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34

"한국 대통령 윤아무개의 말이 거칠다고 합니다"

半賓 〈聞韓國總統尹某言粗〉 當初並未待周嚴, 無忌誠如不易芟。 陋習平生雖積累, 金人可效口三緘。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한국 대통령 윤아무개의 말이 거칠다고 합니다" 세심하게 잘 살필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리낌 없음은 참으로 베어 버리기 어려운 듯합니다 비루한 습관은 평생을 통해 쌓이고 쌓였겠지만 입을 세 겹으로 봉한 쇠로 만든 사람을 흉내낼 만합니다 주: 마지막 행은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태묘에서 보았다는 쇠붙이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원용합니다. 입을 세 겹으로 봉한 모습이었고 등뒤에 말을 조심하라고 적혀 있었다는 이 이야기는 《설원說苑》,《의림意林》,《공자가어孔子家語》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임인년 상강 며칠 전) H. Rhew "Hearing about the ..

시선(詩選) 2022.10.23

'버드나무 가지 끝이 푸르다'라는 곡에 노래를 붙여

半賓 〈大春於重陽填柳梢青一闋賦登高,遲遲至今方能和答〉 踏秋半歇, 未曾作答, 忽而霜雪。 悽戚詩情, 載遮載顯, 謫仙風骨。 春秋只是春秋, 何妨作、蟬吟咽咽。 加淚硯池, 弄成淡墨, 發揮餘熱。 (壬寅霜降前三日) 반빈 "대춘이 중양절에 '버드나무 가지 끝이 푸르다'라는 곡에 노래를 붙여 높은 곳에 오름을 노래했습니다. 한참 꿈지럭거리다 지금에야 화답합니다." 가을을 밟는다는 중양절이 한참 지나도 여태껏 답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서리와 눈의 계절입니다 쓸쓸하고 서글픈 시의 마음이 가리기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 귀양 온 신선의 높은 풍격입니다 봄과 가을은 오직 봄과 가을일 뿐 매미 울먹이는 노래를 부르면 어떻습니까 눈물을 벼룻돌에 더해 먹물을 묽게 만들어 남은 정열을 발휘하시지요 (임인년 상강 사흘 전) H. Rhew ..

시선(詩選) 2022.10.20

"추운 겨울은 왔다가 갑니다"

半賓 〈寒冬將至將去〉 霜露損薔薇, 垂頭咏式微。 風刀雖繼至, 蝴蝶記翻飛。 (壬寅寒露後一日) 반빈 "추운 겨울은 왔다가 갑니다" 이슬과 서리가 장미를 망쳐버리니 고개를 숙이고 이제 돌아가자 노래합니다 이어서 칼 같이 매서운 바람이 다다르겠지만 나비가 펄럭이며 날던 걸 기억합니다 (임인년 한로 다음날) H. Rhew "Cold Winter Will Come, Will Go" Roses marred by dew and frost, Droop down the head and sing of returning, Wind sharp as knife will soon arrive, But remember the butterflies flying, fluttering. (A day after the Cold Dew Day..

시선(詩選) 2022.10.17

"'시의 길' 동인 모임 오주년 기념 연회의......"

半賓 〈聞詩路五載宴席盛情,悔不得佔其一角。今僅對半懂不懂之「有情紅豆生無種」句,並步韻吟誦一律〉 腳尖踮起頸長鵝, 獨舉盈杯悔恨多。 面壁苦吟終噱笑, 對空暗誦缺回和。 有情紅豆生無種, 今作白雲比古歌。 自啜數壺追傲悅, 愈飲何為愈難過。 (己亥秋) 반빈 "'시의 길' 동인 모임 오주년 기념 연회의 성황에 대해 들으며, 그 한 구석에 있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제 '사랑 가득한 붉은 팥은 살면서 씨앗을 남기지 않는다'는 알쏭달쏭한 구절에 삼가 댓구를 달고 운을 따라 율시 한 수를 읊습니다" 발끝으로 까치발을 선 목이 긴 거위 혼자서 가득 채운 잔을 들자니 한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벽을 마주보며 애써 노래하다가 결국은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습니다 허공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으려 하니 돌아오는 화답이 없습니다 사랑 가득한 ..

시선(詩選) 2022.10.13

"임인년 한로에"

半賓 〈壬寅寒露〉 切切雜喑喑, 風聲似拉琴。 懷中思爽朗, 足底露清湛。 季節方秋末, 人生近歲深。 林林情與憾, 攏袖付謳吟。 반빈 "임인년 한로에" 목멘 구슬픔으로 소근거리는 바람이 바이올린 켜는 소리를 닮았습니다 가슴 속엔 생각이 시원스레 트이고 발 아래에는 이슬이 맑고 깨끗합니다 계절은 이제 가을의 마지막에 다다르지만 나는 인생의 깊은 쪽으로 다가갑니다 사랑도 안타까움도 참 많았지요 이제 소매를 걷고 그걸 노래에 담겠습니다 H. Rhew "On the Cold Dew Day of 2022" Whispering in a sorrowful sobbing, The wind resembles the sound of violin. Thoughts in the bosom open up wide and bright; D..

시선(詩選) 2022.10.10

'정원 가득 꽃향기' 곡에 붙여

半賓 〈滿庭芳:戲和大春,並補寄新攝玫瑰影數葉〉 不讓和詩? 嫌看黑白? 為何挑選三江? 許多煩惱, 壓不穩無雙。 故實來源亦僻, 迫愚弟、守住芸窗。 還藏置, 入聲暗韻, 似勸我求降。 誠悾, 詩興發, 心裁卒卒, 情調幢幢。 漫、回想當年, 學拙言哤。 幸得仁兄鼓勵, 夜又夜、守住銀釭。 方今攝, 玫瑰數葉, 再寄硯池旁。 注:上片第三句〈三江〉指詩韻上平三江韻部。 (壬寅重陽前日) 반빈 "'정원 가득 꽃향기' 곡에 붙여 —장난스럽게 대춘에게 화답하며 새로 찍은 장미 사진 몇 장을 함께 더 보냅니다" 화답하는 시를 쓰지 말라는 건가요 흑백사진이 보기 싫증이 나셨나요 무슨 이유로 세번째 시운 "강"을 고르셨지요 번뇌가 아주 많았습니다 운 맞추기가 흔들리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용하신 전고도 궁벽한 곳에서 찾으셨어요 이 어리석은 아우를 공부..

시선(詩選) 2022.10.05

"'이름몰라요' 새"

半賓 〈名不知鳥〉 眾鳥適名名不知, 稱呼態貌總相離。 深林僅許聽啾唧, 圖鑑謀求集默姿。 泥滑提葫青竹筍, 自鳴其實說人思。 歐公喜學綿蠻舌, 無措可憎讒口辭。 (壬寅秋分後二日) 반빈 "'이름몰라요' 새" 많은 새들은 이름을 '이름몰라요'라 하면 적당하겠습니다 호칭과 모습이 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깊은 숲은 오로지 짹짹 새 소리를 듣는 것만 허락하고 조류도감은 궁리해서 소리는 없이 모습만 모으려 합니다 '미끄러미끄러'나 '술병들고와' '죽순파래'라는 새들이 제 자신을 부른다 하지만 사실은 듣는 사람의 생각을 말합니다 구양수어르신이 즐겨 배운 건 제멋대로 떠드는 새들 소리였습니다 가증스럽게 남을 헐뜯어 하는 말이 없으니까요 (임인년 추분 이틀 후) 주: 다섯째 행은 고대 중국어에서 지저귀는 소리가 그대로 이름이..

시선(詩選) 2022.10.03

"무나재가 신축년 7월12일에 지은 시에 화답합니다"

半賓 〈和無那齋辛丑七月十二日作〉 瘟神怪話繼晨昏, 寧問蟾蜍友俱存。 清濁不分沽一斗, 百篇詩出慰驚魂。 반빈 "무나재가 신축년 7월12일에 지은 시에 화답합니다" 역병악귀 고약한 소리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집니다 밝은 달 속 두꺼비에게라도 친구들 안부를 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맑다 탁하다 따지지 말고 술 한 말 받아다 마시면서 시 백 편을 써 내시면 놀란 마음을 달랠 수 있을 텐데요 H. Rhew "Echoing a poem composed in No-Alternative Studio on 12 July 2021" The snarly sounds of devilish pestilence Continue from dawn to dusk. I wish I could ask the toad in the moon..

시선(詩選) 2022.10.01

"'왕손을 기억함'에 노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半賓 憶王孫 --和大春 銀釭對影亦三人, 獨酌花間思亦真。 賓主同歡共洗塵。 記酬神, 落座先呼酒一巡。 (庚子大雪後數日) 반빈 "'왕손을 기억함'에 노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은등잔을 부르고 그림자를 마주해도 세 사람은 되지요 꽃밭에서 홀로 술을 따르니 생각이 진실합니다 손님과 주인이 함께 즐거워하며 쌓인 먼지를 털어냅시다 감사기도도 잊지 말아야지요 자리에 앉으면 바로 첫 순배를 청해 술잔을 듭시다 (경자년 대설 며칠 후) H. Rhew "Echoing Dachun by Chanting a Song to the Tune of Yiwangsun, 'Remembering a Royal Offspring'" A party of three can be made Just by calling the silver l..

시선(詩選) 2022.09.29

"반생을 되돌아 봅니다"

半賓 〈回顧半生〉 風霜異域守寒窗, 蝌蚪丁頭或迫降。 松鼠飛翔沉水漩, 金魚躍起出魚缸。 牙牙番言思留內, 啁哳詩文懣滿腔。 僥倖知音逢一二, 我心偶爾跳逄逄。 (壬寅秋分) 반빈 "반생을 되돌아 봅니다" 바람 속 서리 아래 낯선 땅에서 차디찬 창문을 지키며 공부했지요 올챙이나 쐐기를 닮은 문자가 때로 손을 들라고 압박도 했습니다 다람쥐가 날아오르다 소용돌이 치는 물속에 빠지고 금붕어는 뛰어오르다 어항 밖으로 떨어집니다 남의 나라 말이 서툴러 생각이 안에 남았고 시와 글이 보잘것없어 번민으로 가슴이 가득했습니다 다행이 이해해 주는 친구를 하나 둘 만나기에 내 마음 어쩌다가 두근두근 뛰기도 합니다 (임인년 추분에) H. Rhew "Looking Back the Latter Half of My Life" In the win..

시선(詩選)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