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곤잔,"산고수장도에 붙입니다"

髡殘 〈山高水長圖〉之畫題 聳峻矗䒶表, 浩瀚周地軸。 溪雲起淡淡, 松風吹謖謖。 樂志于其間, 徜徉豈受縛。 兩雙青草鞋, 幾間黃茅屋。 笑看樹重重, 愛茲峯兀兀。 山高共水長, 鶴舞與猿伏。 可以立腳根, 方此對衡麓。 注:首句䒶,古天字。末句衡麓,官名,亦作衡鹿,守護山林之官。 곤잔(1612-74) "산고수장도에 붙입니다" 늠름하게 우뚝 서 하늘 밖까지 치솟아 올라 끝없이 펼쳐진 주위 들판의 축입니다 시냇물에서는 구름이 아련히 피어 오르고 소나무 숲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옵니다 이 속에서 즐거움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한가로이 거니는데 어떻게 묶일 수가 있나요 푸른 풀로 삼은 미투리 두어 켤레 누런 초가지붕 아래 방 몇 칸 겹겹 둘러싼 나무숲을 웃으며 바라보고 흔들림 없는 봉우리에 마음을 줍니다 산은 높고 물은 길고 학은 춤추고 원..

시선(詩選) 2023.01.16

"처음 만난 후 어느 덧 한 갑자 가까이 지났습니다"

半賓 〈相識近一甲子了〉 攜手覓青梅, 嘻嘻騎竹馬。 成親越四旬, 快活仍心下。 (壬寅小寒,應以下、馬二字為韻作五絕之命題) 반빈 "처음 만난 후 어느 덧 한 갑자 가까이 지났습니다" 손 잡고 파란 매실을 찾아다니고 히히덕대며 죽마를 타고 놀았지요 부부로 한 몸이 된지 사십 년이 넘었는데 즐거움이 여전히 마음에 가득합니다 (임인년 소한에 아래 하下, 말 마馬 두 글자를 운으로 오언절구를 지으라는 과제에 응합니다) H. Rhew "It's Been Nearly a Full Sexagenary Cycle Since We Met" Holding hand in hand, We searched for green plums. Laughing hee-hee, we shared the childhood, Riding on bam..

시선(詩選) 2023.01.12

"인백(因百鄭騫)스승님과 사모님에 대한 추억 하나"

半賓 〈憶因百師與師母一則〉 買冊唐詩三百首, 老師得意惱師母。 「平生讀寫目光凝, 論語君知家已有。」 반빈 "인백(因百鄭騫)스승님과 사모님에 대한 추억 하나" 《당시삼백수 唐詩三百首》 한 권을 사 들고 오셔서 만족스러우셨던 선생님 그래서 화가 나셨던 사모님 "한 평생 읽는다 쓴다 눈빛을 흐리게 만들지 않았어요 당신 아시지요 《논어 論語》는 집에 이미 있어요" H. Rhew "A Memory of My Teacher Zheng Qian and Mrs. Zheng" Having brought home he bought, A copy of the Three Hundred Tang Poems, My teacher Zheng Qian was so pleased, And that infuriated Mrs. Zheng. ..

시선(詩選) 2023.01.09

"세모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半賓 〈歲末思先母〉 四十六加四十六, 未知天命能瞑目。 如今遐想九旬娘, 善美當先廿八宿。 (壬寅十二月底) 반빈 "세모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사십 육 년에 또 사십 육 년이 더해집니다. 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눈을 감으실 수 있으셨나요 지금 아득히 멀리 구순의 어머니를 상상해 봅니다 좋으심과 아름다우심에서 물론 온 하늘 스물여덟 별자리에서 제일이시지요 (임인년 마지막 달 말에) H. Rhew "Thinking of My Late Mother at Year's End" On forty-six years, Forty-six more years have been added. Could you close your eyes Before reaching the age of knowing heav..

시선(詩選) 2023.01.06

"세모에 먼저 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半賓 〈歲末思先父〉 遠遊萬里又無方, 只在懷中念不忘。 一日匆匆離去後, 微風雨夜臥虛堂。 注:首句用《論語 · 里仁》:「父母在,不遠遊,遊必有方。」 (壬寅十二月底) 반빈 "세모에 먼저 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멀리 만 리 밖까지 떠나왔을 뿐 아니라 어떤 방도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 속에서 잊지 않고 그리워 할 뿐이었지요 어느 날 서둘 듯 떠나가신 후에는 바람 조금 불거나 비 오는 밤이면 텅 빈 방에 홀로 눕습니다 주: 첫 구절은 "부모가 계시면 멀리 여행하지 말아라. 여행할 때는 꼭 방도가 있어야 한다 父母在,不遠遊,遊必有方。"는 《논어 論語 · 이인 里仁》 공자님의 말씀을 이용합니다. (임인년 마지막 달 말에) H. Rhew "Thinking of My Late Father at Year's End"..

시선(詩選) 2023.01.02

"타향"

半賓 〈他鄉〉 迤邐半生三四國, 稱之祖母滿洲域。 親朋雖少適為詩, 何不消愁揮醉墨。 (壬寅冬至) 반빈 "타향" 삶의 반을 이리로 저리로 서너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내 할머니는 그걸 모두 만주땅이라고 부르셨지요 친지와 친구들이 적기는 하지만 시를 쓰기에는 좋습니다 술기운에 기대 붓을 휘둘러 아쉬움을 날려보내면 어떻습니까 (임인년 동짓날) H. Rhew "Away from Home" In this half of my life, I meandered Through three or four countries. My grandma call all of them The Manchu region. Friends are few and far between, But conducive to writing poetry...

시선(詩選) 2022.12.30

"고향"

半賓 〈故鄉〉 僅於遊子時追憶, 或許亦留偏膳食。 夢境迢迢已不明, 童年赤腳非回得。 (壬寅冬至) 반빈 "고향" 오직 떠돌이들 때때로 하는 추억 속에 있을 따름입니다 어쩌면 음식의 입맛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머나먼 꿈의 세상 흐릿해진지 이미 오래이고 어린시절 맨발의 나로 되돌아 갈 수는 없겠습니다 (임인년 동짓날에) H. Rhew "Home" It is only in the occasional Memories of drifters. Yes, it could remain In the palate of food, too. The realm of dreams Is already faintly remote, And there is no returning To the barefooted me in my childh..

시선(詩選) 2022.12.27

"뉴튼이 일어섰습니다"

半賓 〈牛頓站立了〉 不起微身如氣絕, 膽寒頃刻將臨別。 今朝自站自徘徊, 感愧時悲時喜悅。 (壬寅冬至前二日) 반빈 "뉴튼이 일어섰습니다" 조그만 몸뚱이를 일으키지 못하고 숨이 거의 끊어지는 듯 했습니다 이제 곧 헤어져야 하는 건 아닌지 간담이 서늘했어요 오늘 아침에는 스스로 일어서서 스스로 뱅뱅 도네요 금세 슬퍼했다 금세 기뻐하는 내가 감사한 마음 중에도 조금 부끄럽습니다 (임인년 동지 이틀 전) H. Rhew "Newton Stands Himself up" Being unable to raise up his own tiny body, He seemed close to breathing his last breath. I was terrified by the thought Of imminent farewell. ..

시선(詩選) 2022.12.24

"임인년 동짓날 외손자의 돌잔치를 기다립니다"

半賓 〈壬寅冬至候外孫子一周歲〉 雖缺一餐紅豆粥, 欣逢永夜有遐福。 去年聖誕外孫生, 今後兩人同慶祝。 반빈 "임인년 동짓날 외손자의 돌잔치를 기다립니다" 팥죽 한 그릇을 먹지 못하기는 했어도 기쁘게 맞이하는 이 긴긴 밤 오래 계속될 행복이 있습니다 작년 성탄에 외손자가 태어났지요 지금부터는 둘이 함께 생일을 축하합니다 H. Rhew "Waiting for the First Birthday of Grandson on Winter Solstice, 2022" Though I did not get to eat A bowl of red bean porridge, This long night that I welcome joyfully Holds a promise of long-lasting happiness. My gr..

시선(詩選) 2022.12.23

"세모에 애견 뉴튼의 병세가 위중함을 보며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半賓 〈歲末愛犬牛頓病重示兒孫〉 牛頓病情危,舉頭尚緩遲。 果真再自立,亦屬不能知。 扁鵲華佗至,老患未必醫。 因而更恐懼,飄飄揮手離。 十多秋以來,步步總伴隨。 微軀三四磅,體貌卻如獅。 歡笑實無數,家人共發癡。 雙生兄已故,懷念不撐支。 冬夜即將臨,嗚呼歲暮悲。 此際應回顧,謝忱不可遺。 小狗給欣喜,其功勿置疑。 況兼思汝輩,事事謝為宜。 (壬寅冬至前數日) 반빈 "세모에 애견 뉴튼의 병세가 위중함을 보며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뉴튼의 병세가 위중해 머리를 드는 것 조차 아직 느릿느릿하다 과연 정말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다 편작이나 화타 같은 명의가 와도 늙어 생긴 병을 치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 홀연히 손을 흔들며 떠나는 건 아닌지 더욱 두렵다 가을을 열 몇 번 지내는 동안 발걸음 하나하나 ..

시선(詩選)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