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0

김정희,"수선화"

金正喜 〈水仙花〉 一點冬心朶朶圓, 品於幽澹冷雋邊。 梅高猶未離庭砌, 清水真看解脫仙。 김정희 "수선화" 겨울 동안 쓸쓸했던 조그만 마음이 송이송이 둥글게 피어 그윽하고 잔잔한 깊은 여운을 눈여겨봅니다 매화는 고매하지만 정원 계단 옆을 떠나지 못하지요 맑은 물가에 드러낸 모습이 바로 인연 털어낸 신선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Daffodils" The tiny heart through the desolate winter Blooms in round clusters, And intently savors the deep resonance By the serene tranquility. Plum blossoms are lofty for sure, But couldn't leave the stai..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셋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三 雲吉山前黃葉飛, 昭陽江北早鴻歸。 污邪水稻紅初熟, 撥刺溪魚白正肥。 張翰真成憶蓴菜, 錢君豈必負麻衣。 世間休退誠能事, 半被人牽半自違。 注:頸聯用二事。起句西晉張翰事出自《世說新語 · 識鑑》:張季鷹(翰)闢齊王東曹掾,在洛見秋風起,因思吳中菰菜羹、鱸魚膾,曰:「人生貴得適意爾,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對句用錢若水(960-1003)事。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셋째 운길산 앞에서 누런 이파리들이 흩날리고 소양강 북쪽으로 철 이른 기러기가 돌아옵니다 낮은 논 벼 벌겋게 익기 시작하고; 시냇물 팔딱거리는 고기 허옇게 살이 오릅니다 장한이 진실로 순채를 그리워 했다지만; 전군은 왜 꼭 삼베옷을 뒤집어 써야 했나요 세상에서 물러나 쉬는 건 실로 잘 할 수 있지만 반쯤은 사람들에게 ..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둘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二 西嶽黃雲起暮鴉, 度溪寒雨定飛沙。 陰霏疊嶂迷孤樹, 煙火重城冷萬家。 縋屋老瓜餘敗蔓, 緣階弱蘚洗團花。 當牕獨醉憑誰解, 金鴨鎖時點晚茶。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둘째 서쪽 산 누런 구름에서 저녁 까마귀 날아오르고 시내를 건너온 찬 비가 날아다니는 모래 먼지를 가라앉힙니다 이어지는 산봉우리에 퍼붓는 비가 홀로 선 나무를 가리고; 겹겹 둘러친 성 향 연기 속에 만 채 집이 모두 싸늘합니다 초가 지붕에 늙은 호박이 매달린 채 나머지 넝쿨은 시들었고; 계단을 타고 오르는 얇은 이끼 둥근 꽃무늬를 드러냅니다 창을 마주하고 홀로 취하니 누구에게 기대어 깨나요 금동오리 향로가 닫히면 저녁 차를 한 잔 청하겠습니다 (반빈 역) Chong Yag-yong "Eight Poe..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첫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一 衆竅齊吹雜嘯吟, 長天捭闔盪秋陰。 寒雲萬壑蛟螭變, 煙雨千林燕雀深。 綠藕摧垂承露掌, 紅蕉鬪斷耐霜心。 冉冉群芳趨歲暮, 幽愁撩亂倚枯琴。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첫째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일제히 부는 휘파람 소리, 노랫소리 머나먼 하늘이 열리고 닫히며 가을의 그림자를 흔들어 댑니다 만 갈래 골짜기에서는 차가운 구름이 교룡으로 이무기로 용트림하고 천 겹 수풀 안개비 속으로 제비들 참새들이 깊숙이 숨었습니다 파란 연뿌리는 꺾여 늘어졌지만 이슬 젖은 손바닥을 받쳐 올리고 붉은 바나나나무가 부러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서리 내린 마음을 참아냅니다 온갖 꽃 향내 한들한들 스러지면서 한 해의 저녁으로 달려가고 그윽한 슬픔으로 흐트러진 나는 줄 끊어진 가야금에 기댑니다 (..

김유근,"가을날 해곡, 추사, 이재, 석한과 북한산을 노닙니다" 두 수의 둘째

金逌根 〈秋日與海谷秋史彛齋石閒遊北漢〉二首之二 脅息汗流行不已, 他人謂我却偸閒。 山中百折羊腸路, 猶勝康莊步步艱。 注:李紀淵(1783-1858),號海谷。金正喜(1786-1856),號秋史。權敦仁(1783-1859),號彛齋。金照(1754-1825),字明遠,號石閒、石癡、藥園。由押韻與主題可知,這是與金正喜等人唱和之作,請參閱已介紹之金正喜〈扶旺寺二首〉之二。 김유근 "가을날 해곡, 추사, 이재, 석한과 북한산을 노닙니다" 두 수의 둘째 숨을 고르고 땀을 흘리며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데 친구들은 내게 다리가 게으름을 피운다 합니다 산 속으로 백 번을 돌고 도는 양의 창자 같은 길이 여기저기로 이어지는 큰 길보다 좋은 듯해 한 걸음 한 걸음 힘들여 걷습니다. 주:해곡(海谷)은 이기연(李紀淵, 1783-1858)의 호. 추사(..

김정희,"부왕사에서" 두 수의 둘째

金正喜 〈扶旺寺二首〉之二 苦海茫茫回首處, 幾般熱惱幾般閒。 白雲流水還平地, 未信從前石路艱。 김정희 "부왕사에서" 두 수의 둘째 끝없는 고통의 바다를 고개 돌려 바라보는 곳 얼마나 뜨겁게 번뇌하고 또 얼마나 빈둥댔나요 물 흘러가는 흰 구름 저쪽은 다시 평평한 땅이지만 이제껏 지나온 돌길이 어렵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Pu-wang Temple" Second of Two Poems A place to turn around to look At the boundless sea of bitter sufferings— How much have I agonized intensely, And how much did I idle? Beyond the while clouds to wher..

김유근,"가을날 해곡, 추사, 이재, 석한과 북한산을 노닙니다" 두 수의 첫째

金逌根 〈秋日與海谷秋史彛齋石閒遊北漢〉二首之一 蒼崖紅樹疊相依, 望望登高路轉微。 我伴白雲今始到, 卄年還笑出山非。 注:李紀淵(1783-1858),號海谷。金正喜(1786-1856),號秋史。權敦仁(1783-1859),號彛齋。金照(1754-1825),字明遠,號石閒、石癡、藥園。由押韻與主題可知,這是與金正喜等人唱和之作,請參閱已介紹之金正喜〈扶旺寺二首〉之一。 김유근 "가을날 해곡, 추사, 이재, 석한과 북한산을 노닙니다" 두 수의 첫째 푸른 절벽과 붉은 나무숲이 겹겹이 서로 기대어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산을 오르는 길이 조금씩 휘감아 돕니다 나는 흰 구름과 함께 이제야 처음 여기까지 왔으니 이십 년 세월이 산에서 나올 거냐고 웃어 댑니다 주:해곡(海谷)은 이기연(李紀淵, 1783-1858)의 호. 추사(秋史)는 김정희(金正..

김정희,"부왕사에서" 두 수의 첫째

金正喜 〈扶旺寺二首〉之一 佛光峰影互因依, 黃葉林中一磬微。 山鳥元來多舌相, 蒼松也是白雲非。 김정희 "부왕사에서" 두 수의 첫째 부처님 빛이란 불광봉과 그 그림자가 서로 의지하며 어우러지고 노랑 이파리 수풀 속에서 풍경소리가 아련하게 들립니다 산새들은 본래 떠들어대기 마련이지만 푸른 솔이 옳고 흰 구름은 그르다 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Pu-wang Temple" First of Two Poems The Buddha's Glow Peak and its shadow Are harmonized in mutual reliance, And from the woods of yellow leaves Comes a faint sound of a bell. Mountain birds are, By n..

김정희,"백탑"

金正喜 〈白塔〉 一野如盃大, 四天圍客低。 聊應支宇宙, 行可表東西。 百里鈴聲聞, 八稜神物齊。 嵬勳曾並屹, 今古絕攀躋。 注:散布在中國、朝鮮的多數白塔中,這首詩之題材似乎是遼陽白塔。尾聯似乎指功勳未能受到公允評價之歷史人物。但遼陽白塔在性格及結構設計上是佛塔,並無涉及特定歷史人物。考慮與白塔之距離,明末防守山海關之袁崇煥(1584-1630)或許是尾聯所指。 김정희 "백탑" 펼쳐진 들판이 술잔만 해 보이고 나그네를 둘러싼 하늘도 나지막합니다 그럭저럭 우주를 받치고 오갈 때 이정표가 되기도 하네요 백 리 밖까지 종소리가 들리고 여덟 모서리 사이로 신선이 나란합니다 드높은 공훈이 함께 솟아 있었다는데 지금이나 옛날이나 오르는 사람은 끊겼습니다 주: 백탑이라 불릴 만 한 흰색의 탑은 여러 지역에 있지만, 이 작품의 소재는 중국 요양(遼陽..

김정희,"부왕사"

金正喜 〈扶旺寺〉 看山何處好, 扶旺古禪林。 日落峯如染, 楓明洞不陰。 鍾魚來遠近, 禽鳥共幽深。 漸覺頭頭妙, 靈區愜道心。 김정희 "부왕사" 산을 보려는데 어느 곳이 좋지요 오래 된 선사 부왕사이지요. 해 떨어지면 산봉우리가 물드는 듯하고 단풍이 밝으니 숲 속도 그늘지지 않습니다 물고기 모습의 당목이 멀리로 가까이로 종을 울리고 온갖 새들 깊고 그윽한 곳을 서로 나눕니다 점차로 모든 게 하나하나 묘하다는 걸 느끼니 영이 깃든 이 곳이 도를 찾는 내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Pu-wang Temple" Which place might give the best view of mountains? It is the place of meditation, Pu-wang Temp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