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준치"? 좀 익살스러운 표현을 쓰자면 원시적 채집경제라고 해도 좋았다. 이십여 년 전 포틀랜드에 이사와 보니 여기 교민들은 철마다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이것 저것 먹거리를 구했다. 먹을 게 없어서 그런 건 물론 아니었다. 신선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일상에서 벗어나 소풍 다니듯 놀며 하는 일이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우기의 끝나가는 4월 경 상당히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딸 수 있는 고사리로 시작해서, 바다 속으로 허리가 잠길 정도의 깊이까지 들어가 걷어내는 미역, 물 빠진 개펄에서 부삽으로 그냥 떠내는 어른 주먹만한 조개, 거기다 철에 따라 곳에 따라 크기와 모습이 다른 온갖 게에, 건기가 끝나는 초가을 무렵 비가 두어번 내리기 시작하면 돋아나오는 송이버섯까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