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이 더 지났습니다. 갑오년을 맞으며 한시를 한 수 썼던 게 기억납니다. 소람하세요.
〈歲寒曲〉
風簌簌,能不觫,家遠人自惑,
雲陰陰,客喑喑,日斜當痛飲。
孤燈雖昏奔萬里,睡夢恐僅爬一寸。
鼓凍殘聲漫縈繞,歲寒遊子仍交困。
(二賓寫於甲午前夕)
〈세한곡〉
풍속속, 능불속, 가원인자혹,
운음음, 객음음, 일사당통음.
고등수혼분만리, 수몽공근파일촌.
고동잔성만영요, 세한유자잉교곤.
(이빈사어갑오전석)
〈추운 시절의 노래〉
휘익 휘이익 부는 바람, 떨지 않을 수 있을까?
집은 멀고 나는 홀로 갈팡질팡.
침침한 구름 속, 목소리 잃은 객—
해가 기울면, 물론 통쾌히 마셔야겠지.
외로운 등불 희미해도 만리를 달리지만,
깊은 잠 꿈속에서는 한 치나 길 수 있나 두렵다.
북소리 얼어붙어 잦아들며 맴돌고,
추운 시절, 이 떠돌이 여전히 얽혀 묶였네.
(갑오년 전날 저녁 이빈이 짓다)
不寫古典詩是我自定的戒律。沒有足夠的修養當是第一個理由,可是更重要的原因是自恨詩中之遊子情緒。這個戒,我破過幾次。今天又來一次破戒。當然,這也不外是遊子之歎。律詩整齊的形式似乎不合乎遊子動蕩之心,因而採用了三、五、七言錯落句。請笑覽。詩後之〈二賓〉是自號,大洋兩旁皆作客之意,遊子之別稱而已。
(고전시를 쓰지 않는다는 건 내 스스로 정한 계율이다. 시를 지을 만큼 충분한 수양이 없었다는 게 첫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원인은 시 속에 담기는 떠돌이의 정서가 싫기 때문이다. 이 계율은 몇 번인가 스스로 깬 적이 있는데 오늘 또 한 번 파계한다. 물론 이번에도 떠돌이의 탄식에 다름아니다. 율시의 가지런한 형식이 흔들리는 떠돌이의 마음에 적당하지 않는 것 같아서 삼언, 오언, 칠언이 들쭉날쭉한 형식을 취했다. 소람하시기 바란다. 시의 뒤에 붙인 "이빈"은 내 스스로 정한 자호, 큰 바다 양쪽에서 모두 나그네라는 뜻으로 그 또한 떠돌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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