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소리로 옮겨 뜻을 풍성하게: 씨클라멘 꽃 譯音盛意:詠西客拉夢"

半賓 〈譯音盛意:詠西客拉夢〉 Cyclamen者,此間此季始發之野花也。似無固有中文名。詞書稱仙客來,音譯也。雖達其不同凡俗之超逸,發音不盡近於原名,因另提音譯曰西客拉夢。 初秋晚夏始開花, 西客拉夢音譯誇。 超逸淒涼參各半, 舉之自比適咨嗟。 (癸卯處暑) 반빈 "소리로 옮겨 뜻을 풍성하게: 씨클라멘 꽃" 씨클라멘cyclamen은 이 곳 이 계절부터 피는 들꽃입니다. 고유한 중국어 이름은 없는 듯합니다. 사전은 셴커얼라이(仙客來: 신선 손님이 오다)라고 부르는데, 소리를 옮긴 것입니다. 이 음역은 평범한 세속을 넘어선 꽃의 초탈한 모습을 전달하지만 발음이 원래 이름의 소리와 아주 가깝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음역으로 씨커얼라멍(西客拉夢: 서쪽 손님이 꿈을 끌어당기다)을 제시합니다. 초 가을이나 늦은 여름이면 꽃을 피우..

시선(詩選) 2023.08.26

"군자의 친교는 왜 무덤덤해졌나요 君子之交何以變淡"

半賓 〈君子之交何以變淡〉 節杖手持口號令, 威嚴出自揮權柄。 修身代懾以成君, 交淡內求德是行。 注:《說文》曰:「君,尊也。从尹,發號⋯⋯故从口。」又曰:「尹,治也,从又丿,握事者也。」君主所握之丿,解成節杖之形象也。 반빈 "군자의 친교는 왜 무덤덤해졌나요" 지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입으로 명령을 소리치며 권력의 손잡이를 휘두르는 데서 위엄이 나왔습니다 자신의 수양으로 공포를 대체하고 그렇게 임금(君)이 되니 친교는 무덤덤하고 마음 안에서 찾는 덕이 바로 실천되었습니다 주: 《설문해자 說文解字》는 군君에 대해서 "존엄함이다. 윤尹에서 왔다. 명령을 발한다. 그래서 입口에서 왔다"고 설명하고, 윤尹에 대해서는 "다스림이다. 손又과 삐침丿에서 왔으니 일을 장악하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손에 쥔 삐침丿을 임금이 들고 있는..

시선(詩選) 2023.08.19

"미인에 대한 논의 美人辨"

半賓 〈美人辨〉 宋玉登徒皆請教, 東家也問無瑕貌。 不能著粉禁施朱, 那讓西隣真願效。 (癸卯大暑後數日) 반빈 "미인에 대한 논의" 송옥에게도 등도자에게도 모두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동쪽 이웃에게도 흠 없는 모습에 대해 물어야 합니다 분을 바를 수도 없고 입술을 빨갛게 그리지 못하게 하면서 어떻게 서쪽 이웃에게 진심으로 따라 하라고 하나요 주: 이 시는 송옥(宋玉)이 지은 〈등도자는 여자를 좋아합니다 登徒子好色賦〉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동쪽 이웃의 형상을 이용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크면 너무 크고, 조금이라도 작다면 너무 작고, 분을 바르면 너무 희고, 입술을 바르면 너무 붉다는 표현으로 완벽한 미모를 묘사합니다. (계묘년 대서 며칠 후) H. Rhew "On Beautiful Women" Song Yu and ..

시선(詩選) 2023.08.12

"뜨거운 날씨가 밉습니다 憎熱"

半賓 〈憎熱〉 杲日烘雲我不談, 平生怕熱話頭參。 中庚酷暑涼床上, 語雪言冰無厭婪。 (癸卯中伏) 반빈 "뜨거운 날씨가 밉습니다" 이글거리는 해 후끈거리는 구름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대한 두려움을 평생 화두로 붙들어야 하나요 중복날 된 더위에 평상에 나가 앉아 눈을 이야기하고 얼음을 말해도 내 갈망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계묘년 중복에) H. Rhew "Hating Heat" I won't bring up The blazing sun and burning clouds. Shall I hold on to the fear of Scorching heat to meditate on? On the middle dog day of summer, Even if I sit out on a flat bench,..

시선(詩選) 2023.08.05

"할아버지와 손자의 노래 祖孫行"

半賓 〈祖孫行〉 爺爺授我初千字, 六七歲童當好戲。 二句八文日日加, 學三忘一徐徐累。 晝間沙地晚虛空, 筆畫相交待入睡。 天地玄黃宇宙觀, 不知何礙兒能遲。 焉哉乎也為何虛, 並未費心求會意。 半懂半知實可多, 遠超頭尾二行事。 持之數月悦爺心, 孫子漫遊猶喜異。 此後常疑白首文, 我頭霜雪因而致。 慈心播種業平生, 學業果能期順遂。 今得三孫已做爺, 授何能讓自陶醉。 (癸卯大暑前數日) 반빈 "할아버지와 손자의 노래" 할아버지는 첫 한자 천 개를 내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닐곱 살 아이는 좋은 놀이라고 생각했지요 두 구절 여덟 글자가 매일매일 더해졌는데 셋을 배우면 하나는 잊어 천천히 쌓였습니다 낮에는 흙바닥에 밤이면 허공에 그렸는데 한 획 한 획이 엇갈리면서 내가 잠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늘과 땅은 검고 누렇다는 하늘 천 땅 지의 우주론을..

시선(詩選) 2023.07.29

"안진경의 조카를 위한 제문 초고를 읽고 아저씨와 조카를 위해 마음 아파합니다"

半賓 〈為叔侄心痛:讀顏真卿祭侄文稿〉 此卷不堪平靜臨, 神魂蕩漾繼驚心。 時塗時抹哀情苦, 或頓或馳誠摯深。 悖亂天行誰保命, 死生輩分自難尋。 揮揮餞別硯池淚, 千古招來代語喑。 (癸卯小暑前後) 반빈 "안진경의 조카를 위한 제문 초고를 읽고 아저씨와 조카를 위해 마음 아파합니다" 이 글씨 한 폭은 차마 평온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놀라더니 이어서 정신과 혼이 출렁입니다 때로는 개칠을 하고 때로는 지워야 했던 그 애처로운 정이 씁쓸하고 어떨 때는 멈추었다가 어떨 때는 달리는 그 지극한 정성이 깊습니다 하늘의 움직임이 엇나가고 흐트러졌으니 누구라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요 죽고 사는 일에 나이의 순서는 물론 찾아 헤아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붓을 휘휘 휘둘러 배웅을 했으니 벼루를 눈물로 채웠겠지만 이어지는 ..

시선(詩選) 2023.07.22

"큰 소리로 굴원을 부릅니다"

半賓 〈高呼屈原〉 行吟屈子命迤邐, 苦惱心身線直垂。 見放為詩傳大夏, 至誠感世致東夷。 一生孤獨望端視, 午夜清醒續索思。 汨水魚腸君不在, 愁懷騷客每從隨。 (癸卯夏至端午間) 반빈 "큰 소리로 굴원을 부릅니다" 시 읊으며 방황하던 굴원선생 그 한 생애 참 구불구불하더니 고통스럽게 번뇌한 마음과 몸 직선을 그리며 떨어졌습니다 내쳐진 후 쓴 시는 중화문명이 전하고 지극한 진실함에 세상이 받은 감동 이 동이족에게도 다다랐습니다 한 평생의 고독함을 차근차근 들여다 보고 싶어 한 밤중에도 맑게 깨어 계속 생각하며 찾습니다 맥라강 물 속 고기들 뱃속에 그대는 계시지 않지요 근심을 안고 있는 시인들이 언제나 그대를 따르니까요 (계묘년 하지와 단오 즈음에) H. Rhew, tr. "Calling for Qu Yuan" Maste..

시선(詩選) 2023.07.15

"바람으로 머리를 빗으며 늙었지만 행복합니다"

半賓 〈櫛風老仍福〉 浮萍婆與翁,叨念俱之東。 好歹知淋雨,尋常立櫛風。 餘生當有限,摯愛自無窮。 老病加眸眊,番邦似耳聾。 鄉情溫可喜,少年憶夢夢。 三二兒孫裏,靜心看遠穹。 (癸卯端午) 반빈 "바람으로 머리를 빗으며 늙었지만 행복합니다" 떠도는 물풀처럼 산 할멈과 할아범 중얼대는 그리움이 모두 동쪽을 향합니다 좋든 싫든 비를 맞아야 하는 걸 알고 늘 그랬듯이 머리를 빗겨주는 바람 앞에 섭니다 남은 삶은 당연히 끝날 날이 있지만 깊은 사랑은 사랑대로 끝이 없습니다 늙어 드는 병에 침침해진 눈이 더해졌고 외국에 사니 귀를 먹은 것과 비슷합니다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 따듯해서 즐겁지만 어린 시절은 기억이 아련합니다 손자와 손녀 두셋 사이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먼 하늘을 봅니다 (계묘년 단오절에) H. Rhew "Grown O..

시선(詩選) 2023.07.08

"졸업에 대한 절구 두 수"

半賓 〈畢業二絕〉 一、非畢非業 人間何事期能畢, 課業多非由己出。 二字皆然苦缺如, 此詞智慧當盤詰。 二、是畢是業 才華可等後橫溢, 足覺平生業不畢。 雖惜同窓四處分, 青絲成雪話當日。 반빈 "졸업에 대한 절구 두 수" 1. 졸업이라니? 마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일이 사람들 사이에 무엇이 있나요 학업의 과제는 대부분 학생이 스스로 만들지 않지요 두 글자 모두에 결함이 있으니 이 말이 지혜로운 건지 반드시 다시 따져 물어야 합니다 2. 졸업은 좋은 일입니다 재주와 능력은 흘러 넘칠 훗날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학업은 평생 끝이 없다는 걸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지요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파란 실에 흰 눈이 내리면 그날을 되돌아 이야기할 겁니다 H. Rhew "Two Quatrains o..

시선(詩選) 2023.07.01

"햇볕"

半賓 〈陽光〉 希臘迪翁事,鼓吹隨自意。 大王亞力山,只忍見迴避。 蠻勇或無揣,堅持一小冀。 求容請走開,陽光不願棄。 或明或煦暖,誠使無心悸。 逸話似虛構,淒寒余亦忌。 陽光適不適,原本難無議。 由季由人定,更當看其地。 時值過初夏,何能免惴惴。 日陽熱至夜,輾轉不安睡。 君主如相問,請遮陽光位。 陽光固可享,陰影能陶醉。 其實迪翁語,可尋求另智。 吾言吾意緒,始可聞民義。 (癸卯芒種後三日) 注:迪翁即希臘哲人迪奧赫內斯(Diogenes,? - 前323年)。相傳亞歷山大大帝來訪時,迪翁請大帝不要遮住陽光。 반빈 "햇볕" 희랍 노인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는 스스로의 뜻을 따르라고 북 치고 나팔 붑니다 알렉산더 대왕도 따돌림을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용이었는지 물정을 몰랐던 건지 그는 조그만 바람 하나를 굳게 지켰습니다 "비켜 달라고 부탁하는 걸 용서하..

시선(詩選) 20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