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0

김정희,"황산 김유근 시의 운을 차례로 따라서" 두 수 중 둘째

金正喜 〈次黃山韻〉二首之二 芳辰對酒每咨嗟, 難把酒錢歲月賖。 愧我填腸同麥飯, 如君稀世是菖花。 蠅蚊應少拈茶處, 蜂蝶爭喧嫁棗家。 滿眼石榴開似火, 門前轢轢到詩車。 注:酒字重。第四句菖花,即菖蒲花,象徵富貴。梁張文獻皇后見庭前菖蒲生花,因嘗聞見之者富貴,遽取吞之,是月產高祖,即梁武帝。第六句嫁棗指冬季用斧背捶打棗樹基部,以促進開花,提高座果。 (酒字重) 김정희 "황산 김유근 시의 운을 차례로 따라서" 두 수 중 둘째 꽃피는 좋은 시절이라 술을 마주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옵니다 늘 마셔야 하는데 날이면 날마다 술값을 외상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부끄럽게도 창자를 채우는 보리밥 같은데; 그대는 세상에 드문 귀한 창포 꽃인 게 분명합니다 파리와 모기가 적은 건 찻잎 따는 언덕; 벌과 나비가 서로 다투 듯 떠들썩한 건 대추나무를 시집..

김정희,"황산 김유근 시의 운을 차례로 따라서" 두 수 중 첫째

金正喜 〈次黃山韻〉二首之一 旋開群白又叢紅, 春色安排次第中。 佳節有名逢穀雨, 韶光無日不番風。 眼前幻相應如是, 分外繁華復不空。 今夜可憐花上月, 清輝入酒去年同。 김정희 "황산 김유근 시의 운을 차례로 따라서" 두 수 중 첫째 흰 꽃이 무리 지어 피더니 번갈아 가며 또 붉은 꽃이 몰려 피어 봄의 색깔이 차례를 따라 어우러집니다 좋은 시절로 이름이 있는 곡우가 오고 아름다운 경치 속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꽃 소식 담은 바람이 붑니다 눈앞의 덧없는 모습은 늘 이렇기 마련이지만 분에 넘치는 번화함에 다시는 비어 부족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밤 사랑스러운 꽃 위의 저 달 맑은 빛이 술잔 속으로 스미는 것도 지난해와 같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Following the Rhyming of Hwangsa..

김유근,"부모님 잠드신 효천에서 밤에 짓습니다"

金逌根 〈孝阡夜作〉 殘燈明發淚汍瀾, 霜露淒淒曉夜寒。 昨日孩提今已老, 何時言笑更承歡。 泉臺不隔幽明故, 風樹無回歲月闌。 來世願將諸弟妹, 斑衣繞膝樂團圞。 김유근 "부모님 잠드신 효천에서 밤에 짓습니다" 등불 스러져 가고 날 밝아오는 지금 눈물이 물결처럼 흐르고 서리 이슬 처량하게 내려 어둑어둑한 새벽이 싸늘합니다 어제의 어린아이가 오늘 이미 늙어버렸으니 언제 웃고 이야기 하며 다시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까 묫자리에서는 저승과 이승의 이치가 나뉘지 않고 바람 속 나무는 해와 달을 막아 돌이킬 수 없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형제 자매 모두가 색동옷 입고 부모님 무릎에 둘러앉아 단란한 즐거움 누리기를 바랍니다 (반빈 역) Kim Yu-gun "Composed in Hyo-ch'on where my parents res..

김유근,"빠진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한유(韓愈, 768-824)의 운을 따라 씁니다"

金逌根 〈次前(齒落次韓文公韻)韻〉 凡人有氣血,軀命不係齒。 縱然盡脫落,脫落即而已。 一落心雖驚,落盡亦應止。 上下無一存,在人何所耻。 但聞落齒者,常恐不遠死。 何苦問傍人,細檢于自己。 念昔少壯日,氣旺如地水。 其白如貝編,其密如櫛比。 入口無堅物,銛利劒鋒似。 固者搖而動,動甚又落矣。 人今見此狀,問君幾年紀。 春秋閲半百,從又屈四指。 交關闕支錯,輔車失憑恃。 昔我幼哺乳,何曾賴於爾。 窮則反其本,老猶孩提視。 既絕口腹累,有無何憂喜。 因此竟辟穀,延年豈不美。 須看漢律令,皆出張蒼子。 注:張蒼(前252或更早-前152),仕秦為御史,秦末從劉邦,因軍務有罪,被判斬首。由王陵向劉邦請求,獲赦。文帝時任丞相。明於律曆,老年無齒,僅飲乳,妻妾以百數,享百歲有餘。 김유근 "빠진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한유(韓愈, 768-824)의 운을 따라 씁니다" 무릇 사람들은 ..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여덟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八 五更殘燭懶題詩, 腷膊雛雞報曉遲。 秋氣澄寒侵瘦骨, 醉愁牢落上踈眉。 文章海國工猶朽, 名檢塵途潔亦危。 萬緒縈紆皆妄耳, 須從軒昊展心期。 注:末句〈軒昊〉為軒轅與少昊。軒轅為黃帝。至於少昊,或說是黃帝之子,但還有別說。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여덟째 동트기 전 꼭두새벽 꺼져가는 촛불 아래 나른한 채 시를 짓습니다 짹짹거리는 병아리 새벽 알리기를 망설입니다 가을바람이 쌀쌀해 뼈만 남은 몸을 파고 들고 시름 섞인 취기가 문득문득 맑은 눈 성긴 눈썹으로 오릅니다 바다에 인접한 땅에서 쓰는 글 애쓰다 보니 힘이 빠진 것 같고 먼지 쌓인 길 위에서 명예와 예법은 깨끗하다 해도 위태롭습니다 만 갈래 생각은 뒤엉켜 모두 허망할 뿐이니 반드시 헌원씨 소호씨를 따라 마음 속 기약을 ..

김유근,"술의 힘"

金逌根 〈酒德〉 花前相對詎云無, 釃不釃時遣我沽。 一石留髡隨主客, 三盃通道等賢愚。 入唇政好飢腸潤, 佐藥偏能病氣扶。 細酌醺然忘賤貴, 豪吟已罷捋長鬚。 注:頷聯用二事。上句出自於司馬遷《史記·滑稽列傳》。齊威王問淳于髡:「先生能飲幾何而醉?」 髡對之曰:「臣飲一斗亦醉,一石亦醉。」 對句出自李白〈月下獨酌四首〉之二:「三杯通大道,一斗合自然」 句。 김유근 "술의 힘" 꽃 앞에서 서로 마주하는데 어찌 없다고 합니까 따르다 따르다 따라지지 않으면 내가 가서 더 받아오지요 한 섬으로는 순우곤을 머물라고 붙들어 주인과 손님의 예를 따르고; 석 잔으로도 큰 길과 통해 어진 사람 어리숙한 사람이 같아집니다 입술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굶던 창자에 기름기가 돌고; 약초가 섞이면 뜻밖에 병든 사람도 버티게 합니다 조금씩 권하다 알딸딸하면 신분 ..

김정희,"북린의 '장마를 한탄함'의 운을 따라서"

金正喜 〈次北隣苦雨歎〉 君詩多於天上之雨水, 疑從楊柳瓶中傾。 可將君詩沾枯澀, 但願其雨不願晴。 雨水休時詩不休, 日見腕底風雷行。 想得尋詩詩就際, 商羊鼓舞鶴俯鳴。 媿我無詩如無雨, 窗前蕉葉乾無聲。 非君日日雨我硯田裏, 詩農那期秋穡成。 君惟苦雨我喜雨, 夜賽詩祖詩鼓轟。 寧教釵股屋壁漏, 不筭珠玉山邱平。 世人紛紛雨點夥, 枵腹空博千畝秔。 佇待笠屐訪君去, 園中又有松月明。 김정희 "북린의 '장마를 한탄함'의 운을 따라서" 그대의 시가 하늘의 빗물보다 많아서 혹시 관음보살 버들가지 담긴 병에서 쏟아지는 건지 의심합니다 메말라 꺼칠한 곳을 그대의 시로 적실 수 있을 테니 원하는 것은 오직 그 비, 원하지 않는 건 그 비가 개는 것뿐입니다 빗물이 멈출 때도 그대의 시는 멈추지 않고 날마다 팔 아래 움직이는 바람과 우레가 보이겠지요 ..

김유근,"매화 두 수"의 둘째

金逌根 〈梅花〉二首之二 儘他標格不為名, 豈許凡工畫得成。 冷絕却如將遯世, 溫存忽覺更牽情。 色中無出應占白, 香外多聞別有清。 愛到底時心欲化, 此身應是爾前生。 (應字重) 김유근 "매화 두 수"의 둘째 이 기호 저 표현,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도 이름을 짓지 못하니 어떻게 평범한 화공이 그려 내길 기대하겠습니까 차갑게 끊어 내려니 어쩐지 세상에서 숨어버릴 것 같고 따듯하게 지킬까 하니 갑자기 정에 더욱 끌리는 느낌입니다 색깔 중에서 나오지 않으니 반드시 흴 것이고 향내의 밖에서 더 많이 느끼니 그 맑음은 따로 있겠습니다 끝까지 아낄 때 마음이 닮아가려 하니 이 몸은 전생에서 분명 그대였겠습니다 (반빈 역) Kim Yu-gun "Two Poems on Plum Blossoms: Second" Signifiers ..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일곱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七 弘化門臨太液東, 橑棼閣道內相通。 罘罳倒射蒼龍日, 楊柳徐吹駿馬風。 唐代詞臣皆策府, 漢家勳戚摠元戎。 建陽西畔開閶闔, 玉署銀臺彩靄中。 注:第七首談詩人之工作環境,即昌德宮與昌慶宮。末句玉署、銀臺,各為弘文館與承政院之別稱。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일곱째 홍화문이 동쪽으로 태액지를 내려다 봅니다 그 곳의 누각은 서까래와 마룻대, 쪽마루가 안과 밖으로 통합니다 문 밖 병풍이 푸른 용 자리 해를 되돌려 비추어 주고 버드나무가 늠름한 말 같은 바람을 느릿하게 불어 올립니다 당나라처럼 글짓는 신하가 궁궐 장서를 모두 관리하고 한나라같이 훈신 척신이 군사를 총괄합니다 건양문 서쪽으로 하늘로 열리는 문이 있고 홍문관과 승정원이 오색의 안개에 쌓여 있습니다 주: 일곱째 시는 다..

김유근, "매화 두 수"의 첫째

金逌根 〈梅花〉二首之一 超然香色妙難名, 誰向寒梅畫作成。 瘦到十分那是病, 冷看一世却多情。 同塵未慣人間熱, 帶雪還標格外清, 欲覔風姿摸不得, 秪應花底老吾生。 김유근 "매화 두 수"의 첫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향, 색, 오묘해서 이름 짓기 어렵습니다 추위와 마주 선 매화를 누가 그려낼 수 있나요 마를 대로 말라 그게 딱하지만 한 세상을 차갑게 바라보면서도 정이 많습니다 함께 먼지를 뒤집어 써도 사람들 사이 떠들썩거림에는 익숙해지지 못하고 눈에 덮여 있지만 비범한 맑음으로 새 표지를 만듭니다 모습을 드러내는지 찾아보려 해도 더듬어낼 수 없지만 꽃 아래서 심부름이라도 하며 늙은이 이 삶을 살겠습니다 (반빈 역) Kim Yu-gun "Two Poems on Plum Blossoms: First" The s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