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61

나식,"종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再訪琮之"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再訪琮之〉 谷口重相訪,山回水復回。 棋枰依綠渚,詩料仗新醅。 謾有何君遇,慚無杜老才。 歸來山月白,中夜且徘徊。 注:第五句用何遜典實。何遜少年得名,大受沈約等當時名人之賞識,其功名,人鮮能及。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종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다시 만나기 위해 골짜기 입구로 가는 길 산을 휘감고 또 물을 따라 돌았습니다 바둑판은 물가 모래언덕으로 괴었고 시의 소재는 새로 담근 술에 기대어 찾았지요 하씨 같이 세상 경험이 많다고 으스댔지만 두노인의 재주가 없는 걸 부끄러워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산 위로 흰 달이 떠올라 한밤중이었지만 한참을 서성거렸습니다 주: 세째 연은 하손(何遜, 468-518)과 두보(杜甫, 712-770)의 이야기를 이용합니다...

나식,"친구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합니다 與友飲話"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與友飲話〉 嘉賓半夜來,皓月當窓白。 賴有神仙爐,終宵聊可樂。 原注:(神仙爐)新樣煖酒器,來自中朝。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친구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합니다" 좋은 손님이 한밤중에 오니 하얀 달로 창문이 밝습니다 믿음직한 신선의 난로가 있어서 밤새도록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네요 시인 주: (신선의 난로는) 술을 데우는 새로운 도구로 중국에서 왔습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Drinking and Chatting with a Friend" A welcome guest comes in the middle of the night. The bright moon makes the window light. Thanks t..

나식,"병중에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病中憶母"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病中憶母〉 憶母無時泣,憶兒應更多。 雲飛天汗漫,雛過血滂沱。 豐頰今消盡,枯顏餘幾何。 孤忠天所鑑,每日祝恩波。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병중에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나도 어머니를 기억하며 시도때도 없이 울지만 이 아들을 기억하시는 어머니는 훨씬 더 하실 겁니다 구름 날아다니는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고 병아리 지나가니 피눈물이 비 오듯 하겠지요 포동포동했던 두 볼이 이제 모두 사라졌으니 깡말랐던 어머니 얼굴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외로이 지키는 충심을 하늘이 보아 주시면 하루하루 은혜로운 축복이 물결치듯 하겠습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In Illness, I Remember My Mother" Remembering ..

나식,"운계사를 씁니다 題雲溪寺"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題雲溪寺〉 曲曲溪回復,登登路屈盤。 黃昏方到寺,清磬落雲端。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운계사를 씁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 돌고 또 돌고 타박타박 걷는 길 꺾이고 다시 감깁니다 사찰에 이제 막 황혼이 깃드는데 맑은 풍경소리가 구름 끝에서 떨어집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Writing the Clouded Brook Monastery" A zigzagging brook keeps on meandering; The path I plod along turns and turns again. The evening twilight is setting on the monastery, And the chimes of ..

나식,"남원 시골집에서 대나무 등불을 보며 南原村舍,見燈竹有感"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南原村舍,見燈竹有感〉 風花飛盡綠陰齊, 小院幽幽鴉亂啼。 吟罷忽看燈上火, 遠人心事轉凄凄。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남원 시골집에서 대나무 등불을 보며" 바람 속 꽃잎이 모두 날아 떨어지고 녹음이 짙어지니 어둑어둑한 작은 뜰에서 까마귀들이 마구 짖어댑니다 이렇게 읊고 나니 문득 등에 불이 켜져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사람 마음 속 생각이 점점 처량해 집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Seeing a Bamboo Lamp at a Rustic Cottage in Namwon" Flowers in the wind have all fluttered down, Leafy shade gets denser, And rav..

나식,"가을 날 정종지 참봉을 방문합니다 秋日訪鄭參奉琮之"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秋日訪鄭參奉琮之〉 提壺尋野老,秋日始凄清。 楓岸猩紅凈,沙隄鴨綠平。 兒飜收釣手,魚擲上鉤聲。 醉裏歸程晚,山禽向月鳴。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가을 날 정종지 참봉을 방문합니다" 술병을 들고 촌노인을 찾아 나서는데 가을 날씨가 맑고 서늘해 지기 시작합니다 단풍 든 언덕이 진홍색으로 말끔하고 모래 둑은 녹색 물과 나란합니다 아이들이 낚시 줄을 거두어 다시 던지고 물고기가 낚시에 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거나하게 취해 돌아오는 일정이 늦어졌는지 산새들이 달을 향해 짖습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Visiting Attendant Chōng Chong-ji on an Autumn Day" I go out to seek ..

나식,"그림 속의 매화를 노래합니다 詠畫梅"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詠畫梅〉 一隻何方蝶,能尋雪裏春。 兩心相照處,天地亦氳氤。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그림 속의 매화를 노래합니다" 어디서 왔는지 나비 한 마리 눈 속에서 봄을 찾을 수 있을까요 두 마음이 서로를 비치는 곳 그곳 하늘과 땅에 가득하겠지요 (반빈 역) Na Shik (1498-1546) "On Plum Blossoms in a Painting" I wonder from where this butterfly came. Could it find the season of spring in the snow? Where the two hearts shed light on each other, Heaven and earth there will be ..

나식,"두성노인 아드님이 그린 독수리에 붙입니다 題杜城公子畫鵰二首" 두 수의 둘째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題杜城公子畫鵰二首〉之二 皂鷹震枯槎,下有驚兔躍。 兔躍竟何之,睨視空側足。 摶擊只此時,看看心膽小。 揮灑者誰子,滿堂嗟神妙。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두성노인 아드님이 그린 독수리에 붙입니다" 두 수의 둘째 검독수리가 시든 가지를 흔들어 대니 아래에서 놀란 토끼가 뛰어오릅니다 그 토끼가 뛰어올라서 대체 어디로 갑니까 제 주위를 하릴없이 두리번거릴 뿐이지요 잡아채며 무찔러 오는 건 바로 이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게 보이시나요 붓을 휘둘러 그걸 그리는 건 어느 집 아드님인지 대청마루 가득 모인 사람들이 신묘하다고 감탄합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On the Eagle Painted by Master Tu Sōng..

나식,"두성노인 아드님이 그린 독수리에 붙입니다 題杜城公子畫鵰二首" 두 수의 첫째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題杜城公子畫鵰二首〉之一 草中躍寒兔,飢鵰時下擊。 但見血糢糊,誰知爪貫目。 山禽驚且起,剌剌空中哭。 寄語杜城翁,知君奪天力。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두성노인 아드님이 그린 독수리에 붙입니다" 두 수의 첫째 풀 속에서 벌벌 떨며 토끼가 뛰어오르고 바로 그 때 굶주린 독수리가 내리 날며 타격합니다 피가 흥건해 흐릿하게 보일 뿐이니 발톱이 눈을 꿰뚫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놀란 산새들이 날아올라 끼륵끼륵 공중에서 울어 댑니다 두성노인께 말씀드립니다 아드님은 하늘의 힘을 가져다 쓰심을 알았습니다 (반빈 역) Na Shik (1498-1546) "On the Eagle Painted by Master Tu Sōng's Son," First of Tw..

나식,"어쩌다 읊는 노래 偶吟"

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偶吟〉 怪鳥啼時落日低, 溪流曲處四仙齊。 此間豈乏匡時士, 回首紅塵路轉迷。 注:二句〈四仙〉之所指不易確定。中國北方之習俗,將黃鼠狼、狐狸、刺蝟、蛇等動物,以黃仙、胡仙、白仙、柳仙等四仙稱之。或以道教、佛教之劉海蟾、李鐵拐、寒山、拾得等稱作四仙。韓國古代文學,將述郎、南郎、永郎、安詳等傑出〈花郎〉稱做〈新羅四仙〉。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어쩌다 읊는 노래" 괴이한 새 울어 대는 지금 지는 해가 내려앉고 시냇물 굽이치는 이 곳으로 신선 넷이 모두 모입니다 여기 어찌 어려움에서 시대를 구하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고개를 돌려 붉은 먼지 가득한 세상을 보니 길이 돌고 돌아 희미합니다 주: 둘째 구절의 "네 신선"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북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