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1

정몽주,"동짓날 冬至"

鄭夢周(號圃隱, 1337-1392) 〈冬至〉 乾道未嘗息,坤爻純是陰。 一陽初動處,可以見天心。 정몽주 (호는 포은, 1337-1392) "동짓날" 하늘의 길은 꺼진 적이 없습니다 땅의 부호가 모두 음일 때 양 하나가 처음 움직이는 곳에서 하늘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주: 포은선생은 동짓날을 노래하기 위해 동지를 나타내는 주역의 서른 네 번째 괘인 복(復)괘, 즉 여섯 개의 효 중에서 맨 아래인 초효를 제외한 다른 모든 효가 음효인 괘상을 이용합니다. (반빈 역) Chōng Mong-ju (1337-1392) "Winter Solstice" The way of heaven has never been doused. When the sign of earth consists entirely in yin, Wher..

성석린,"풍악산으로 가는 스님을 전송합니다 送僧之楓岳"

成石璘(字自修,號獨谷,1338-1423) 〈送僧之楓岳〉 一萬二千峯,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何處最先紅。 성석린 (자는 자수, 호는 독곡, 1338-1423) "풍악산으로 가는 스님을 전송합니다" 일 만 이 천 개의 봉우리, 높고 낮음은 물론 모두 다릅니다. 그대는 잘 보아 주세요. 둥근 해가 떠오르면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지. (반빈 역) Sōng Sōng-nin (1338-1423) "Seeing Off a Monk Going to the Maple Rock Mountain" Twelve thousand peaks, Of course, of differing heights— Please be sure to see Which place turns red first, when the sun rises..

조운흘,"내가 지은 내 묘지명 自題墓誌"

趙云仡(號石澗,1332-1404) 〈自題墓誌〉 孔子杏壇上,釋迦雙樹下。 古今聖賢人,豈有獨存者。 注:杏壇一詞出自《莊子·漁父》:「孔子遊乎緇帷之林,休坐乎杏壇之上。」後人於曲阜孔廟大成殿前築壇,曾植杏樹,因得杏壇之名。後指孔子授徒講學處。雙樹指釋迦牟尼佛入滅之娑羅雙樹。 조운흘 (호, 석간, 1332-1404) "내가 지은 내 묘지명" 공자님은 은행나무 강단에서 가르쳤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두 그루 나무 아래서 입적하셨지요 예로부터 지금까지 거룩하고 어진 사람이라도 어찌 홀로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주: "은행나무 강단"은《장자莊子·어부漁父》에서 왔습니다. 공자가 우거진 숲을 노닐고 은행나무단 위에서 쉬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일 공자의 고향 곡부의 공자묘 앞에 단을 짓고 은행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행단杏壇이라는 이름이 쓰이기..

이색,"한강 포구에서 달과 놀며 漢浦弄月"

李穡(號牧隱,1328-1396) 〈漢浦弄月〉 日落沙愈白,雲移水更清。 高人弄明月,只欠紫鸞笙。 注:紫鸞笙,神仙之管樂器。李白〈五鶴西北來〉有:「兩兩白玉童,雙吹紫鸞笙。」 이색 (호, 목은, 1328-1396) "한강 포구에서 달과 놀며" 해가 떨어지니 모래가 더더욱 희고 구름이 움직이니 물이 더욱더 맑습니다 고매한 사람들이 밝은 달과 놀고 있는데 자줏빛 봉황피리가 없어 아쉽습니다 주: "자줏빛 봉황피리"라고 옮긴 자란생紫鸞笙은 신선이 부는 관악기입니다. 이태백의 "학 다섯 마리가 서북쪽에서 온다 五鶴西北來"라는 고풍 작품에 "백옥 같이 흰 아이 둘이 함께 자란생을 분다 兩兩白玉童,雙吹紫鸞笙"는 구절이 있습니다. (반빈 역) Yi Saek (1328-1396) "Dallying with the Moon at the..

이인로,"산에 삽니다 山居"

李仁老(字眉叟,號臥陶軒,又號雙明齋,1152-1220) 〈山居〉 春去花猶在,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始覺卜居深。 이인로 (자는 미수, 호는 와도헌, 쌍명재, 1152-1220) "산에 삽니다" 봄은 갔지만 꽃은 남았고 하늘은 맑았는데 골짜기는 스스로 그늘 속입니다 소쩍새가 대낮에 울어 비로소 깊은 산에 거처를 정했음을 느낍니다 (반빈 역) Yi Il-lo (1152-1220) "Living in the Mountain" Spring has retreated, but flowers remain; Sky has cleared up, but the valleys by itself is in the shade. Cuckoos cry in broad daylight, And I realize that I've set..

유숙,"계묘(1363)년 겨울, 북쪽으로 출정하는 최영(1316-1388)장군을 환송합니다 癸卯冬,送北征崔元帥瑩"

柳淑(號思庵,1316-1369) 〈癸卯冬,送北征崔元帥瑩〉 朔雪關西路,熊羆百萬兵。 將軍出塞曲,已是大平聲。 유숙 (호, 사암, 1316-1369) "계묘(1363)년 겨울, 북쪽으로 출정하는 최영(1316-1388)장군을 환송합니다" 북쪽 땅 눈 속으로 난 관서지방 길로 맹수처럼 용맹한 백 만의 군사들이 갑니다 장군이 이끄는 출정의 노래가 벌써부터 크나큰 평화를 전합니다 (반빈 역) Yu Suk (1316-1369) "Seeing Off General Ch'oe Yōng (1316-1388) on a Northern Campaign in Winter, 1363" On the road to wintry snow of the region west of the pass Are a million soldiers a..

이규보,"두보의 운을 따라 절구 한 수 絕句杜韻"

李奎報(號白雲,1168-1241) 〈絕句杜韻〉 曲塢花迷眼,深園草沒腰。 霞殘餘綺散,雨急亂珠跳。 이규보 (호, 백운, 1168-1241) "두보의 운을 따라 절구 한 수" 외딴 마을에 핀 꽃이 눈길을 사로잡고 깊은 뜰에 자란 풀이 허리를 덮습니다 노을 스러지며 남긴 비단이 흩어지고 소낙비가 퍼붓는 구슬이 마구 튀어 오릅니다 (반빈 역) Yi Kyu-bo (1168-1241) "A Quatrain in Du Fu's Rhyme" Flowers in this remote village dazzle my eyes, And grass in the deep garden buries my waist. As silky colors of fading glow scatter, Beads poured in by a sudde..

이규보,"북쪽 산에서 이것저것 北山雜題"

李奎報(號白雲,1168-1241) 〈北山雜題〉 一、 欲試山人心,入門先醉奰。 了不見喜慍,始覺真高士。 二、 高巔不敢上,不是憚躋攀。 恐將山中眼,乍復望人寰。 三、 山花發幽谷,欲報山中春。 何曾管開落,多是定中人。 四、 山人不浪出,古徑蒼苔沒。 應恐紅塵人,欺我綠蘿月。 이규보 (호, 백운, 1168-1241) "북쪽 산에서 이것저것" 1. 산사람의 마음을 시험해 보고 싶으면 우선 거나하게 취해 들어서자마자 화를 내 보세요 달갑지도 언짢지도 않아 보이면 비로소 인품이 고결한 사람입니다 2. 높은 봉우리를 감히 오르지 못하는 것은 힘들게 오르는 걸 꺼리는 게 아닙니다 산속에 길이든 눈으로 갑자기 인간의 세상을 다시 보는 게 두려워서 입니다 3. 깊은 골짜기에 산 꽃이 피어 산 속에 봄이 왔음을 알리려 합니다 피고 지는 데 ..

유숙,"청주 공북루 清州拱北樓"

柳淑(號思庵,1316-1369) 〈清州拱北樓〉 北樓陪賞日,東國中興初。 勝事將傳示,新詩強自書。 旌旄森滿路。袞黻逈臨虛。 此地雖云樂,松山苦傒予。 注:清州拱北樓已消失,正確位置不能確知。現傳最早紀錄是高麗恭愍王11年(1361)事。避紅巾敵之難,恭愍王蒙塵安東,回首都開城路上於清州停留五月餘。思庵此作似寫當時之事。 유숙 (호, 사암, 1316-1369) "청주 공북루" 모시고 북쪽 누각을 돌아보는 이 날은 동쪽 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시작하는 때이어서 감격스러운 일을 전하여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시가 힘차게 스스로 지어집니다 깃털과 동물 꼬리로 장식한 깃발이 길을 가득 채우고 용 무늬 도포와 수 놓은 휘장이 하늘을 마주합니다 이곳이 즐겁다고는 하지만 송악산에서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 청주의 공북루는 이미 소실되어 ..

유숙,"홍주 집의 벽에 씁니다 書洪州家壁"

柳淑(號思庵,1316-1369) 〈書洪州家壁〉 自從無始來,生死知幾廽。 旁人應眼冷,老物已心灰。 유숙 (호, 사암, 1316-1369) "홍주의 집 벽에 씁니다" 아직 아무 것도 시작되기 전부터 태어나고 죽는 걸 몇 번이나 되풀이 했나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차가운 눈빛으로 보겠지만 이 늙은 이의 마음은 이미 재가 되었습니다 (반빈 역) Yu Suk (1316-1369) "Written on the Wall at Home in Hong-ju" From before the beginning of time, How many births and deaths have been repeated? People by me might see me with their indifferent eyes, But the he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