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계묘년 정월 초이레 사람의 날(人日)에" 두 수의 둘째

半賓 〈癸卯人日即事二首〉之二 人日重人為重口, 常思七菜做清羹。 女媧先創是雞狗, 牛馬豬羊何不烹。 반빈 "계묘년 정월 초이레 사람의 날(人日)에" 두 수의 둘째 사람의 날 정월 초이레에 사람을 귀중히 여기려면 입을 귀중히 여깁니다 늘 일곱 가지 채소를 넣어 맑고 푸른 국을 끓이고 싶어합니다 여와씨가 사람을 만들기 전에 먼저 닭과 개를 짓고 소와 말, 돼지와 양을 만들었는데 그 중 무엇을 삶지 못하나요 H. Rhew "On the First Seventh Day of the Year of Guimao" Second of Two Poems The first seventh of the year, the day of humans, Valuing humans lies in valuing their mouths. We ..

시선(詩選) 2023.02.14

"계묘년 정월 초이레 사람의 날(人日)에" 두 수의 첫째

半賓 〈癸卯人日即事二首〉之一 遊子何時忻節日, 思歸成癖已如麻。 再於異域過初七, 家在天邊火晚霞。 반빈 "계묘년 정월 초이레 사람의 날(人日)에" 두 수의 첫째 떠돌이가 언제 명절을 즐거워 했나요 돌아가고픈 마음이 고질이 되어 이미 얼얼합니다 또 다시 멀리서 초이레를 지내니 집은 하늘 가장자리 불타는 저녁놀에 있습니다 (반빈) H. Rhew "On the First Seventh Day of the Year of Guimao" First of Two Poems When was a wanderer Joyous about festivities? Missing home has long been An addictive numbing craze. It is, once again, The first seventh of ..

시선(詩選) 2023.02.09

"봄을 기다림"

〈候春〉 收視探聽百舌飛, 窗邊靜坐撫清暉。 暗香浮動微風裏, 策杖尋花醉步歸。 (壬寅大寒) 반빈 "봄을 기다림" 시선 거두고 귀 기울여 종달새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창가에 조용히 앉아 맑은 햇빛을 쓰다듬습니다 그윽한 향기가 산들바람 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면 지팡이 짚고 꽃을 찾아나서 취한 걸음으로 돌아옵니다 (임인년 대한에) H. Rhew "Awaiting Spring" I withdraw my sight, and strain my ears To listen to the flight of larks. Sitting quietly by the window, I caress the limpid sunshine. When surreptitious aroma Floats in the breeze, I go out..

시선(詩選) 2023.02.03

"하늘 아래를 두루 노닐 수 없는 역마"

半賓 〈驛馬星不能遊天下〉 早得卜閒言, 相星如驛馬。 番邦奈植根, 無望遊天下。 (壬寅小寒,應以下、馬二字為韻作五絕之命題) 반빈 "하늘 아래를 두루 노닐 수 없는 역마" 오래 전 점쟁이의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별을 살펴보니 역마와 닮았다고 했어요 오랑캐 나라에 어쩔 수 없이 뿌리가 내려 하늘 아래를 두루 노니는 건 기대 밖입니다 (임인년 소한에 아래 하下, 말 마馬 두 글자를 운으로 오언절구를 지으라는 과제에 응합니다) H. Rhew "A Post Horse Unable to Roam Freely"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heard The useless words from a diviner, That perusing my star, He found it resemblin..

시선(詩選) 2023.01.31

"임인년 섣달 그믐에 친구 수진을 그립니다"

半賓 〈壬寅除夕懷秀鎮〉 已料退休延笑顏, 三千里土約消閒。 鬱陵屈鴨濟州島, 冠岳清溪智異山。 下雪奔馳玩滑降, 四時漫步喜登攀。 請君且恕歸來慢, 我欲偕遊盼速還。 自注:頷聯用韓國三島三山名,掘業島,金正浩《大東地志》稱屈鴨島,名甚美,此從原。 반빈 "임인년 섣달 그믐에 친구 수진을 그립니다" 은퇴를 하면 얼굴에 웃음 머금을 걸 벌써 알고 있었습니다 삼천 리 땅이 모두 한가한 시간을 보내러 오라고 하겠지요 울릉도, 굴압도에서 제주도까지 관악산, 청계산에서 지리산으로 눈이 내리면 내달리며 미끄러져 내리는 걸 즐기고 사시사철 천천히 걸으며 오르는 기쁨을 찾으시지요 내가 돌아가는 게 늦어지는 걸 제발 이해해 주세요 나도 함께 노닐기 위해 어서 그리로 가기를 기다립니다 주: 둘째 연 세개의 섬과 산의 이름 중 굴업도(掘業島)는 김..

시선(詩選) 2023.01.28

"팔랑개비"

반빈 "팔랑개비" 집 앞 뜰에 이 작은 팔랑개비를 세워둔 사람들은 지나다니는 이웃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려는 건지 자신들도 이렇게 예쁘다고 뽐내고 싶은 건지 산들바람을 자기들 삶에 끌어들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묻지 않아도 좋을 걸 자꾸 찾아 물으려 하는 어줍지 않은 시인에게 자긍심을 주려는 것인지 (계묘년 초닷새) H. Rhew "A Pinwheel" The people who put up This tiny pinwheel On their front yard— Are they trying to lighten up Footsteps of neighbors passing by? Being uppish that They too are as pretty as this? Trying to let the breeze ..

시선(詩選) 2023.01.27

"섣달 그믐에 북한산방 여러 군자들을 그리워 합니다"

半賓 〈除夕懷北漢山坊諸君子〉 仙遊臥病剩遲遲, 闊步悠悠不可移。 坊主佛陀光普照, 半賓過客馬無羈。 雲霄故友祈遐福, 山下諸兄摸舊思。 三十餘秋情意摯, 時時引我索尋詩。 반빈 "섣달 그믐에 북한산방 여러 군자들을 그리워 합니다" 신선이 되어 노닐기도, 병들어 눕기도 하고 나머지도 느릿느릿 머뭇거리게 되었지만 긴 세월 여기로 저기로 활보했다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방주는 부처님 모두를 비추는 빛이고 반쯤 손님인 나는 나그네 고삐 없는 말입니다 하늘 저 높이 옛 친구들이 우리의 오랜 행복을 기도해 주고 산 아래 여러 형님들은 옛 생각을 더듬습니다 서른 번 넘게 가을이 왔다가는 동안 생각이 간절해져서 때때로 나를 끌어내어 시를 찾아 서성이게 합니다 H. Rhew "Longing for Gentlemen of Bukhans..

시선(詩選) 2023.01.24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반빈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노랫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손자가 여전히 품에 있으니 어떻게든 노래는 불러야 합니다 울고 칭얼대는 아이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불편한 것 같을 때 불러주는 노래에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이미자로 정훈희로 가보지만 또 도중에 흥얼거려야 합니다 그건 조용필도 마찬가지네요 영어 배운다고 외웠던 노래는 어떨까 궁리도 해보지만 존 덴버도 탐 존스도 하나같이 첫 몇 마디 뿐입니다 밥 딜런은 좀 다를까 기대해 봅니다 몇 해 전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다시 듣고 읽고 했으니 좀 나을까 해서요 바람 속으로 날려보내는 전쟁, 평화에 대한 그의 질문을 고전한시로 옮겨 보라고 문학번역 과목 과제로 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다 소용없어요 도중..

시선(詩選) 2023.01.21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반빈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1.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네…" 여기서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흥얼거리며 얼버무릴 수 밖에 없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이제 한돌을 지내는 아가에게는 할배가 이런다고 뭐 그리 이상할 게 없겠지요 노랫말이 가물거려 이런다는 건 모를 겁니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삼사 십 년 전이기는 했지만 내 딸들을 안고서는 끝까지 불렀던 것 같아요 정성을 들이고 감정을 살려서 혹시 잘 자라는 데 도움이 될까 열심히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낳은 아이를 안고 부르는 지금은 왜 노랫말이 첫 서너 마디만 생각나지요 아아, 그건 나중에 나온 노래라 그래 우리가 그 때는 국민학교라고 했던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아직 없던 노래라..

시선(詩選) 2023.01.20

"추운 겨울날 한 돌 외손자를 안고서"

半賓 〈嚴冬抱一歲外孫〉 諷誦小兒歌, 有求皆許下。 氣寒屋裏看, 窗外飛雲馬。 (壬寅小寒,應以下、馬二字為韻作五絕之命題) 반빈 "추운 겨울날 한 돌 외손자를 안고서" 어린아이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원하는 건 모두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날이 추워 집 안에서 내다 보니 창 밖으로 구름이 말 달리듯 날아다닙니다 (임인년 소한에 아래 하下, 말 마馬 두 글자를 운으로 오언절구를 지으라는 과제에 응합니다) H. Rhew "Holding a Grandson on a Cold Winter Day" Murmuring children's songs I promise that I will give anything you want. The weather is cold, and I look out from inside. Outside..

시선(詩選)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