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34

"'오디를 따며' 곡에 노래 한 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半賓 〈填采桑子一闋和大春〉 銅仙獨立仍開掌, 甘露瓊漿。 飛上穹蒼, 着陸長安記洛陽。 古今情景齊聲唱, 月影微茫。 醪色輝煌, 墨水濃時鋪紙張。 (注:現行詞譜多列此牌為上下片首句不韻。近刊《欽定詞譜考正》修正為全句韻,兩段首句韻同部仄聲,所謂三聲叶也。雖不免似乞丐數來寶之嫌,今試依之。) (庚子大雪) 반빈 "'오디를 따며' 곡에 노래 한 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구리 신선은 여전히 홀로 손바닥을 벌리고 섰습니다 달콤한 이슬, 옥으로 빚은 술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장안에 내려 앉으면 낙양을 기억해야지요 옛부터 지금까지 사랑과 경치를 소리 맞추어 함께 노래하지요 달빛이 어슴푸레합니다 걸진 술 빛깔이 휘황하네요 먹물이 진해지면 종이를 펼쳐드리지요 (경자년 대설에) H. Rhew "Filling in a Song to the T..

시선(詩選) 2022.09.25

"소동파의 사 '동선가령'를 읽고"

半賓 〈讀東坡洞仙歌令〉 王蕊老尼皆久故, 偷窺不絕至今行。 竊聽私語耳尤察, 尋覓深藏目更明。 亂鬢橫釵簾裏見, 金波玉斗枕邊迎。 東坡閉眼能貪美, 攜手同追河漢聲。 (壬寅初秋) 반빈 "소동파의 사 '동선가령'를 읽고" 왕예부인도 늙은 비구니도 모두 오래 전에 고인이 되었지만 몰래 훔쳐보기는 끊이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엿들을 때 귀가 더 밝아지고 깊이 숨은 걸 찾을 때 눈이 더욱 번뜩이기 마련이지요 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비녀가 주렴 안에 보이고 금빛 달과 옥빛 북두칠성을 베갯머리 곁으로 맞이합니다 소동파는 눈을 감고도 아름다움을 탐할 수 있었나 봅니다 손을 맞잡고 함께 은하수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네요 (임인년 초가을에) H. Rhew "Having read the poem to th..

시선(詩選) 2022.09.22

“대춘에게 익살스럽게 화답합니다”

半賓 〈大春寫字常與其貓同步同席,曾為七絕一首,曰:「花間日課幾行書,穴隱不離人境廬。世事風聞隨寺鼓,摐摐驅著鏡湖魚。」我戲和二首〉 一、 且聽窗外提胡盧, 休記曾為戒酒書。 飲後興酣可索句, 讓貓攀樹自觀魚。 二、 為何習字追韓盧, 臨楷摹行緩緩書。 字字山河字字史, 時徐時速學游魚。 반빈 "대춘은 붓글씨를 쓸 때 늘 자신의 고양이와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이 움직입니다. 다음과 같은 칠언절구 한 수를 짓기도 했지요 '꽃 사이에서 매일 과제를 내 몇 줄이라도 글씨를 쓰라고 합니다 굴 속에 숨어 지낼 때도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거처를 마련해요 세상사에 대한 풍문이 절간 북소리를 따라 날아 들면 맑은 거울 같은 호수를 퉁퉁 두드려 물고기를 쫓아 보냅니다' 시 두 수를 지어 익살로 화답합니다" 1. 잠시 창 밖의 새 소리를 들어보세요 술병..

시선(詩選) 2022.09.20

"연꽃을 노래함"

半賓 〈詠荷〉 艷鮮濃淡不相爭, 黎首龍顏心共傾。 風色晶晶傳綠意, 水波剪剪耀紅情。 濂溪一說成君子, 萬里常吟見美聲。 伏暑炎天消口渴, 酒杯高腳涉湖擎。 自注:頷聯〈綠意〉、〈紅情〉二詞,荷花之比喻也。姜虁為詠梅自度二曲,名之以〈暗香〉、〈疏影〉,取自林逋〈山園小梅二首〉也。張炎以此二曲詠荷花,將詞牌名改為〈綠意〉、〈紅情〉也。 (壬寅中秋前數日) 반빈 "연꽃을 노래함" 곱고 맑은 모습, 짙고 옅은 빛깔이 서로 다투지 않고 얼굴 그을은 사람들과 용안의 임금이 함께 마음을 기울입니다 반짝반짝하는 바람으로 초록 뜻을 전하고 찰랑찰랑거리는 물결로 빨간 마음을 뽐냅니다 주렴계가 한 번 설파하여 군자가 되고 양만리가 늘 노래해 아름다운 소리가 드러납니다 찌는 더위 타는 날씨에 목마름을 해소하려면 높은 받침 술잔을 받쳐들고 호수를 헤치고 건너랍..

시선(詩選) 2022.09.17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겨울"

半賓 〈四時詠懷:冬〉 異鄉孤燭怎平居, 音訊能因雨雪踈。 等候朔風弛緩後, 梅開牆角是雙魚。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겨울" 타향에서 홀로 촛불을 지키는데 어떻게 편히 지내겠습니까 비와 눈 때문에 소식이 드문드문해 질 수 있나요 된바람이 잦아들어 누그러진 다음 울타리 한 구석에 피는 매화가 내가 기다리는 편지이겠습니다 H. Rhew "Thoughts in the Heart in Four Seasons: Winter" Sitting before a candle alone in a strange land, How can I be living a life in peace? Can the tidings become scanty Because of rain or snow? Wait until the north..

시선(詩選) 2022.09.15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가을"

半賓 〈四時詠懷:秋〉 西風喚起在天涯, 萬戶擣衣情可嘉。 蟋蟀如今不促織, 仍因思念葉沙沙。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가을" 하늬바람이 불어와 내가 하늘 끝에 있다고 알려 주네요 집집마다 다듬잇돌 소리 그 사랑 참 아름다웠겠지요 이제는 귀뚜라미가 길쌈하라고 재촉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 소리로 생각에 젖으니 나뭇잎이 버석거립니다 주: 세째 구절은 조금 설명을 붙이면 좋을 듯합니다. 귀뚜라미는 보통 실솔(蟋蟀)이라고 했는데 촉직(促織)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촉직은 귀뚜라미 우는 소리의 의성어로 볼 수 있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서둘러 길쌈을 해라"라는 의미 입니다. 다듬잇돌 소리와 함께 귀뚜라미 소리를 길쌈을 서두르라는 재촉으로 듣는 것은 멀리 전쟁터나 축성 등의 장소로 끌려간 가족을 그리워하..

시선(詩選) 2022.09.13

"아르테미스2호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半賓 〈聞將發射載人阿爾提米絲二號火箭登月有感〉 為何重奔凌玉盤, 瓊樓不恐不勝寒。 嫦娥依桂訴伶仃, 側耳聆聽且請安。 月兔孤單長擣藥, 今去換手煉靈丹。 且將回憶尼阿伯, 可請為之施酒席。 東坡謫仙不可忘, 古來歡宴待詩客。 月上不用邀明月, 可立三人比足跡。 此行或許別無故, 明月在天當可赴。 解惑釋疑猶不能, 遠程僅為散數步。 不見仙女勿失望, 勿求勿索勿四顧。 平安歸來共舉杯, 今後玉宇可不回。 (壬寅白露前數日) 반빈 "아르테미스2호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이유로 또 달려가 옥 쟁반을 밟으려 하나요 하늘님 사시는 궁전 견딜 수 없이 추울 터인데 두렵지 않나요 항아가 계수나무에 기대어 외로움을 호소하나요 가서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잘 계시라고 인사 드리려 합니까 달 위의 토끼가 오래 혼자서 방아를 찧어 약을 만들고..

시선(詩選) 2022.09.11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여름"

半賓 〈四時詠懷:夏〉 修竹清荷池上柳, 暑中避暑何時有。 古來黔首少良方, 拭汗靜心酤淡酒。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여름" 훤칠한 대나무, 맑은 연꽃, 연못 위 버드나무… 더위 가운데서 더위를 피하다니 그런 게 언제 있었지요 예로부터 얼굴이 그을은 사람들에겐 마땅한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땀 훔치고 마음 가라앉힌 다음 머얼건 술을 조금 받아오는 것 뿐이겠지요 H. Rhew "Thoughts in the Heart in Four Seasons: Summer" Lofty bamboos, limpid lotus, And willow trees on the pond… Dodging heat in a scorching heat— From whence has that been possible? To us, th..

시선(詩選) 2022.09.10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봄"

半賓 〈四時詠懷:春〉 置酒花間已略酣, 影隨明月竟成三。 忘邀桃李能行樂, 太白無情望漢南。 반빈 "사계절에 마음 속을 노래함: 봄" 꽃 사이에 술자리를 만드니 벌써부터 조금 알딸딸하신가요 밝은 달을 따라 그림자가 왔으니 셋이 한 무리를 이루었다고 하십니다 복숭아꽃 살구꽃을 부르지 않고도 놀며 즐길 수 있나요 이태백은 무정하게 멀리 은하수 남쪽을 바라봅니다 H. Rhew "Thoughts in the Heart in Four Seasons: Spring" Setting a drinking party among flowers— Has already made you a bit tipsy? With the shadow following the bright moon, You say that the three compl..

시선(詩選) 2022.09.08

"기해년 중양절에 반달을 보고, 시로시회의 회원을 그리며 운을 따라 씁니다"

半賓 〈己亥重陽望半月,並懷詩路社同仁步韻〉 詩情興起欲乘風,玉宇瓊樓天界通。 清酒一樽雖獨守,濁思千疊可相攻。 舉杯月下懷坡老,起舞花間夢謫公。 筆墨同人能遠隔,文交大有共稱雄。 注:尾聯二句,各用周易卦名。 반빈 "기해년 중양절에 반달을 보고, 시로시회의 회원을 그리며 운을 따라 씁니다" 시에 담을 느낌으로 흥이 돋아서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하늘님 사시는 하늘나라 옥궁전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맑은 술 한 통을 혼자 마주하고 있지만 흐린 생각 천 겹을 함께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달 아래서 잔을 들어 소동파노인을 그리워 하고 꽃 사이에서 춤을 추며 이태백공을 꿈꿉니다 붓과 먹으로 사람들과 모이는 것이니 멀리 떨어져서도 할 수 있고 글로 풍부히 나누고 있으니 함께 자랑스러워 하시지요 주: 마지막 연 두 구절은 각각 《周易》의 괘..

시선(詩選)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