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연꽃을 노래함"

半賓 〈詠荷〉 艷鮮濃淡不相爭, 黎首龍顏心共傾。 風色晶晶傳綠意, 水波剪剪耀紅情。 濂溪一說成君子, 萬里常吟見美聲。 伏暑炎天消口渴, 酒杯高腳涉湖擎。 自注:頷聯〈綠意〉、〈紅情〉二詞,荷花之比喻也。姜虁為詠梅自度二曲,名之以〈暗香〉、〈疏影〉,取自林逋〈山園小梅二首〉也。張炎以此二曲詠荷花,將詞牌名改為〈綠意〉、〈紅情〉也。 (壬寅中秋前數日) 반빈 "연꽃을 노래함" 곱고 맑은 모습, 짙고 옅은 빛깔이 서로 다투지 않고 얼굴 그을은 사람들과 용안의 임금이 함께 마음을 기울입니다 반짝반짝하는 바람으로 초록 뜻을 전하고 찰랑찰랑거리는 물결로 빨간 마음을 뽐냅니다 주렴계가 한 번 설파하여 군자가 되고 양만리가 늘 노래해 아름다운 소리가 드러납니다 찌는 더위 타는 날씨에 목마름을 해소하려면 높은 받침 술잔을 받쳐들고 호수를 헤치고 건너랍..

시선(詩選) 2022.09.17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겨울"

半賓 〈四時詠懷:冬〉 異鄉孤燭怎平居, 音訊能因雨雪踈。 等候朔風弛緩後, 梅開牆角是雙魚。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겨울" 타향에서 홀로 촛불을 지키는데 어떻게 편히 지내겠습니까 비와 눈 때문에 소식이 드문드문해 질 수 있나요 된바람이 잦아들어 누그러진 다음 울타리 한 구석에 피는 매화가 내가 기다리는 편지이겠습니다 H. Rhew "Thoughts in the Heart in Four Seasons: Winter" Sitting before a candle alone in a strange land, How can I be living a life in peace? Can the tidings become scanty Because of rain or snow? Wait until the north..

시선(詩選) 2022.09.15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가을"

半賓 〈四時詠懷:秋〉 西風喚起在天涯, 萬戶擣衣情可嘉。 蟋蟀如今不促織, 仍因思念葉沙沙。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가을" 하늬바람이 불어와 내가 하늘 끝에 있다고 알려 주네요 집집마다 다듬잇돌 소리 그 사랑 참 아름다웠겠지요 이제는 귀뚜라미가 길쌈하라고 재촉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 소리로 생각에 젖으니 나뭇잎이 버석거립니다 주: 세째 구절은 조금 설명을 붙이면 좋을 듯합니다. 귀뚜라미는 보통 실솔(蟋蟀)이라고 했는데 촉직(促織)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촉직은 귀뚜라미 우는 소리의 의성어로 볼 수 있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서둘러 길쌈을 해라"라는 의미 입니다. 다듬잇돌 소리와 함께 귀뚜라미 소리를 길쌈을 서두르라는 재촉으로 듣는 것은 멀리 전쟁터나 축성 등의 장소로 끌려간 가족을 그리워하..

시선(詩選) 2022.09.13

"아르테미스2호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半賓 〈聞將發射載人阿爾提米絲二號火箭登月有感〉 為何重奔凌玉盤, 瓊樓不恐不勝寒。 嫦娥依桂訴伶仃, 側耳聆聽且請安。 月兔孤單長擣藥, 今去換手煉靈丹。 且將回憶尼阿伯, 可請為之施酒席。 東坡謫仙不可忘, 古來歡宴待詩客。 月上不用邀明月, 可立三人比足跡。 此行或許別無故, 明月在天當可赴。 解惑釋疑猶不能, 遠程僅為散數步。 不見仙女勿失望, 勿求勿索勿四顧。 平安歸來共舉杯, 今後玉宇可不回。 (壬寅白露前數日) 반빈 "아르테미스2호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이유로 또 달려가 옥 쟁반을 밟으려 하나요 하늘님 사시는 궁전 견딜 수 없이 추울 터인데 두렵지 않나요 항아가 계수나무에 기대어 외로움을 호소하나요 가서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잘 계시라고 인사 드리려 합니까 달 위의 토끼가 오래 혼자서 방아를 찧어 약을 만들고..

시선(詩選) 2022.09.11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여름"

半賓 〈四時詠懷:夏〉 修竹清荷池上柳, 暑中避暑何時有。 古來黔首少良方, 拭汗靜心酤淡酒。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여름" 훤칠한 대나무, 맑은 연꽃, 연못 위 버드나무… 더위 가운데서 더위를 피하다니 그런 게 언제 있었지요 예로부터 얼굴이 그을은 사람들에겐 마땅한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땀 훔치고 마음 가라앉힌 다음 머얼건 술을 조금 받아오는 것 뿐이겠지요 H. Rhew "Thoughts in the Heart in Four Seasons: Summer" Lofty bamboos, limpid lotus, And willow trees on the pond… Dodging heat in a scorching heat— From whence has that been possible? To us, th..

시선(詩選) 2022.09.10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봄"

半賓 〈四時詠懷:春〉 置酒花間已略酣, 影隨明月竟成三。 忘邀桃李能行樂, 太白無情望漢南。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봄" 꽃 사이에 술자리를 만드니 벌써부터 조금 알딸딸하신가요 밝은 달을 따라 그림자가 왔으니 셋이 한 무리를 이루었다고 하십니다 복숭아꽃 살구꽃을 부르지 않고도 놀며 즐길 수 있나요 이태백은 무정하게 멀리 은하수 남쪽을 바라봅니다 H. Rhew "Thoughts in the Heart in Four Seasons: Spring" Setting a drinking party among flowers— Has already made you a bit tipsy? With the shadow following the bright moon, You say that the three compl..

시선(詩選) 2022.09.08

"기해년 중양절에 반달을 보고, 시로시회의 회원을 그리며 운을 따라 씁니다"

半賓 〈己亥重陽望半月,並懷詩路社同仁步韻〉 詩情興起欲乘風,玉宇瓊樓天界通。 清酒一樽雖獨守,濁思千疊可相攻。 舉杯月下懷坡老,起舞花間夢謫公。 筆墨同人能遠隔,文交大有共稱雄。 注:尾聯二句,各用周易卦名。 반빈 "기해년 중양절에 반달을 보고, 시로시회의 회원을 그리며 운을 따라 씁니다" 시에 담을 느낌으로 흥이 돋아서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하늘님 사시는 하늘나라 옥궁전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맑은 술 한 통을 혼자 마주하고 있지만 흐린 생각 천 겹을 함께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달 아래서 잔을 들어 소동파노인을 그리워 하고 꽃 사이에서 춤을 추며 이태백공을 꿈꿉니다 붓과 먹으로 사람들과 모이는 것이니 멀리 떨어져서도 할 수 있고 글로 풍부히 나누고 있으니 함께 자랑스러워 하시지요 주: 마지막 연 두 구절은 각각 《周易》의 괘..

시선(詩選) 2022.09.06

“바다 건너에서 정옥선배 시의 운을 따라 쓰며, 아울러 장씨 형님 두 분께도 회답합니다”

半賓 〈越洋步廷玉詞長韻,並回二張兄〉 揲分蓍草看天文, 禀報疫情求帝君。 美法伊西成煉獄, 不驚狗吠懼常聞。 (庚子寒食前一日) 반빈 “바다 건너에서 정옥선배 시의 운을 따라 쓰며, 아울러 장씨 형님 두 분께도 회답합니다” (점치는) 시초를 잡아 나누고 하늘의 무늬 바라보며 역병의 상황을 보고드리고 하늘의 임금께 기구합니다 미국도, 불란서도, 이태리도, 서반아도 연옥이 되었습니다 개 짖는 소리에는 놀라지 않는데 늘 들리는 소식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경자년 한식 하루 전) H. Rhew "Following the Rhyming of Tingyu from Across the Ocean, I also Reply to Two Mr. Zhangs" Holding and dividing the divination stal..

시선(詩選) 2022.09.04

"대춘의 '헤어지는 게 좋아요?'에 화답합니다"

半賓 〈和大春好別離〉 大洋錯角嘆距離,吐吐吞吞漫措詞。 集百攢千猶不適,言三說五已瞞欺。 尋奇索怪最瘋狂,解易達常亦呆癡。 雲至西邊過半世,故人稀少實難知。 注:「好別離」出自李商隱〈辛未七夕〉,「恐是仙家好別離」句。 (乙未大暑) 반빈 "대춘의 '헤어지는 게 좋아요?'에 화답합니다" 큰 바다 빗나간 구석에서 거리가 멀다고 한탄하면서 뱉 듯 삼키 듯 하염없이 이 말 저 말 늘어 놓았지요 백 구절 천 구절을 모아 쌓아도 꼭 맞는 게 없어 보이고 세 마디 다섯 마디만 말해도 벌써 솔직하지 못한 듯합니다 기이하고 괴상한 걸 찾으려 하니 아주 실성한 미치광이이고 쉽고 평이한 것을 풀어 내려 하면 그것도 멍청한 바보입니다 구름 따라 서쪽 변경으로 와 반 세기를 지내고 있지만 오랜 친구 드문드문 하고 정말로 사귀기 어렵습니다 주: '헤..

시선(詩選) 2022.09.01

"누이동생 지영이 내외가 와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래서 딸을 얻으신 아버지 어머니의 기쁨을 기억합니다"

半賓 〈枝榮妹夫妻來訪渡假,因回憶先父母得女之喜悅〉 連生數子喜無疑, 終得千金至樂隨。 合影三人家福備, 聚餐一桌五男遺。 兩親已去哥兒愛, 幺妹相回先母慈。 花甲嘉年來遠路, 心怡情悦可吟詩。 (壬寅八月) 반빈 "누이동생 지영이 내외가 와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래서 딸을 얻으신 아버지 어머니의 기쁨을 기억합니다" 계속해서 아들을 여럿 낳으셨으니 기쁘셨겠다는데 의심이 없지만 마침내 딸을 얻으셨을 때 더 할 수 없는 기쁨이 따랐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찍으면 그것이 가족사진이었고 한 테이블에 모여 외식을 할 때면 사내아이 다섯은 생략되기도 했지요 두 분 모두 이미 가셨으니 이제 오빠들이 사랑해 주고 막내 누이는 질세라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보답합니다 회갑을 맞이하는 좋은 시절에 먼 길을 와 주니 마음이 기쁘고 기분이 즐거워 ..

시선(詩選) 202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