛淵, 跳舞九鱗滿眼前。 他日若成騰化勢。 不知雲雨起何天。 김유근 "용 그리기" 머리 위 어마어마한 뿔이 오래오래 깊은 못에 잠겨 있었으니 용 비늘이 뛰어 춤추며 눈 앞을 가득 채워야 하겠지요 언제인가 날아오르는 기세를 그려낼 수 있다고 해도 구름과 비가 어느 하늘에서 일어 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반빈 역) Kim Yu-gun "Painting Dragon" The extraordinary horns on the head Have been in a deep pool for long, And the scaled dragon shall now leap and dance To fill before my eyes. Even if one day I could capture The postu..

김유근,"모기"

金逌根 〈蚊〉 尖嘴噆膚銛似鋒, 暮檐羣起亂詾詾。 生成下濕形因化, 依附陰凉類以從。 攪我安眠聲可惡, 伺人幽處罪難容。 忽驚赫日省簾外, 枕簟何曾見爾蹤。 注:首句噆,叮也,咬也。《莊子·天運》:「蚊虻噆膚,則通昔不寐矣。」 김유근 "모기" 뾰족한 주둥이가 살갗을 파고 들면 날카롭기가 송곳 같습니다 저녁나절 처마끝에서 무리를 이루어 정신없이 웅웅 거리지요 저기 낮은 습지에서 생겨나 모습이 변해가고 축축하고 서늘한 곳에 기대어 무리를 이루고 서로 따릅니다 내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그 소리 참으로 밉고 사람의 은밀한 곳까지 엿보는 그 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놀라 깨니 밝은 해가 주렴 밖에 걸렸는데 베개에도 돗자리에도 그 녀석들 흔적은 볼 수 없습니다 Kim Yu-gun "Mosquitos" When their probo..

김유근,"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네째

金逌根 〈江上曲〉四首之四 斗湄險較月溪難, 下有蛟龍窟宅盤。 峽口西風如箭入, 舟人過午始朝餐。 김유근 "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네째 두미협은 매우 험해서 월계협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 아래는 굴속에 이무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하지요 협곡 입구로 서풍이 화살처럼 불어와 뱃사람들은 점심때가 지나야 비로소 아침을 먹는다고 합니다 (반빈 역) Kim Yu-gun "Songs on the River: Fourth of Four" Tumi Gorge is much more dangerous Than Moon Stream Gorge. A wyvern is, they say, coiled In a cave under it. Westerly winds shoot in like an arrow Through the entra..

김유근,"마음 속 내 사랑"

金逌根 〈所思〉 青青江潭樹,日夕增所思。 所思在何處,乃在天一涯。 天涯不可到,相見無定期。 歲月忽云徂,惻惻心傷悲。 自我與君別,春木幾回滋。 夜雨滴空堦,寒燈獨坐時。 倚枕思成夢,悠悠任所之。 千里一瞬間,歷歷記路岐。 宛如君相對,披襟復陳辭。 陳辭何所道,不言君已知。 蘧蘧忽拊牀,詎意還在茲。 如何夢能到,夢徃身未隨。 所以世間人,有此長別離。 김유근 "마음 속 내 사랑" 푸르고 푸른 강, 강가 나무처럼 내 마음 속 사랑이 밤낮 없이 커 갑니다 내 마음 속 사랑은 어디 있을까요 하늘 저 끝에 있습니다 하늘 저 끝은 다다를 수 없고 우리의 만남은 기약이 없습니다 세월은 갑자기 흘러 버린다 하니 내 마음 더욱 간절하고 아픕니다 그대와 작별한 후 봄 나무가 몇 번 피어났는지 밤비가 텅 빈 계단에 떨어지고 차디찬 등불 아래 홀로 앉아있을 ..

김유근,"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세째

金逌根 〈江上曲〉四首之三 龍津斗峴水中央, 閲盡南船復北航。 博得毛錐輕性命, 風天雨日共忙忙。 注:三句毛錐,讀作毛遂之錐,不讀作毛錐子,即毛筆。毛遂自薦加入平原君使楚國之行,作囊中之錐,事見於《史記·平原君虞卿列傳》。 김유근 "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세째 용나루 말고개 앞의 물 한가운데에서 남쪽으로 사라지는 배를 보고 있으면 북쪽으로 다시 배가 올라옵니다 모수의 송곳을 얻겠다고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지 바람 부는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늘 똑 같이 바쁩니다 주: 세째 구절의 모추(毛錐)는 "털 달린 송곳," 즉 붓이라는 뜻으로 읽지 않고, "모수의 송곳(毛遂之錐)"으로 읽습니다. 진나라의 공격을 받은 조나라가 평원군을 초나라로 보내 원군을 요청하는 사절에 모수가 "낭중지추(囊中之錐), 즉 주머니 안의 송곳"이 되겠다는 ..

김유근,"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둘째

金逌根 〈江上曲〉四首之二 家家江上對清江, 日見江中上下艭。 八十一灘三百里, 舟人多少過神愯。 注:愯字屬上聲腫韻,但說文曰:愯,懼也,雙省聲。或可押上平江韻。 김유근 "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둘째 강가 집집마다 맑은 강을 마주하고 날마다 강 가운데 오르고 내리는 배를 봅니다 삼 백 리 길 여울 여든 하나 뱃사람들 지나다니며 얼마나 오싹한 느낌일까요 (반빈 역) Kim Yu-gun "Songs on the River: Second of Four" Every house by the river Faces the clear river, And looks at the middle of the river Where boats go upstream and downstream. Eighty-one rapids On the th..

김유근,"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첫째

金逌根 〈江上曲〉四首之一 南江水濁北江清, 二水頭前兩合平。 流到斗陵成一色, 不知清濁竟何名。 김유근 "강에서의 노래" 네 수의 첫째 남쪽 강의 물은 흐리고 북쪽 강은 맑은데 두물머리 앞에서 둘이 나란히 합쳐집니다 두릉까지 흘러서는 하나의 색을 이루는데 맑고 흐림을 모르니 결국 어떻게 이름을 지어야 할까요 (반빈 역) Kim Yu-gun "Songs on the River: First of Four" The water in the South River is turbid And that in the North River, clear. Two waters are combined evenly At the Two Water Confluence. Having flown to Turung, The water become..

김유근,"벌"

金逌根 〈蜂〉 前行後接似挨次, 風擁雲屯勢莫遮。 一寸樓臺千疊戶, 三時採獵兩番衙。 김유근 "벌" 앞서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게 마치 순서를 따르는 듯하고 바람처럼 감싸 안고 구름처럼 모여드니 그 기세는 막을 길이 없겠습니다 한 치 높이 누대 하나에 천 겹 집을 이루어 세 계절 꿀을 따고 두 무리로 나뉘어 지킵니다 (반빈 역) Kim Yu-gun "Bees" Leading in front and following from behind Seem to keep an orderly sequence. Hugging like wind and mustering like clouds, Their force is not to be blocked. An inch-high tower And a thousand layers of..

김유근,"고통스러운 더위" (오언고시)

金逌根 〈苦熱〉(五言古詩) 赤日臨天中,彌空布大火。 萬里無端倪,烘雲遍朶朶。 寂寂蟬被噤,踮踮鳶方墮。 喘喘皆欲殊,詎能別人我。 大屋穹而邃,高樹蔭右左。 北窓足清風,涼床置安妥。 奔走羅僮僕,承順侍婀娜。 成羣搖大扇,氷椀貯佳果。 輕紈尚嫌重,有時思裎裸。 貴人理固然,何事復不可。 念彼耕與織,辛苦爾則那。 當晝忘暴露,徹夜不暫惰。 焦土爛肌膚,氣促汗成顆。 奈此屋粘蝸,績火常逼坐。 二者若無省,人情豈所媠。 手足極胼胝,所餘復不夥。 終年事力作,為人充腹果。 并日苦杼柚,任他歸包裹。 復有門前吏,數來橫索頗。 搜括及缾罌,蕩然同揚簸。 豈直室如磬,往往遭械鎖。 君子雖在上,安得察細瑣。 勞逸既懸殊,苦樂又恁麼。 今我究其本,炎陵實堦禍。 為作苦熱詩,從君一㰤㰤。 김유근 "고통스러운 더위" (오언고시) 붉은 해가 하늘 가운데로 다가오면서 공중 가득히 큰 불이 펼쳐집니..

김유근,"매미소리를 듣습니다"

金逌根 〈聞蟬〉 寄身何處出清音, 終日青山與碧林。 三生夙業依微夢, 千古斜陽現在心。 新曲洞房悲落葉, 駭機深樹戒藏禽。 悠然倚仗柴門外, 搔首西風一暢襟。 김유근 "매미소리를 듣습니다" 어디에 몸을 맡기기에 그렇게 맑은 소리를 내는지 날이 저물도록 푸른 산 옥 빛 수풀에서 들려옵니다 전생, 이생, 내생의 업보는 아련한 꿈 천 년을 비껴 비친 햇살이 바로 지금의 마음입니다 신방의 새 노래가 떨어지는 이파리를 서글퍼 하고 나무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화살이 새들을 숨어들게 합니다 한가로이 지팡이에 기대 사립문을 나서니 하늬바람 머리칼을 긁적이고 옷깃을 풀어 헤칩니다 (반빈 역) Kim Yu-gun "Listening to Cicadas" Where have you entrusted your body To m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