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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독취(我獨醉)"는 말장난?

"아독취(我獨醉)"는 말장난? 블로그 이름에 쓴 "아독취(我獨醉)"라는 말을 보고 그게 뭐냐는 사람부터 말장난 한 번 재미있게 했다는 사람까지 반응이 갖가지입니다. 물론 그걸 말장난이라고 부른 사람은 한문시간에 그래도 글줄깨나 읽어서 출전을 알뿐 아니라, 출전의 표현을 비튼 결과라는 것까지 안다는 뜻이겠습니다. 물론 말장난이지요. 그러나 그런 말장난밖에 다른 위안이 없는 상태라면 그냥 장난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독취(我獨醉)"는 물론 옛날 옛날 중국의 시인 굴원(屈原)의 말을 비틀어서 만든 말입니다. 그의 유명한 작품인 "어부(漁父)"라는 글을 보면 삼려대부 굴원이 모함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 호숫가를 배회하면서 무언가 주절거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에세이 2010.02.28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1. 추억 기억하시지요 메리 아니면 쫑 우리 어렸을 적엔 멍멍이들을 대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게 흔히 쓰이는 미국사람들 이름이라 우리말로 치자면 영희나 철수 정도라는 걸 중학교 가서 영어를 배우면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메리는 마리아 쫑은 아마 죤, 즉 요한이니까 모두 성서에도 나오는 좋은 분들의 이름입니다 아마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기쁘게 가져다 쓰는 게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좋다는 이름들을 왜 멍멍이에게 붙여줬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그 때는 멍멍이가 그냥 멍멍이 아니었나요 안방이나 대청은 커녕 툇마루에도 올라오지 못 했지요 애지중지 안고 다니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존중한다는 뜻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꼭 듣기 좋은 이름만 쓴 건 아니었습니..

멍멍이 노래 2010.02.24

상하이 참게(大閘蟹)찜

"상하이 참게(大閘蟹)찜" 2007년 쑤쩌우(蘇州)의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참게 시월 중순을 전후한 몇 주 사이에 양자강 하류 지역, 즉 상하이(上海)나 쑤쩌우(蘇州), 항쩌우(杭州) 같은 곳을 여행해 본 사람은 대부분 집게발 발등에 털이 수북하게 난, 꼭 우리 어린 시절 논두렁 사이 물길이나 하천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의 참게가 다리를 가지런히 접혀 웅크린 몸을 가느다란 지푸라기 산내끼에 꽁꽁 묶인채 음식상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진미(珍味)라니까 하며 그 참게찜을 한두 마리 먹어본 사람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따자씨에(大閘蟹)"라는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 민물 수로의 수문 근처에서 많이 잡힌 모양이다. 이 참게는 그 근방 넓은 지역에 두루 분포되어 있는데 양청후(陽..

"멍멍이 노래 #3: 연상(聯想)의 문제"

[멍멍이 노래를 쓰기 시작하면서 동료 몇 사람에게 이야기했는데 우리말로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언어차별이고 인종차별이라고 심하게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쓸 노래를 어느 나라 말로 쓸지는 그 때 그 때 시상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이번에는 우리말과 영어로 두 번 작업을 했습니다.] 멍멍이 노래 3 "연상(聯想)의 문제" 실명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그냥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는 정도 밝혀 두지요. 그 사람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두 번째 악장 로망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 멍멍이 생각을 했다고 실토하려는 겁니다. 서로 닮아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 하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네요. 양쪽 모두. 그 피아니스트가 뭐라 할지는 ..

멍멍이 노래 2010.02.17

미국〈독립선언문〉 읽기

미국〈독립선언문〉 읽기 미국의 〈독립선언문 Declaration of Independence〉은 조금 생뚱맞은 문서이다. 민주주의의 큰 원칙을 담아낸 명문으로 평가되는 역사적인 문서를 "생뚱맞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생뚱맞다고 야단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역사적인 선언이 그런 문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에 무언가 역사의 맥락과 괘리가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고 그래서 생뚱맞다고 한 것이다. 그런 표현이 적절한지의 문제를 떠나 최소한 이 선언문을 깊이있게 읽기 위해서는 선언의 지성사적인 내용과 역사환경의 사이에 보이는 거리감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할 것이다. 〈독립선언문〉의 초미는 뭐니뭐니 해도 두번째 단락의 앞부분에서 밝힌 평등과 천부인권의 사상이다. "모..

이해관계의 상충과 국론의 형성

이해관계의 상충과 국론의 형성 [http://news.yahoo.com/comics/mike-luckovich#id=/comics] 며칠 전 신문에 실린 재미있는 만화이다. 아니, 그냥 재미있다고 하면서 한 번 웃고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화두가 담겨있는 만화다. 지금 미국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무엇인지, 혹시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물으면서,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금권과 탐욕의 폐해를 역사의 맥락에서 사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만화가 그리고 있는 장면은 언뜻 보기에는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소집되었던 미국 제헌의회의 모습이다. 조지 워싱턴이나 벤자민 프랭클린 같이 식민지 시대부터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원로도 보이고, 알렉산더 해밀턴이나 제..

국가가 참회할 날은

국가가 참회할 날은 정부가 한편으로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민이나 노동자의 항의를 억누르면서, 한편으로는 서슴지 않고 위법과 범법을 행하는 일이 흔히 보인다. 심지어는 법집행의 최전선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이나 검찰조차 스스로 법을 어긴다는 비판이 아우성을 이룬다. 법을 어기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서 정부가 법을 어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면 법을 어기는 정부도 문제지만,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민주의식이나 정의감의 부재 역시 참 어려운 문제이다. 내 가게를 빼앗긴 게 아니고 내 남편이 불에 타 죽은 게 아닌데 내가 나설 필요가 있겠나, 나섰다가 나만 바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정도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수수방관에서부터, 그래그래, ..

에세이 2010.01.31

과거시험은 원래 '없는집' 등용문이었다

과거시험은 원래 '없는집' 등용문이었다 북송의 과거제도를 조선은 핵심을 뺀 채 도입했다. 빈한한 집의 자제를 선발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잘나가는 집안에 적극적 불이익을 줬다. 부유층 자제를 일류대 입시에서 배제한다면 위헌결정 뻔하지만 돈이 없다고 교육기회 불이익 주는 일 또한 있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과거시험을 통해 인재를 등용한 조선의 제도는 북송에서 받아왔고, 지금까지도 대학 입시로 이어져 그 큰 틀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과거시험과 비슷한 몇 가지 시험이 결국 출세의 열쇠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단지 대학입시 때문에 사회전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건 교육이 그때보다 보편화되었고, 시험을 통해 출세하려는 인구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일 뿐이다. 노력해서 자기 발전을 꾀..

에세이 2010.01.28

부처님 담치기

"부처님 담치기" "386세대"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부터 5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의 시대는 그냥 얼렁뚱땅 생략되고 지나가 버렸다는 느낌이었다. 은근히 섭섭한 마음 없지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상당히 있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에게 "깡통을 찼다"고 말하는 근거가 무언지 젊은 세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깡통을 차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밥 좀 줘어--"하는 모습을 어디서 경험했겠나. 우리는 그걸 다 겪으면서 자랐다. 그런 광경을 일상에서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과 정서, 어려움에 대한 경외,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난 정의에 대한 갈망, 그..

마호메트만평과 공자(孔子)

마호메트만평과 공자(孔子) 놀란 가슴,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쓸어내리는 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탓인지 이제 웬만한 일은 걱정도 감동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새 마음이 무디어진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소중해졌다. 마음이 무디어지면 곧 굳어지고, 굳어지면 돌이켜볼 기회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호메트만평”이라고 알려진 서유럽과 이슬람세계의 충돌은 우리의 마음을 다시 비추어보게 하는 좋은 기회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재현조차 금기시 되어있는 마호메트를 두건을 쓰고 폭탄까지 지닌 모습으로 희화한 만화를 실어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 덴마크의 신문이나, 그렇다고 만화가와 신문 편집자의 목숨에 현상을 거는 등 폭력적인 소요를 조장하는 일부 이슬람교 성직자나, 세계의 평화를 ..

에세이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