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내 본성이 과연 선한가?"

半賓 〈我性果善?〉 性善何與我,誠然具四端。 人非人據此,亞聖或荒寒。 (癸卯孟夏) 반빈 "내 본성이 과연 선한가?" 사람 본성이 선하다는데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내가 진실로 인의예지의 네 단초를 갖추었나 사람인지 아닌지가 거기 걸렸다고 했으니 둘째 성인 맹자는 황량하고 쌀쌀하지 않을까 (계묘년 이른 여름) H. Rhew "Is My Inborn Nature Good?" Good human nature—what does that have to do with me? Am I really endowed with the four beginnings of good nature? Having said that human or not-human depended on that, Could Mencius, the Seco..

시선(詩選) 2023.06.17

"고양이의 언어"

半賓 〈貓語〉 咪喵固熟聞,何足以之群。 呼嚕舒心語,嘶嘶警覺文。 聲音傳半意,手勢補餘分。 舉爪輕抓脖,隨時可駕雲。 (癸卯芒種前數日) 반빈 "고양이의 언어" 야옹야옹은 물론 자주 들어 친숙하지만 그것 하나로 어찌 소통에 충분하겠습니까 가르랑가르랑은 편한 마음의 어휘이고 하악하악은 경계심의 표현입니다 소리로는 뜻의 반이 전달될 뿐이니 손짓발짓으로 나머지를 채웁니다 앞발을 들어 목 안을 가볍게 긁는 건 언제라도 구름을 타고 달릴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계묘년 망종 며칠 전) H. Rhew "Cat's Language" Meow meow is familiar for we hear that a lot, But how could that be enough for communication? There's purring, a..

시선(詩選) 2023.06.10

"세상 꼬락서니가 된 추위 속입니다"

半賓 〈世局嚴寒〉 連橫爭合縱,世局在嚴寒。 進退知何確,憂愁苦萬端。 (癸卯初夏) 반빈 "세상 꼬락서니가 된 추위 속입니다" 가로로 연결해서 세로로 모인 것과 싸우니 세상 꼬락서니가 된 추위 속입니다 나아가야 할지 물러서야 할지 어찌 확실히 아나요 근심걱정이 만 갈래라 괴롭습니다 (계묘년 초여름) H. Rhew "The World in a Bitter Cold" Uniting crosswise to fight lengthwise allies, The world is in a bitter cold of winter. How can we know for sure to advance or to retreat? Fears and worries painfully split into thousands more. (Ear..

시선(詩選) 2023.06.03

마이클 데니스 브라운 (1940 - ) 돌아가는 길 (우리말 중국어 번역)

마이클 데니스 브라운 (1940 - ) "돌아가는 길" 말해 주세요. 내가 나의 것이라 할 수 있는, 내가 오래 전에 떠났고, 오래 전에 잃었던 길이 어디 있는지. 참 여러 해 동안을 방황했는데 아아, 나는 언제 알 수 있을까요. 길, 길이 있고 그 길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을. 바람 분 후, 비 내린 후, 어두움이 끝나면서 내가 꿈에서 깨어나는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때 공기를 타고 저 멀리서 부르심이 전해옵니다. 내게 들리는 그 목소리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일어나세요, 따라 오세요, 떨치고 오세요. 이런 부르심이 네 마음 속 사랑이 하나뿐인 노래이고,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같은 아름다움은 없다고 합니다. 일어나세요, 따라 오세요. 집으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주: 이 노래는 작..

시선(詩選) 2023.05.29

"연꽃 보기"

半賓 〈觀荷〉 香清心目迎, 淨潔古今傾。 茂叔思君子, 玉田懷豔情。 雨豪聽綠鼓, 風起引飛觥。 菡萏期無限, 蓮蓬餘韻盛。 반빈 "연꽃 보기" 향기가 맑으니 마음의 눈으로 맞이하고 예나 지금이나 그 깨끗함으로 생각이 기웁니다 주렴계는 될사람을 생각했고 장염은 진한 사랑을 품었습니다 비가 세차면 녹색의 북소리를 듣고 바람이 일면 날아다니는 술잔을 당깁니다 피려는 꽃봉우리는 그 기약이 끝이 없고 지고 난 연밥 송이에도 여운이 가득합니다 주: 군자(君子)를 "된 사람/될 사람"으로 옮긴 건 한국외대 박정근 명예교수입니다. 이미 된 사람과 앞으로 될 사람 사이의 차이는 유학의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仁)을 행하는 건 죽어야 끝나는 과정이므로 사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이미 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된 사람이..

시선(詩選) 2023.05.27

Kate Baer "Idea" (우리말 중국어 번역)

케이트 베어 "계획" 나는 이 생명을 즐길 겁니다. 제철에 복숭아를 베어 물듯, 열어서 손가락 하나하나에서 과즙을 빨고, 혀로 턱을 훑을 겁니다. 상투적이라 해도 좋고, 청하지 않은 손님이 창밖에서 들여다 보아도 좋습니다. 나는 사랑할 것이고 사랑 받을 겁니다. 백 번 천 번 구원하고 구원받을 겁니다. 내 미흡함을 몸 안으로 들어오라 해서, 살갗 아래 열기를 축복할 겁니다. 내 이 생명을 허비하지 않을 겁니다. 즐길 겁니다. (반빈역) 凱蒂蓓爾 〈計畫〉 我要享受這一條生命。就像咬一口 應時的桃子似地,我要把它打開, 嗦吸個個手指頭的果汁,然後用我這舌頭 舔舔口角下巴。說那是俗套也行,不速之客 從窗外窺視也沒關係。 我要愛人,也要有人愛我。我要挽救人, 也要有人挽救我,成千上萬次。我準備把我的不足 請到身軀裏來,祝福皮膚下的熱情。 我..

시선(詩選) 2023.05.23

"주저주저 여름으로 들어섭니다"

半賓 〈躊躇入夏〉 炎陽未請自歸回, 刻刻纏身步步陪。 夜半悶沉何睡熟, 日中酷熱易虺隤。 吟詩助興澆花圃, 搖扇呼朋共酎醅。 過了立秋仍處暑, 從今數月出心裁。 (癸卯立夏) 반빈 "주저주저 여름으로 들어섭니다" 타는 태양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돌아와 때 없이 끈적끈적 몸에 감기고 걸음걸음을 모두 따라다닙니다 한밤중에도 답답한데 어찌 깊은 잠을 이룰 것이며 해가 중천에 걸리면 뜨거운 열로 쉽게 지쳐 병이 듭니다 시를 읊으며 흥을 돋구어 꽃밭에 물을 주고 부채를 흔들며 친구를 불러 좋은 술을 함께 나눌까요 가을이 온다는 입추가 지나도 또 아직 더위가 남았다는 처서입니다 지금부터 몇 달은 궁리해서 수를 내야 합니다 (계묘년 입하에) H. Rhew "Entering the Summer, Dithering" The bur..

시선(詩選) 2023.05.20

"절후"

半賓 〈節候〉 清明穀雨剛才過, 暑熱當知倏爾回。 順次四時輪換至, 人生不外等將來。 (癸卯穀雨後) 반빈 "절후" 청명과 곡우가 방금 지났으니 여름 더위가 갑자기 돌아 올 걸 알아야합니다 순서에 따라 네 계절이 번갈아 다다릅니다 올 것을 기다리는 일 말고 인생에 무엇이 있나요 (계묘년 곡우 지나서) H. Rhew "Calendrical Markers of the Seasons" Qingming, the Clear Weather and Guyu, the Rain for Grain Have just passed by, And we must know The summer heat will return in a trice. Four seasons take turns To arrive in regular order. Wh..

시선(詩選) 2023.05.13

"늙어가며 병이 많아집니다"

半賓 〈老來多病〉 黎明即起振精神, 成列數瓶應細巡。 眼藥先施雲懵懵, 片劑三服信恂恂。 步行緩慢當能慣, 思辨缺清何可馴。 諸病不醫無緊要, 膏肓鄉夢實酸辛。 (癸卯穀雨) 반빈 "늙어가며 병이 많아집니다" 날이 밝으면 바로 일어나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줄 서 있는 몇 개의 약병을 반드시 꼼꼼하게 사열을 해야 하지요 눈약을 먼저 넣는데 구름이 낀 듯 흐릿해집니다 알약을 세 번 먹을 때는 반드시 공손한 모습입니다 걸음이 느려지는 건 물론 길이 들 수 있겠지요 그러나 맑지 못해진 생각에는 어떻게 익숙해 지겠습니까 내 이 병들은 치료가 되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음 속 깊이 있는 고향 꿈이 정말로 쓰라리고 맵지요 (계묘년 곡우에) H. Rhew "Many Infirmities as I Grow Old" When..

시선(詩選) 2023.05.06

"평생을 함께할 책 平生伴隨書"

半賓 〈平生伴隨書〉 開卷有無益,與吾不必談。 若除閱好書,別技未曾貪。 唯有靜農師,功課仍舊耽。 汗漫書海中,選一終生參。 四十年前賦,未完覺大慚。 壯年喜孟子,猶自續勘探。 迤邐進南華,所期似婪酣。 古稀轉角至,問左傳能諳。 教誨是欠遂,每每讀以甘。 恩師或早知,心意分兩三。 (癸卯清明) 반빈 "평생을 함께할 책" 책을 열면 얻을 게 있는지 없는지 내게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 걸 제외하면 다른 능력을 탐한 일이 없습니다 단지 타이징농(臺靜農) 은사님이 내신 숙제는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넓디 넓은 책의 바다 속에서 평생 공부할 책을 하나 고르라 하셨습니다 사십 년 전에 내신 숙제인데 아직 끝내지 못한 게 매우 부끄럽습니다 한창 때는 맹자를 좋아했지만 어쩐지 더 찾아보아도 좋을 듯했습니다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남화경..

시선(詩選) 202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