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0

김정희,"산영루, 또 두 수"의 첫째

金正喜 〈又(山映樓)二首〉之一 千峰紛匼匝, 寒雨滿山樓。 太古歸東日, 真興狩北秋。 險要由地設, 漫汗作天遊。 繡谷知如此, 林林膩欲流。 김정희 "산영루, 또 두 수"의 첫째 천 개의 봉우리가 뒤섞이며 둘러싼 산 누각 주위로 차가운 비가 가득합니다 태고 보우가 동쪽으로 돌아오던 날이고 진흥왕이 북부를 순행한 가을입니다 험준하게 지형이 이루어져 넓디넓은 하늘을 따라 노닙니다 수 놓은 듯한 골짜기가 이렇게 아름다우니 수풀은 어디를 보아도 매끄럽게 흐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Two More Poems on the Gleaming Mountain Tower": First A thousand peaks flurry to enclose The tower in the mountain in heavy r..

김유근,"한식날 비바람이 송강 고개를 지나갑니다"

金逌根 〈寒食日風雨過松江峴〉 去年三月此山前,柳綠花紅日午天。 寒食今年春尚早,淒風冷雨野村邊。 김유근 "한식날 비바람이 송강 고개를 지나갑니다" 지난 해 삼월 이 산 앞은 버드나무 푸르고 꽃이 붉어 해가 하늘 가운데 걸린 듯했습니다. 올해의 한식에는 봄 오기가 아직 이른지 처량한 바람 찬 비가 들 한가운데 마을을 스쳐 지나갑니다 (반빈 역) Kim Yu-gun "On the Cold Food Day, a Windy Rain Passes the Hills by the Pine River" In front of this mountain In the third moon of last year, Green willows and red flowers made the place Look like the sky with ..

김유근,"청명절"

金逌根 〈清明〉 去歲淸明花政開,今年寒食雪猶來。 珠邱日月心長係,故里松楸夢幾回。 人則熊魚隨所欲,江於鳧雁竟何猜。 小園寂寂春將暮,烹爛河豚且進杯。 注:三句珠邱即珠丘,舜葬蒼梧之野,憑霄雀銜青砂珠,積成壟阜,名曰:〈珠丘〉。事見於晉王嘉《拾遺記·虞舜》。 김유근 "청명절" 지난 해 청명에는 때맞춰 꽃이 피었는데 금년 한식에는 오히려 눈이라도 올 듯합니다 순임금 구슬언덕의 해와 달에 마음이 오래오래 묶여 있지만; 고향마을 소나무 가래나무 심은 묫자리로 내 꿈은 몇 차례나 돌아 갔나요 사람은 곰 발바닥이든 생선이든 원하는 걸 따라 가는데; 강은 들오리나 기러기에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조그만 뜨락에서 고요하게 봄이 저물어 가니 복어를 잘 요리해 한 잔 해야겠습니다 주: 셋째 구절의 주구珠邱는 주구珠丘로 보입니다. 순..

김유근,"가을날 해곡, 추사, 이재, 석한과 함께 북한산을 노닙니다"

金逌根 〈秋日與海谷秋史彛齋石閒遊北漢〉 萬疊憐紅樹, 千重惜翠巒。 夕暉鳥背遠, 江影馬頭寒。 風雨喧從下, 雲煙起對看。 胸襟何處豁, 塵界未曾寬。 注:金逌根作同題詩三首,七絕二首與五律一首也。金正喜〈扶旺寺二首〉為與黃山二首七絕唱和之作。此五律為與秋史〈山映樓〉唱和也。 김유근 "가을날 해곡, 추사, 이재, 석한과 함께 북한산을 노닙니다" 울긋불긋한 나무 만 그루가 아리땁게 포개어져 비취 산봉우리를 천 겹으로 아껴 에워쌉니다 새 등 위 저 멀리 저녁놀 나루터 싸늘한 강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비 바람은 아래로부터 떠들썩하고 구름 안개가 마주보는 건너편에서 날아 오릅니다 내 가슴을 활짝 열 곳이 어디이겠습니까 먼지 쌓인 속세에 여기처럼 넓게 열린 곳은 없었습니다 (반빈 역) 주: 시인의 같은 제목의 시 세 수가 전합니다. 칠언절..

김정희, "산영루"

金正喜 〈山映樓〉 一一紅林裏, 迴溪復截巒。 遙鍾沈雨寂, 幽唄入雲寒。 石老前生憶, 山深盡日看。 烟嵐無障住, 線路向人寬。 김정희 "산영루" 붉은 수풀 속 보는 곳마다 휘감아 도는 시냇물, 막아서는 산봉우리 아득한 종소리 고요한 빗속으로 가라앉고; 그윽한 독경 소리 차가운 구름을 파고듭니다 늙은 바위가 전생을 기억하며; 깊은 산을 날이 저물도록 바라봅니다 푸르스름한 산 연기가 아무 것도 가리지 않아 오솔길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너그럽게 열렸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The Gleaming Mountain Tower" A place after another that I see in the autumn forest Are meandering streams, blocked by peaks. Th..

김유근,"앵무새를 애도함" 두 수 중 둘째

金逌根 〈悼鸚鵡〉二首之二 幾度啼鸎錯認真, 簾櫳如畫鎖殘春。 可憐拍板聲猶在, 腸斷琵琶舊主人。 김유근 "앵무새를 애도함" 두 수 중 둘째 몇 번인가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너라고 잘못 생각했다 주렴 드리운 창틀이 물러가려는 봄을 그림처럼 가두고 있어 그랬나 예쁘게 치는 박자 소리가 아직 남아있는 듯한데 어디서 비파 소리가 옛 주인의 애간장을 끊는구나 (반빈 역) Kim Yu-gun "Mourning for a Parrot": Second of Two Poems For several times, I mistook as you Listening to warbling voices of orioles. Was that because the curtained window Framed in, like a painting,..

김유근,"앵무새를 애도함" 두 수 중 첫째

金逌根 〈悼鸚鵡〉二首之一 隴樹秦雲入夢頻, 愁來厭見異鄉春。 尋常烏鵲同其類, 由太聰明誤此身。 김유근 "앵무새를 애도함" 두 수 중 첫째 머나먼 땅 룽(隴)산의 수풀, 진나라의 구름이 자주 꿈에 나타났겠지 걱정이 생길 때마다 타향 땅의 봄이 보기 싫었을 거야 내로랄 것 없는 까치와 같은 부류인데 너무 똑똑한 탓에 네 몸이 상하고 말았구나 (반빈 역) Kim Yu-gun "Mourning for a Parrot": First of Two Poems Things faraway, woods in Mt. Long and the clouds in the Qin, Must have entered your dream every so often. Worried about something, you may have had A..

김정희,"중흥사에서 황산의 운을 차례로 따라" 두 수의 둘째

金正喜 〈重興寺次黃山〉二首之二 十年筇屐每同君, 衣上留殘幾朶雲。 吾輩果無諸漏未, 空山風雨只聲聞。 注:末句〈聲聞〉為佛教術語,指聞佛之聲教而悟解得道。 김정희 "중흥사에서 황산의 운을 차례로 따라" 두 수의 둘째 십 년을 지팡이 짚고 나막신 신고 언제나 그대와 함께 걸었습니다 몇 점 구름이 옷 위에 흔적으로 남았지요. 우리들에게 과연 그치지 않고 새어 흐르는 번뇌는 없을까요 빈 산의 비바람은 소리로 들을 뿐입니다 주: 마지막 구절의 "소리로 들음(聲聞)"은 불교용어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음성의 가르침으로 듣고 깨달아 득도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Following Hwangsan's Rhyming at the Chung-hung Temple," Second of Two P..

김정희,"중흥사에서 황산의 운을 차례로 따라" 두 수의 첫째

金正喜 〈重興寺次黃山〉二首之一 上方明月下方燈, 法界應須不己登。 鐘鼎雲林非二事, 名山空自與殘僧。 김정희 "중흥사에서 황산의 운을 차례로 따라" 두 수의 첫째 위로는 밝은 달 아래로는 등불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마음은 분명 자기 혼자 이룰 수 없습니다 부귀영화의 벼슬과 구름 속 수풀이 다를 게 없는데 좋은 산을 하릴없이 남은 중들에게 주었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Following Hwangsan's Rhyming at the Chung-hung Temple," First of Two Poems The bright moon above And lanterns below— The spotless mind of purity is certainly Not to be obtained by one..

김유근,"부모님 잠드신 효천"

金逌根 〈孝阡〉 一訣慈顏五閱春, 音容如昔夢非真。 弟兄念切提攜日, 子母恩深顧復辰。 隱痛難忘嗟所賦, 至情欲訴竟誰因。 冰魚雪筍生前事, 沒世多慙不洎身。 김유근 "부모님 잠드신 효천" 자애로운 얼굴을 보내드리고 벌써 다섯 번의 봄이 지났습니다 음성과 모습이 모두 아득한 옛날 같으니 꿈은 분명 진실이 아닙니다 형과 아우가 간절히 기억하는 건 서로 손 잡고 이끌어 주던 날 아들이 어머니의 은혜를 깊이 느끼는 것은 보고 또 보아 주시는 시절입니다 애써 숨기시던 아픔을 잊기 어려워 탄식하며 읊조리지만 지극한 사랑을 털어놓고 싶은데 누구에게 하겠습니까 얼음 속 물고기 눈 속 죽순을 구해 모신다 하지만 그건 살아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머님과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세상 끝까지 부끄러워 합니다 (반빈 역) Kim Yu-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