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김유근,"꿈속에서 달 위의 궁전을 노닐고 짓습니다" 짧은 서문과 함께

반빈(半賓) 2023. 6. 7. 05:46

金逌根

 

〈夢遊月宮作,并小序〉

 

余嘗夢至一大城,城高屹然,譙堞皆如疊玉層氷。白光瀰漫中,有宮闕樓閣,屹屹相向,徃來不定。遙見一大樹,童童如盖,圍可數十抱,高不見際,而異香襲人,冷氣逼骨。樹下有一高樓,樓上有一美人,方臨窓梳頭,髪白如霜。傍有一大白兔,通身玉潔,光彩皆從毫端迸出,不能正視眺望。既久闃若無人,俄聞珮聲璆然,笑語漸近,麗姝數十輩,皆靚服明粧携手而至,長帔修袂,無風自舉,翩翩不止。見余驚問,曰:「何人敢至此乎?」余方疑愳不能答,其中一人笑曰:「苐勿愳。君知廣寒月府乎?凡人未易至此。」因指梳頭者,曰:「此即世所謂姮娥者也。君既入此境,可留一詩而歸。」余逡巡即應,曰:「層氷疊玉浩茫茫,走殿飛樓逐駭光。兔老蟾寒凡幾歲,姮娥頭髮白如霜。」吟已竟失所在而已,驚悟時,乙丑(1805)十二月日也。

 

層氷疊玉浩茫茫,

走殿飛樓逐駭光。

兔老蟾寒凡幾歲,

姮娥頭髮白如霜。

 

김유근

 

"꿈속에서 달 위의 궁전을 노닐고 짓습니다" 짧은 서문과 함께

 

나는 언젠가 꿈에서 큰 성에 간 일이 있습니다. 그 성은 높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망루와 평여장이 모두 옥과 얼음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했습니다. 흰 빛으로 가득한 가운데 궁궐 누각이 있었는데. 서로 마주 보며 높이 솟아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멀리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덮개 모습으로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고, 둘레가 수 십 아름이었습니다. 아주 키가 커서 끝이 보이지 않았고 야릇한 향기가 나에게 스며들면서 차가운 기운이 뼛속에 닿았습니다. 그 나무 아래 높은 누각이 하나 있었고 그 누각 위에 아름다운 여인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침 창문 옆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는데 눈처럼 흰 머리였습니다. 그 옆에 커다란 흰 토끼가 하나 있었습니다. 몸 전체가 옥처럼 깨끗했고, 광채가 흰 털 하나하나의 끝에서 흘러 넘쳐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아무 기척도 없다가 갑자기 옥구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멋지게 단장한 아리따운 여인 수 십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나타났습니다. 길다란 피백과 늘어뜨린 소매가 바람이 불지 않는데 스스로 들어올려져 멈추지 않고 훨훨 날렸습니다. 나를 보고는 물었습니다. "누구이길래 감히 여기까지 오셨나요?" 내가 두려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자, 그 중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우님은 두려워 하지 마세요. 그대는 달 위의 광한궁을 아시나요? 보통 사람은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곤 머리를 빗고 있던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분이 바로 세상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항아선녀입니다. 그대가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시 한 수를 써 남겨놓고 돌아가세요." 나는 주저주저 하면서도 바로 응답했습니다. "층층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얼음과 옥이 멀리멀리 펼쳐지고, 걷는 궁전과 나르는 누각이 놀라운 빛을 따라갑니다. 토끼는 늙고 두꺼비는 차가우니 세월이 얼마나 흐른 건가요. 항아선녀의 머리가 서리 내린 듯 흽니다." 이렇게 읊고 나서 뜻하지 않게 있던 곳을 잃고 말았습니다. 놀라서 정신을 차린 건 을축년 (1805) 섣달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층 한 층 차곡차곡 쌓은 얼음과 옥이

         멀리까지 넓게 펼쳐지고

걷는 궁전 나르는 누각이

         놀라운 빛을 따라다닙니다

토끼는 늙고 두꺼비는 차가우니

         세월이 얼마나 흐른 건가요

항아선녀의 머리가

         서리 내린 듯 흽니다

(반빈 역)

 

Kim Yu-gun

 

"Sauntering to the Palace on the Moon in a Dream," with a Short Preface

 

Earlier on, I got to a huge castle in my dream.  The walls were high and majestic. Watch towers and battlements looked like jade and ice stacked up in many layers. In the white glitter that was brimming over was the palace with halls and pavilions, towering high and facing each other, moved back and forth.  In the distance was a gigantic tree that looked like a thick canopy, the circumference of which reaching tens of arm spans.  It was so tall that the end was invisible. Its exquisite aroma permeated into me, and chilling me to my bones. Under the tree was a lofty tower, and there was a beautiful person in it.  She was by the window combing her hair, which was as white as frost. By her side was a huge white hare, whose entire body was flawless like jade.  Lusters emitted from the tip of every hair, and I was unable to look straight at it.  For a long while since, there was no sign of anyone's presence, and all of a sudden, there was the sound of jingling jade pendants.  Words and laughter came gradually closer, and tens of beautiful ladies, all in splendid dress, arrived hand in hand.  The long capes and sleeves rose even without wide and continued to flutter and swirl.  They were startled to see me, and asked, "Who are you to dare to come here?"  Seeing me unable to respond, being in doubt and fear, one of them said, smiling, "Be not afraid.  Do you know the Palace of Broadening Chill, the palace on the moon?  It is not easy for ordinary people to come here." Then, pointing at the one who was combing hair, said, "This is what people in the world call, Heng'e, the Celestial of Eternal Beauty.  Since you entered this place, you may return after composing a poem." Even as I dithered, I responded right away, saying, "Layered ice and stacked up jade extend far and wide. Walking palace halls and flying pavilions follow an amazing luster.  The hare older and the toad chill, how long a time has passed?  The Celestial of Eternal Beauty, her hair is white as frost."  After I chanted this poem, I lost where I was.  When I was startled and came back to senses, it was a day on the twelfth moon in the yichou year (1805).

 

Layered ice and stacked up jade

            Extend far and wide.

Walking halls and flying pavilions

            Follow an amazing luster.

The hare is older and the toad, chill—

            How long a time has passed?

The Celestial of Eternal Beauty

            Has the hair as white as frost.

(H. Rhew, 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