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58

"서위(徐渭)는 차의 경지를 이야기하면서...... 文長論茶境之佳者......"

半賓 文長〈致品〉論茶境之佳者連用宜字,曰:「茶宜精舍宜雲林,宜瓷瓶,宜竹灶,宜幽人雅士,宜衲子仙朋,宜永晝清談,宜寒宵兀坐,宜松月下,宜花鳥間,宜清流白石,宜綠蘚蒼苔,宜素手汲泉,宜紅妝掃雪,宜船頭炊火,宜竹裏飄煙。」證明茶境並無所宜否。佚名明人《品茶圖》可謂為其補證。 何處何時茶不宜, 清流綠蘚好無疑。 花間月下酒來代, 茶酒飲酣能賦詩。 (甲辰穀雨前數日) 반빈 "서위(徐渭,字文長, 1521-1593)는 〈치품致品〉이라는 작품에서 차의 경지를 이야기하면서 '적절하다'는 뜻의 〈의宜〉자를 연이어 사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는 정갈한 집, 구름 덮인 수풀 속에서 마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도자기 다기가 적절하고 대나무 난로로 끓이는 것이 적절합니다. 선승이나 도인과 마시는 것이 적절하고, 기나긴 낮 맑게 이야기하며 마시거나 싸늘한 밤 곧..

시선(詩選) 2024.04.17

"쩌우추가 해악 셋을 제거합니다 周處除三害"

半賓 〈周處除三害〉 猛虎邪蛟射搏戡, 欲除禍害待成三。 恃強深省當為最, 遷善行仁回味甘。 (甲辰孟春) 반빈 "쩌우추가 해악 셋을 제거합니다" 사나운 호랑이와 사악한 악어를 활을 쏘고 주먹으로 패 죽였지만 없애야 할 해악은 모두 셋이었습니다 힘을 믿고 멋대로 산 걸 깊이 반성하는 게 첫째였지요 착한 길로 나아가 사람답게 살면서 뒷맛이 달콤했겠습니다 주: 쩌우추周處는 중국 서진西晉 때 사람으로 《진서晉書》에 전기가 실려 있는 인물입니다. 타고난 힘으로 사람들을 못살게 굴며 제멋대로 살다가 사람들이 왜 수심에 차 있는지가 궁금해져서 알아보니 사나운 호랑이와 사악한 악어와 못된 자신이라는 세 가지 해악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호랑이와 악어를 죽이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세설신어世說..

시선(詩選) 2024.04.10

"수선화 水仙"

半賓 〈水仙〉 自醉仙姿亦醉人, 下凡遍地笑催春。 輕盈媚態將凋謝, 何不長年作比鄰。 (甲辰春分) 반빈 "수선화" 신선의 자태에 스스로 취하면서 사람들도 또한 취하게 합니다 이 세상으로 내려와 여기저기 두루 피어 미소로 봄을 재촉하지요 산뜻해서 매력적인 모습이지만 머지않아 지려는 듯합니다 어째서 한 해 내내 이웃으로 지내려고 하지 않나요 (갑신년 춘분에) H. Rhew "Daffodils" Charmed by their own celestial figure, They make us charmed as well. Having descended to everywhere in this world, They hasten the coming of spring with their smile. But the attracti..

시선(詩選) 2024.04.03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靜夜思'의 운을 따라 깊이 취하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次韻李白靜夜思謌欲沈醉"

半賓 〈次韻李白靜夜思謌欲沈醉〉 遙遠向孤光,淒清起履霜。 時從心所欲,沈醉便懷鄉。 (甲辰雨水前數日) 반빈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靜夜思'의 운을 따라 깊이 취하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저 멀리서 홀로 내려 비치는 달빛을 향해 쓸쓸히 일어서 서리를 밟으며 걷습니다 때로는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서 깊이 취해 고향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갑진년 우수 며칠 전에) H. Rhew "Singing the Wishes of Getting Deeply Drunk, Following the Rhyming of Li Bai's 'Thoughts in a Quiet Night'" Toward the moon shining alone from far away, I rise desolately and walk treading the..

시선(詩選) 2024.03.27

"화가 리충충 (1942- ) 그림의 틀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走進李重重畫框"

半賓 〈走進李重重畫框〉 坡翁欲買二頃田, 我願逍遙彩墨天。 有水有山花亦發, 招搖走進待成仙。 注:蘇軾〈書王定國所藏烟江疊嶂圖〉:「不知人間何處有此境,徑欲往買二頃田。」 반빈 "화가 리충충 (1942- ) 그림의 틀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소동파 노인은 밭 오륙 십 마지기를 사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수묵채색의 하늘에서 자유롭게 노닐기를 바랍니다 물도 있고 산도 있고 꽃도 또한 피어서 들어와 신선이 될 때를 기다리자고 손 흔들어 부릅니다 주: 소동파는 "왕정국이 소장한 '안개 낀 강과 겹겹의 봉우리'에 쓴다"는 시에서 "사람 세상 어느 곳에 이런 경치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서 가서 밭 두 경을 사고 싶다"고 썼습니다. 여기서 한 경(頃)이 어느 정도의 넓이인지를 정확하게 오늘날의 언어로 옮기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

시선(詩選) 2024.03.20

"경칩 驚蟄"

半賓 〈驚蟄〉 擠出鼻端探外溫, 東風或始滿乾坤。 驚神不在春遲至, 花鳥相從已沸喧。 (甲辰驚蟄) 반빈 "경칩" 코끝을 내밀어 바깥의 온도를 탐지해 봅니다 동쪽에서 부는 봄바람이 혹시 하늘과 땅을 채우기 시작했는지 정신이 바짝 들게 하는 건 더디 다다르는 봄이 아니고 꽃과 새가 서로 따르고 어울리며 벌써 요란해서 입니다 (갑진년 경칩에) H. Rhew "The Startled Bugs Day" Squeezing out the tip of my nose, I scout for the temperature outside, To know if the easterly vernal breeze Has begun to fill heaven and earth. Startling my soul is not The tardy ..

시선(詩選) 2024.03.13

"크로커스 꽃을 노래함: 사패(詞牌) 서강월에 붙여 填西江月一闋詠番紅花"

半賓 〈填西江月一闋詠番紅花〉 銀白仙姿燦爛, 金黃倩笑玲瓏。 明瑩淡紫映蒼穹, 惱恨微寒驚夢。 或可彎腰俯瞰, 不如跪膝謙恭。 嫩英矮小缺薰風, 情素時歡時重。 (甲辰雨水) 반빈 "크로커스 꽃을 노래함: 사패(詞牌) 서강월에 붙여" 은백색 선녀의 모습 찬란하고 황금빛 아리따운 미소 영롱합니다 맑게 반짝이는 옅은 보라 꽃이 파란 하늘을 비추지만 조금 쌀쌀해서 꿈을 깨우는 게 원통합니다 어쩌면 허리를 숙여 내려다 보아도 좋겠지만 그래도 무릎을 꿇은 겸손한 모습이 더 낫겠지요 어린 꽃이 조그맣고 여린데 훈훈한 바람이 없어 마음이 기뻤다 무거웠다 합니다 (갑진년 우수에) H. Rhew "On Crocus to the Tune of West River Moon (Xijiangyue)" Celestial figures in si..

시선(詩選) 2024.03.06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의 운을 따라 좋은 시절을 노래합니다 次韻李白靜夜思詠時光好"

半賓 〈次韻李白靜夜思詠時光好〉 自擂好時光,無愁滿地霜。 閑居勤索句,不亦醉中鄉。 (甲辰雨水前數日) 반빈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靜夜思'의 운을 따라 좋은 시절을 노래합니다" 좋은 시절이라고 스스로 떠벌립니다 온 땅 가득 서리가 내렸다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가하게 지내며 애써 좋은 시를 찾으니 이게 또한 알딸딸한 별천지 아닌가요 (갑진년 우수 며칠 전) H. Rhew "On Good Times, Following the Rhyming of Li Bai's 'Thoughts in a Quiet Night'" Beating the drum by myself, I call it good times, And never mind the frost that fill all over the ground. Strivin..

시선(詩選) 2024.02.28

"바둑 구경 觀局"

半賓 〈觀局〉 盤外頻行棋局烈, 雙方敵對相求滅。 旁觀支嘴不期清, 利害交纏思詭譎。 (癸卯大寒前二日) 반빈 "바둑 구경" 바둑판 밖에서 자주 벌어지는 대국은 격렬합니다 쌍방이 서로를 적대하면서 상대방을 섬멸하려고 하지요 옆에서 구경하며 하는 훈수도 냉철하리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득이 될지 해가 될지가 얽히고설켜 생각이 터무니없기도 하니까요 (계묘년 대한 이틀 전) H. Rhew "Watching Chess Matches" Matches fought outside the board Are often ferocious. The two antagonistic sides Pursue the extinction of the other. Tips spectators volunteer Are not expected to ..

시선(詩選) 2024.02.07

"꽃에서 나온 굴원의 '이소' 花卉出離騷"

半賓 〈花卉出離騷〉 無花何自得離騷, 百草持原守節操。 蓀壁芳椒香滿滿, 汀洲杜若水滔滔。 木蘭墜露遊神境, 秋菊落英行適敖。 懷恨千春思萬里, 奇葩仙界漫翔翱。 (癸卯嚴冬) 반빈 "꽃에서 나온 굴원의 '이소'" 꽃이 없었다면 어디에서 슬픔을 만나는 '이소'를 얻었을까요 백 가지 화초가 든든히 받쳐 굴원이 절개를 지켰습니다 손초로 꾸민 벽에 산초를 더해 향기가 가득하고 맑은 모래섬 두약 옆으로 물결이 출렁입니다 목련에서 듣는 이슬을 마시며 신비로운 경지를 노닐고 떨어지는 가을 국화 꽃잎을 먹고 떳떳하게 걸었지요 마음에 품은 한이 천 번의 봄을 이어가고 생각은 만 리를 달리지만 신선의 세상에 핀 신비로운 꽃이 유유하게 날아올라 둥글게 맴돕니다 (계묘년 추운 겨울에) H. Rhew "Lisao, 'Encountering ..

시선(詩選)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