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추운 시절의 노래〉

半賓 〈歲寒曲〉 風簌簌, 能不觫, 家遠人自惑。 雲陰陰, 客喑喑, 日斜當痛飲。 孤燈雖昏奔萬里, 睡夢恐僅爬一寸。 鼓凍殘聲漫縈繞, 歲寒遊子仍交困。 (甲午前夕) 반빈 〈추운 시절의 노래〉 휘익 휘이익 부는 바람 속에서, 떨지 않을 수 있나요? 집은 멀고 나는 홀로 갈팡질팡합니다. 침침한 구름 속, 목소리 잃은 객— 해가 기울면, 물론 통쾌하게 마셔야 하지요. 외로운 등불 희미해도 만 리를 달리지만, 깊은 잠 내 꿈은 한 치나 길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얼어붙은 북 남은 소리 잦아들며 하릴없이 맴돌고, 추운 시절, 이 떠돌이 여전히 얽혀 묶여 있습니다. (갑오년 전날 저녁) H. Rhew "A Song in Cold Times" In the rustling, rustling wind, Is it possible ..

시선(詩選) 2022.11.12

"나이테(年輪)"

半賓 〈年輪〉 去冬頻凍雨,巨木多摧倒。 臥佛默言禪,年輪初露表。 輪而不再輪,撫摸代祈禱。 藏於樹幹時,樹齡略可考。 同心數不至,軋軋群童惱。 歲數年輪乖,形容最枯槁。 倏忽二毛見,驚呆或始老。 額頭增皺紋,寒膽遽焦躁。 不久古來稀,顏蒼首已皓。 老來又何妨,年輪回軌道。 (壬寅霜降翌日) 반빈 "나이테(年輪)" 지난 겨울 얼어붙는 비가 잦더니 큰 나무들이 많이 부러져 넘어집니다 드러누운 부처님 말없는 참선 속에 나이테가 처음 밖으로 드러납니다 바퀴(輪)이면서 다시는 구르지 못하게 돼 쓰다듬는 것으로 기도를 대신합니다 나무줄기 속에 감추어져 있을 때에도 나무의 나이는 대략 알아볼 수 있지요 나이테를 세다가 가운데까지 다다르지 못하자 한 무리 아이들이 투덜투덜 조바심을 합니다 나이테와 경험의 무게가 서로 빗나갈 때 모습이 가장 초췌합..

시선(詩選) 2022.11.09

"아이들과 손녀들을 위해 해삼요리를 만드는데 사흘 밤낮을 썼습니다"

半賓 〈為兒孫作海參菜用三晝三夜〉 海參貌醜味情痴, 徐緩品嘗如遇奇。 咀嚼怡和多口樂, 烹調棘手幾人知。 操心泡發經三夕, 讚嘆佳肴僅一時。 鼓腹兒孫請再做, 爺爺只笑答遲遲。 (壬寅霜降前後) 반빈 "아이들과 손녀들을 위해 해삼요리를 만드는데 사흘 밤낮을 썼습니다" 해삼은 생긴 모습은 추하지만 맛이 사랑에 빠질 만합니다 이상한 것을 만나는 듯 천천히 맛을 봅니다 씹을 때 즐겁고 조화로워 많은 입을 즐겁게 하지만 조리하기가 성가시다는 것은 몇 사람이나 알까요 조심조심 물에 불려 푸는데 사흘 밤이 걸리지만 좋은 음식이라는 감탄과 칭찬은 고작 한 시간 남짓 만족해서 배를 두드리며 아이들이 다시 만들어 달라 청하지만 할배는 웃음지을 뿐 대답이 느릿합니다 (임인년 상강 전후) H. Rhew "Three Days and Three..

시선(詩選) 2022.11.06

"대춘의 칠언절구 한 수에 회답합니다"

半賓 〈回大春七絕一首〉 寄拙稿一篇至大春請指正,並說明《周易》英譯之計畫。大春回以七絕一首如下: 一杯且為江山醉, 十里何如菡萏春。 我有黃公爐上客, 飛箋萬葉絕風塵。 ──口占寄亨奎我兄覆瓿大春書 我草草擬回覆如下: 欣以太玄苫醬缸, 易經余譯緊隨焉。 清談嵇阮不能效, 無那醇醪自暢然。 (戊戌霜降前後) "대춘의 칠언절구 한 수에 회답합니다" 졸고 한 편을 대춘에게 보내며 부족한 점을 가르쳐 달라 부탁하고, 주역의 영어번역 계획을 설명하니 대춘이 다음과 같은 칠언절구 한 수로 응답했습니다. 금명간 술 한 잔 나누며 강과 산을 위해 취하시지요 십 리가 얼마나 연꽃 꽃봉우리 맺힌 봄 같습니까 우리 집에 황노인 화로 위 술 주전자가 있다고 편지 만 쪽을 날려보내니 먼지바람을 끊어 냅시다 ──친구 형규에게 장독 덮으라고 시 한 폭 써 보..

시선(詩選) 2022.11.02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매일 많아짐을 보며"

半賓 〈看無居浮浪者日增〉 篷帳搭支沿大街, 無家流浪苦形骸。 四鄰僅覺心魂懼, 袖手旁觀世失諧。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매일 많아짐을 보며" 큰 길을 따라 장막을 얽어 짓고 집 없이 흘러 떠도는 고통스러운 몸뚱이들 이웃사람들은 오로지 마음과 영혼으로 두려움을 느낄 뿐 두 손 소매에 넣은 채 옆에서 세상 꼴 엉망이 되는 걸 쳐다 봅니다 (임인년 상강 며칠 전) H. Rhew "Seeing the Steady Increase of People Floating Without a Place to Stay" Having pitched up tents Along broad streets, Wretched bodies Flow and float without a home. Nearby neigh..

시선(詩選) 2022.10.30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보면서 점을 칩니다"

半賓 〈看中美對持而問卜〉 筮遇睽之歸妹爻, 美中敵對互叨嘮。 不知匪寇為婚媾, 雨洗負塗回舊交。 注:〈遇睽之歸妹〉指睽卦上六,爻辭曰:「睽孤見豕負塗,載鬼一車,先張之弧,匪寇婚媾,往遇雨則吉。」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보면서 점을 칩니다" 산가지로 점을 쳐 규(睽)가 귀매(歸妹)로 가는 효를 얻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적대하면서 서로에게 지껄이고 있음입니다 도둑떼로 보이지만 사실은 혼인하러 온다는 걸 모릅니다 비가 내려 흙을 씻어내니 옛날처럼 다시 오고 갈 수 있겠습니다 주: 〈규가 귀매로 간다 睽之歸妹〉는 《주역周易》서른 여덟 번째 괘인 규(睽)괘가 움직여 쉰 네 번째인 귀매(歸妹)괘로 간다는 뜻인데, 그건 규괘의 맨 윗 효가 점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규괘의 맨 위 효의 효사는 이렇습니다: 「흙..

시선(詩選) 2022.10.28

"영국 수상이 취임 후 한 달 여에 물러난다 합니다"

半賓 〈英首相就職月餘下臺〉 富裕議題肩上扛, 誠能治理重民邦。 有無對峙綿綿續, 下野疑為報詐降。 (壬寅霜降前二日) 반빈 "영국 수상이 취임 후 한 달 여에 물러난다 합니다" 부유층의 의제를 어깨에 걸쳐 메고 사람들을 중하게 여기는 나라를 진정으로 보살필 수 있나요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사이의 대치는 그침이 없이 계속됩니다 영국 수상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진심 없는 투항이 아닌가 의심합니다 (임인년 상강 이틀 전) H. Rhew "Hearing that The British Premier is stepping down" Carrying on the shoulder The agenda for the rich, Is it really possible to manage A country that prizes..

시선(詩選) 2022.10.25

"한국 대통령 윤아무개의 말이 거칠다고 합니다"

半賓 〈聞韓國總統尹某言粗〉 當初並未待周嚴, 無忌誠如不易芟。 陋習平生雖積累, 金人可效口三緘。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한국 대통령 윤아무개의 말이 거칠다고 합니다" 세심하게 잘 살필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리낌 없음은 참으로 베어 버리기 어려운 듯합니다 비루한 습관은 평생을 통해 쌓이고 쌓였겠지만 입을 세 겹으로 봉한 쇠로 만든 사람을 흉내낼 만합니다 주: 마지막 행은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태묘에서 보았다는 쇠붙이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원용합니다. 입을 세 겹으로 봉한 모습이었고 등뒤에 말을 조심하라고 적혀 있었다는 이 이야기는 《설원說苑》,《의림意林》,《공자가어孔子家語》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임인년 상강 며칠 전) H. Rhew "Hearing about the ..

시선(詩選) 2022.10.23

'버드나무 가지 끝이 푸르다'라는 곡에 노래를 붙여

半賓 〈大春於重陽填柳梢青一闋賦登高,遲遲至今方能和答〉 踏秋半歇, 未曾作答, 忽而霜雪。 悽戚詩情, 載遮載顯, 謫仙風骨。 春秋只是春秋, 何妨作、蟬吟咽咽。 加淚硯池, 弄成淡墨, 發揮餘熱。 (壬寅霜降前三日) 반빈 "대춘이 중양절에 '버드나무 가지 끝이 푸르다'라는 곡에 노래를 붙여 높은 곳에 오름을 노래했습니다. 한참 꿈지럭거리다 지금에야 화답합니다." 가을을 밟는다는 중양절이 한참 지나도 여태껏 답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서리와 눈의 계절입니다 쓸쓸하고 서글픈 시의 마음이 가리기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 귀양 온 신선의 높은 풍격입니다 봄과 가을은 오직 봄과 가을일 뿐 매미 울먹이는 노래를 부르면 어떻습니까 눈물을 벼룻돌에 더해 먹물을 묽게 만들어 남은 정열을 발휘하시지요 (임인년 상강 사흘 전) H. Rhew ..

시선(詩選) 2022.10.20

"추운 겨울은 왔다가 갑니다"

半賓 〈寒冬將至將去〉 霜露損薔薇, 垂頭咏式微。 風刀雖繼至, 蝴蝶記翻飛。 (壬寅寒露後一日) 반빈 "추운 겨울은 왔다가 갑니다" 이슬과 서리가 장미를 망쳐버리니 고개를 숙이고 이제 돌아가자 노래합니다 이어서 칼 같이 매서운 바람이 다다르겠지만 나비가 펄럭이며 날던 걸 기억합니다 (임인년 한로 다음날) H. Rhew "Cold Winter Will Come, Will Go" Roses marred by dew and frost, Droop down the head and sing of returning, Wind sharp as knife will soon arrive, But remember the butterflies flying, fluttering. (A day after the Cold Dew Day..

시선(詩選) 202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