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30

백광훈,"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꺾습니다 採菊東籬"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採菊東籬〉 陶令日日醉,柴桑秋不知。却來步三逕,黃花開滿籬。一笑愜素賞,採掇獨移時。金英艷斜景,碧葉隨煙枝。盈手不自止,夕餐非所資。窮巷積霜露,蘭蕙猶萎垂。嘉汝不為撓,璀璨方紛披。臨風迥孤標,映月宜氷姿。夫人各殊尙,聊此托襟期。繁華已不分,凋謝亦何悲。酒盡有我石,高歌誰為思。採罷見南山,悠然寫此辭。                詩人自注:代月課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꺾습니다" 팽택현 현령일 때는 날이면 날마다 취해서고향땅 시상에 가을이 온 것도 몰랐습니다시골집으로 돌아와 뜨락의 길을 걷는데노란 꽃이 울타리 가득 피었습니다빙긋 웃으며 유쾌하게 즐기고꺾어 들어 홀로 계절을 따라갑니다황금빛 꽃봉오리가 기우는 햇빛 속에 빛나고푸른 이파리는 안..

김용택 "해지는 들길에서" (중국어 영어 번역)

金龍澤(1948 - ) 〈在日落的原野小路〉 愈來愈懷戀愛情的溫暖的秋日日落裏我站在原野小路了。 向原野遙遠的邊際太陽耀眼地沈下山影也被埋下了像路邊草花般你的臉就升上來白白地把黑暗切開。 正如我外面的你草蟲喓喓鳴叫叫醒世界各地的山。 一個季節的一角裏你情深意重地站著我不必感到寒冷你看這個秋季多麼輝煌。 我就要像現在這樣無限走在這條小路然後終於站在你前作一朵白色草花。(半賓譯) Kim Yong-t'aek (1948- ) "Standing on a Path through an Open Field at Sunset" At sunset of an autumn dayWhen I long more and moreFor the warmth of love,I stand on a path through an open field. When the dazzli..

백광훈,"보림사를 지나갑니다 過寶林寺"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過寶林寺〉 落葉鳴沙逕,寒流走亂山。獨行愁日暮,僧磬白雲間。        注: 寶林寺是位於韓國半島西南部之古剎。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보림사를 지나갑니다" 떨어지는 이파리 모랫길에서 울고차디찬 물길 어지러운 산을 흐르는데혼자 걷는 길 해가 지려는 게 걱정입니다아! 스님들 요령소리가 흰 구름 사이로 들립니다            주: 보림사는 전라남도 장흥에 위치한 고찰입니다. 마지막 구절의 승경(僧磬)은 스님들의 불교예식에서 사용되는 법구의 하나로 밀교의식에서 유래된 듯합니다. 우리말로는 요령(搖鈴/鐃鈴) 또는 경쇠(磬衰)라고 합니다.(반빈 역) Paek Kwang-hun (1537-1582) "Passing by the Treasure..

문정희 "체온의 시" (중국어 영어 번역)

文貞姬(1947- ) 〈體溫的詩〉 光芒不是只從太陽來的現在也好,伸出手握住你的手那兒就有溫馨的體溫就那樣,我們心裏生生活著的愛情光芒,我是明白 心裏有天心裏有比太陽還絢爛還溫馨的愛 因此又暗又冷的小巷子裏每晚並無一差半錯地燃起燈火 有人說世界是寒冷的地方還有人說世界是似沙漠般無邊無涯的地方 可是請看像沈重的岩石縫裏也開草花又像穿破冰塊流出清水陰影鬱鬱的街上發出來的愛情的光芒請看撫摸山嶺的溫馨的手 若不是我們心裏的天空若不是比太陽還要絢爛還要更溫馨的光芒到底誰在黑暗夜晚點起那盞燈火到底誰給世界帶來春光呢(半賓譯) Mun Chōng-hūi (1947 - ) "A Poem on Body Temperature" Light does not just come from the sun.Even just right nowIf I reach out and hold you..

백광훈,"양천유와 작별하며 別梁天維"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別梁天維〉 遊子見秋風,出門行路長。楚水既殊流,吳山徒在望。解劍欲為贈,美酒復盈觴。憂歡固無緒,離合安可常。感歎為高歌,仰視雲天蒼。所期不在言,行邁念時光。無以軒車滯,祗使我心傷。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양천유와 작별하며" 떠돌이 나그네가 가을 바람을 보더니문을 나서서 먼 길을 떠난다지요초나라 강물처럼 제 갈 길로 가는데오나라 산만 하염없이 바라봅니다칼을 풀어 정표로 드리고 싶어좋은 술로 다시 잔을 채웁니다걱정과 기쁨은 원래 실마리가 없지요떠나고 만나는 게 어찌 늘 있는 일이겠나요깊은 탄식을 노래로 부르며우러러 쳐다보니 구름이 푸른 하늘을 떠돕니다하고자 하는 일은 말로 할 수 없겠지만길을 떠나시니 세월을 생각합니다타고가실 수레를 더 붙들 수 없어내..

성미정 "대머리와의 사랑2" (중국어 영어 번역)

成美旌(1967- ) 〈與禿頭之戀2〉 他的頭髮向腦裏長著可是人們不知道他們只是看了他就忙著咯咯笑他頭禿而已腦裏頭髮亂成一團快要爆發了可是他的頭梳也無法梳了何種像篦子般的手能到他的腦裏來呢他首先去找個老而穩練的理髮匠那位老而穩練的理髮匠對腦裏邊兒是束手無策的他徒然把無辜的下巴鬍鬚刮得要發青了從理髮館回來的那天晚上他下定決心把填滿頭髮的腦接受為現實那個夜晚他想要睡好久沒睡過的安眠時發生爆發是不能再壓下頭髮的腦背叛他的了人們向碎成小片的他那可憐的頭周圍擠攏來承認他其實不是個禿頭(半賓譯) Sōng Mi-jōng (1967- ) "In Love with a Baldhead 2" His hair is growing into his brain,And people do not know that. Looking at him,They are just busy gigg..

"천치콴(陳其寬, 1921-2007)의 작품 '집'에 부칩니다 題陳其寬《家》"

半賓 〈題陳其寬《家》〉 時哀時慶是家常,吱吱猢猻聚滿堂。臂腿相連凝視線,祈求慈母續安康。(甲辰中秋) 반빈 "천치콴(陳其寬, 1921-2007)의 작품 '집'에 부칩니다" 때론 슬프고 때론 경사롭지요      집안은 늘 그렇습니다원숭이들이 끽끽거리며      방안 가득 모였습니다팔과 다리를 서로 이어 잡았는데      눈길은 모두 한 곳을 향했네요자애로운 어미가 늘 편안하고      강령하기를 빕니다(갑진년 추석에) H. Rhew "Inscribed on 'Family' by Chen Qikuan (1921-2007)" Occasions to grieve and those to celebrate        Alternate all the time in a family.Chattering monkeys gathe..

시선(詩選) 2024.09.24

백광훈,"양천유에게 寄梁天維"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寄梁天維〉 昨日南山飲,君詩醉未酬。覺來花在手,蛺蝶伴人愁。         詩人自注:(梁天維)名山迥。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양천유에게" 어제 남산에서 술을 마셨고취해서 그대의 시에 화답하지 못했습니다깨어보니 꽃이 손에 들려 있고나비가 시름하는 내 곁에 있습니다       시인의 주: (양천유)의 본명은 산형(山迥)입니다.(반빈 역) Paek Kwang-hun (1537-1582) "To Yang Ch'ōn-yu" I was drinking at South Mountain yesterday.So drunk, I was unable to respond to your poem.I wake up to find a flower in my ha..

박승민 "하여간, 어디에선가" (중국어 영어 번역)

朴勝民(1964- ) 〈總之,在某一處〉 再會,作地球人的模樣,這是我們的最後人死了會溶解,會流去,也會作羽毛般的卷雲升上去可那不是永別這個宇宙的所謂思維也不會完全消失無疑成為某一事物的某一部分就像看不見的片斷聚集形成了〈我〉在下一世我可能變成蘑菇屋頂下的赤色支柱死就是跟別的事物結合是變成新的形狀的到底哪兒有非作〈人〉不可的道理呢?這樣說來,剛才說再會告別,其實也是初會的招呼因為我們將要勃然跟一個事物黏成一團至於我呢,下一個行程是變做宇宙的綠色波動瀰漫(半賓譯) Pak Sūng-min (1964- ) "Anyhow, somewhere" Goodbye!In the shape of humans on the earth, this is our last time.The dead I suppose will melt away, flow out, or fly up..

백광훈,"정경수 형께 보냅니다 寄鄭兄景綏"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寄鄭兄景綏〉 綠楊未成線,池閣鎖餘寒。日出花間鳥,相思清夢闌。                詩人自注:(鄭景綏)名遠。               注:三句《玉峯集》作「日出花問鳥」,疑誤,改之。其由有二:末句境界已不待三句來問,此其一。若作問字,花字犯孤平,不宜,此其二。似形近所致之訛誤也。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정경수 형께 보냅니다" 버들가지 푸른 싹이 아직 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연못과 누각은 남은 추위에 갇혀 있습니다해가 뜨고 꽃과 새가 어우러지니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이 꿈 끝자락을 씻어내는 듯합니다            시인의 주: (정경수의) 이름은 원(遠)입니다.           주: 《옥봉집玉峯集》에는 세째 행이 「해가 뜨자 꽃이 새들에게 묻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