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나비 따라가기 追蝶"

半賓 〈追蝶〉 相隨互逐影飄飄, 斷續婆娑躲定焦。 追趕斑斕輕脆舞, 籬垣橫越歎迢迢。 (癸卯晚秋) 반빈 "나비 따라가기" 서로 따르고 쫓으니 그림자가 팔랑팔랑 흔들립니다 너울너울 흔들림이 끊기고 또 이어지며 초점을 피해 다닙니다 사뿐사뿐 춤추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따르다 보면 울타리도 담장도 가로 넘어가버려 탄식이 아득히 퍼져갑니다 (계묘년 늦가을) H. Rhew "Chasing Butterflies" Following and chasing each other, The shadows flutter. Whirling and waving intermittently They dodge the focal plane. Pursuing dappled colors Dancing in deft motion, The lines ..

시선(詩選) 2023.11.04

"문학은 늘 그대로인 것을 뒤집습니다 文學反常"

半賓 〈文學反常〉 寫作題材無別擇, 傳奇誌異早成癖。 人情喜讀脱平凡, 恠特如常能拂逆。 (癸卯秋) 반빈 "문학은 늘 그대로인 것을 뒤집습니다" 글쓰기의 주제와 소재는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상하고 다른 것을 기록하고 전하는 건 벌써 오래 전부터 인이 박혔습니다 평범함을 벗어나는 걸 좋아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 괴이하고 특별한 것이 보통이 되었으니 어찌 그걸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계묘년 가을) H. Rhew "Literature Reverses What Remains Constant" There are no other choices Of themes and subject matters for writing. Relaying the uncanny and recording the different Have ..

시선(詩選) 2023.10.28

"성성만聲聲慢 곡에 붙여 국화를 노래합니다"

半賓 〈聲聲慢〉 — 詠菊 形形色色, 壁角籬隅, 遍開不需尋覓。 始發炎凉交際, 至今猶昔。 能充衆花謝後, 且稱觴、接迎賓客。 天鵝舞, 撲冷香, 仙氣是誰培植。 曾為孤芳憐惜, 滴滴露, 花瓣沁心光澤。 不久成霜, 何必事先驚惕。 深秋引來氣變, 冷凄凄、並非威嚇。 唯時節, 只顧逝、當可歸責。 (癸卯寒露) 반빈 "성성만 곡에 붙여 국화를 노래합니다" 갖가지 모습과 색깔로 벽 모서리에도 울타리 구석에도 두루두루 피어나니 찾을 것도 없습니다 덥다가 서늘하게 바뀔 때 피기 시작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모든 꽃들이 지고 난 후를 채울 수 있으니 잔을 듭시다, 손님으로 맞이해야지요 백조 춤추는 모습의 꽃 차가운 향기를 내뿜는 이 신선의 기운은 누가 심은 것인가요 그 외로운 꽃내음을 딱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방울방울 이슬 맺힌 ..

시선(詩選) 2023.10.21

"자기소개서 介紹自己"

半賓 〈介紹自己〉 蹇蹇認知文字裏, 偲偲省悟語言間。 七旬雖腹疑團滿, 數處丘陵幾仰攀。 (癸卯秋) 반빈 "자기소개서" 글자 속에서 뚜벅뚜벅 느끼고 알아왔습니다 언어의 사이에서 조심조심 생각하고 이해했습니다 칠순을 앞둔 지금 뱃속이 의문덩어리로 가득하지만 산언덕 몇 곳은 거의거의 올랐습니다 (계묘년 가을) H. Rhew "A Self-Introduction" I have perceived and learned, Striding unfazed in written words. I have mused and understood, Deliberating carefully amidst languages. Reaching soon the age of seventy, My belly remains filled with do..

시선(詩選) 2023.10.14

"항저우 아시안게임: 쉬하오홍과 커졔를 축하함"

半賓 〈杭州亞運會:恭喜許皓鋐柯潔〉 西湖盛會出奇葩, 黑白棋盤勝負嘉。 許將深思描宇宙, 柯君戰術證才華。 我來烹製東坡肉, 你去添加龍井蝦。 對局延綿豐宴席, 共嘗陸海競豪奢。 (癸卯寒露前數日) 반빈 "항저우 아시안게임: 쉬하오홍과 커졔를 축하함" 서호의 성대한 잔치에 진기한 꽃이 핍니다 흑돌과 백돌이 겨루는 바둑판 그 승부가 훌륭합니다 쉬하오홍선수는 깊이 생각하며 우주를 그리고; 커졔기사의 전술은 빛나는 재능을 증명합니다 내가 뚱퍼삼겹살을 요리해 올 테니 그대는 가서 룽징새우를 한 접시 보태시지요 흥미로운 대국을 풍성한 잔칫상으로 이어가 육지와 바다가 겨루는 호사스러움을 함께 맛봅시다 주: 둘째 연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바둑 개인전 결승에서 만난 기사입니다. 세째 연의 뚱퍼삼겹살(東坡肉)과 룽징새우(龍井蝦)는 항저우..

시선(詩選) 2023.10.07

"승천사 뜨락을 훔쳐봅니다 窺承天寺中庭"

半賓 〈窺承天寺中庭〉 相從遠謫至東瀛, 月色悦人如水明。 此夜蘇張無辨說, 清閒漫步樂縱橫。 注:蘇軾〈記承天寺夜遊〉錄與張懷民步於承天寺中庭事。 (癸卯白露前數日) 반빈 "승천사 뜨락을 훔쳐봅니다" 서로를 따라 함께 멀리 동쪽 신선의 섬으로 귀양을 왔나요 달빛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물처럼 맑습니다 이 날 밤 소씨와 장씨는 따져 물으며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홀가분하고 한가한 마음으로 종으로 횡으로 즐겁게 걸었습니다 주: 소동파는 "승천사에서 밤에 노닌 기록 記承天寺夜遊"이라는 짧은 글로 장회민과 승천사 뜨락을 산보한 일을 기록합니다. 세째와 네째 구절은 소동파와 장회민을 여기저기로 분주하고 다니며 언설을 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 종횡가의 소진(蘇秦, ? – 기원전 284)과 장의(張儀, 기원전 373 - 310)와 비..

시선(詩選) 2023.09.30

"아쉬워 여름을 보내지 못합니다 夏不捨消"

半賓 〈夏不捨消〉 前月為詩憎酷熱, 俄而又賦躊躇別。 凉風朝夕配寒光, 斂衽非唯施禮節。 (癸卯白露後) 반빈 "아쉬워 여름을 보내지 못합니다" 바로 지난 달에 시를 지어 무더위가 밉다고 했는데 어느 새 또 시를 써 작별하기를 주저합니다 쌀쌀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빛과 어울리니 옷깃을 여미는 게 오로지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계묘년 백로 지난 후) H. Rhew "Feeling the Loss to Send Away the Summer" Just a month ago, I wrote a poem To detest the scorching heat. In no time now I compose another poem Of faltering to send off the summer. The sha..

시선(詩選) 2023.09.23

"별들이 점점 성글어 집니다 星宿漸稀"

半賓 〈星宿漸稀〉 愛惜僅熒熒,夜深仍杳冥。 彤雲垂罽幙,明月以光屏。 斗見豐其蔀,沬輝何日形。 寧尋君淚水,或代請流螢。 注:四句用曹操〈短歌行〉「月明星稀」意。頸聯用《周易》豐卦爻辭意。六二、九四:「豐其蔀,日中見斗。」九三:「豐其沛,日中見沬。」沬,可讀作星之小者。此卦及爻辭解為日蝕之記錄。卦名〈豐〉解為周文王舊都名。《詩經·大雅》〈文王有聲〉:「既伐於崇,作邑於豐。」 반빈 "별들이 점점 성글어 집니다" 희미하게 가물거릴 뿐이어서 안타까운데 깊은 밤 어둠 속에서도 까마득합니다 먹장구름이 융단장막으로 내리고 밝은 달은 빛으로 병풍을 둘러칩니다 북두칠성이 보이고 도읍지 풍은 가리개로 덮였지요 작은 별 별빛은 언제나 나타날까요 차라리 그대 눈물에서 찾든지 흐르는 반딧불에게 대신하기를 부탁하겠습니다 주: 넷째 구절은 조조曹操 〈단가행短歌行〉,..

시선(詩選) 2023.09.16

"기후가 정상을 잃은 건 사람 때문입니다 氣候失常在人"

半賓 〈氣候失常在人〉 風暴扶搖致九霄, 天常不悖適和調。 炎陽酷暑豐禾穀, 冰雪嚴冬護麥苗。 已患餘殃由積小, 將尋無路在矜驕。 當驚久久未驚後, 忽覺慌忙心灼焦。 (癸卯末伏後) 반빈 "기후가 정상을 잃은 건 사람 때문입니다" 거센 바람이 위로 치솟아 하늘 꼭대기에 다다른다 해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아우러져 합당한 조화를 이룹니다 불볕 무더위는 온갖 곡식을 풍요롭게 하고 눈 얼음 심한 추위도 보리 싹을 보호합니다 이미 넘쳐나는 재앙을 앓는 것은 작은 것이 쌓여서 인데 앞으로 갈 길을 찾아도 길이 없는 건 내가 제일이라는 건방짐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 전 놀랐어야 하는데 놀라지 않은 후 갑자기 허둥지둥 깡마른 마음이 또 타 들어갑니다 (계묘년 말복 지난 후) H. Rhew "Climate Crisis Lies i..

시선(詩選) 2023.09.09

"소갈을 앓기 시작하며"

半賓 〈始患消渴〉 何事起何時,求之無路上。 指尖冤枉勞,血不留餘響。 (癸卯處暑) 반빈 "소갈을 앓기 시작하며" 무슨 일이 언제 시작된 것인지 알아보려 해도 길이 없네요 손가락 끝이 억울하게 애를 쓰지요 피를 내주고도 아무 소리 남기지 않아요 (계묘년 처서에) H. Rhew "Having Been Diagnosed with Diabetes" What happened and when? I wish to know, but there's no path for it. The tip of the fingers is wrongfully put to work. The blood it lets out leaves no ringing complaints. (On Lingering Summer Heat, 2023)

시선(詩選) 202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