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33

"계묘년 동짓날 癸卯冬至"

半賓 〈癸卯冬至〉 朔風呼嘯擾人心, 半月浮升夜更深。 漆黑四方難辨別, 生機何可始追尋。 반빈 "계묘년 동짓날" 된바람이 휘익휙 불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반달이 두둥실 떠오르니 밤이 더욱 깊습니다 칠흑 같아서 네 방향을 분별하기 어려운데 삶의 희망은 어째서 이제부터 비로소 쫓아 찾을 수 있다는 건가요 H. Rhew "Winter Solstice, 2023" The wintry whistle in northerly wind Disturbs my heart, And a half moon soars up Into a deeper night. It is pitch-dark, making the four directions Difficult to discern. Why is it that the hope of life..

시선(詩選) 2024.01.06

"새해의 결심 新年有志"

半賓 〈新年有志〉 新年寫志嫌相識, 立異猶無希冀得。 僅願朝朝醒熟眠, 多行數步少貪食。 (二〇二四年第一日) 반빈 "새해의 결심" 새해 새 결심을 써 보는데 모두 뻔하고 낯익어 거리껴집니다 색다른 걸 찾아 세우려 해보지만 이루고 싶은 일이 그리 없네요 그저 매일 아침 잘 자고 일어나 몇 걸음 더 걷고 음식을 덜 탐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4년 첫날) H. Rhew "New Year's Resolutions" Writing new resolutions of the new year, I find it Unsatisfying that they appear old acquaintances. I do try to come up with something different, Only to find little that..

시선(詩選) 2024.01.03

"소갈 환자로 명절을 지내며 患消渴過節日"

半賓 〈患消渴過節日〉 攝生養病何曾易, 節日尤難能暫棄。 消渴嘗鮮八寶羹, 衰羸優勝魷魚戲。 躊躇上桌見虛心, 沮喪懷前休手臂。 食此乎兮忍此乎, 時時此問堪迴避。 (二〇二三年聖誕後一日) 반빈 "소갈 환자로 명절을 지내며" 삶을 다스려 병을 달래는 것이 쉬웠던 적이 있나요 명절 때는 더욱 어렵지만 잠시라도 저버릴 수 없지요 소갈을 앓고 있으면서 신선한 팔보찌개를 맛보는 건 늙고 힘 빠진 사람이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주저주저 식탁에 앉으니 텅 빈 마음이 드러나고 시름시름 지난 날을 생각하며 손을 내려놓습니다 이걸 먹을 것인지 아니면 참을 것인지 순간순간의 이 질문을 회피할 수 있겠습니까 (2023년 성탄절 다음 날) H. Rhew "Celebrating Festivities As a Diabetic" Have..

시선(詩選) 2023.12.30

"부처의 요즈음 생각을 씁니다 寫佛近意"

半賓 〈寫佛近意〉 朝朝睡醒始新時, 窓外樓房卻不移。 水逝江河依舊滾, 空間共有問誰知。 注:佛乃北漢山坊坊主金政九長兄之綽號也。 (癸卯大雪前後) 반빈 "부처의 요즈음 생각을 씁니다" 아침마다 잠에서 깨면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지만 창밖의 건물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은 흘러가도 강은 지난 날처럼 출렁대며 같은 공간을 함께 하는지 누가 아느냐고 묻습니다 주: 부처는 북한산방 방주 김정구형님의 별호입니다. (계묘년 대설 전후) H. Rhew "Writing Buddha's Recent Thoughts" I wake up every morning To start a new time, But buildings outside the window Do not move. Water may flow away, but the ri..

시선(詩選) 2023.12.25

"삼 십 년 합창을 기억합니다 憶合唱三十年" 두 수의 둘째

半賓 〈憶合唱三十年〉二首之二 密集音符眩目冥, 凝神傾耳往旁聽。 吾聲每患稍遲刻, 不免時而對口型。 (癸卯初冬) 반빈 "삼 십 년 합창을 기억합니다" 두 수의 둘째 빼곡하게 들어선 음표들에 눈이 어지럽고 캄캄해 정신을 집중해 귀 기울여 옆 사람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목소리는 조금씩 지각하는 게 문제였지요 하는 수 없이 가끔씩은 입만 뻥긋뻥긋 했습니다 (계묘년 초겨울에) H. Rhew "Remembering Thirty Years in a Chorus" Second of Two Poems When notes arranged densely dazzled and darkened my eyes, I concentrated my mind to listen to fellows next to me. My voice ..

시선(詩選) 2023.12.23

"삼 십 년 합창을 기억합니다 憶合唱三十年" 두 수의 첫째

半賓 〈憶合唱三十年〉二首之一 五線譜排烏豆芽, 參差錯落似開花。 時徐時疾羣聲起, 雖站一隅無以加。 (癸卯初冬) 반빈 "삼 십 년 합창을 기억합니다" 두 수의 첫째 오선지에 늘어 놓은 검은 콩나물 삐뚤삐뚤 들쭉날쭉 들꽃 피듯 했지요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모두의 목소리가 일어날 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어도 무얼 더할 수는 없었습니다 (계묘년 초겨울에) H. Rhew "Remembering Thirty Years in a Chorus" First of Two Poems On the five-line staffs were black bean sprouts Uneven and jagged as blooming wild flowers. When all voices rose, sometimes slow and som..

시선(詩選) 2023.12.16

"벽송형님이 최근에 논한 세월과 계절의 뜻을 씁니다 寫碧松吾兄近論歲月與季節"

半賓 〈寫碧松吾兄近論歲月與季節〉 歲月先行只顧前, 四時隨後漫蹁蹮。 何須捷徑徐徐繞, 季節牽余效謫仙。 (癸卯大雪後數日) 반빈 "벽송형님이 최근에 논한 세월과 계절의 뜻을 씁니다" 세월이 먼저 가면서 오로지 앞만 보는데 네 계절은 뒤를 따르며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무얼 위해 지름길을 가느냐며 천천히 돌아돌아 가는 계절이 나를 이끌며 귀양 온 신선을 배우자고 합니다 (계묘년 대설 며칠 후) H. Rhew "Writing Blue Pine's Recent Thoughts on Time and Seasons" Time and tide go in front Looking only ahead. Four seasons follow along, Undulating with a dance. Questioning why we ..

시선(詩選) 2023.12.15

"제목은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無題"

半賓 〈無題〉 百草隨風落,淒涼襯夕煙。 為詩言苦澀,只夢得芊眠。 (癸卯立冬) 반빈 "제목은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백 가지 풀이 바람을 따라 스러지고 처량한 기분이 저녁 안개와 어우러집니다 시를 써 보아도 언어가 쓰고 떫으니 오직 꿈에서나 맑은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나요 (계묘년 입동에) H. Rhew "Untitled" All plants fall following the wind, And the bleakness sets off the evening mist. I compose poems, but words are bitter and tart. Only in a dream I may get the clarity and bounty. (The Onset of Winter, 2023)

시선(詩選) 2023.12.09

"구름과 안개가 사람을 사로잡네 靄煙迷人"

半賓 〈靄煙迷人〉 秋葉紅黃影,團團透靄煙。 迷人天界境,是醉是催眠。 (癸卯立冬前三日) 반빈 "구름과 안개가 사람을 사로잡네" 가을 이파리의 붉고 노란 빛깔이 둥글둥글 구름과 안개 사이로 보이네 사람을 사로잡는 하늘나라의 경지— 내가 취하는 것인지, 잠에 빠지는 것인지 (계묘년 입동 사흘 전) H. Rhew "Misty Clouds Entrance Me" The red and yellow glow of autumn leaves Comes through the patchy misty clouds. Entrancing me is the scene of heaven— Am I getting intoxicate or getting drawn to sleep? (Three days before the Onset of ..

시선(詩選) 2023.12.02

"칠언절구: 저무는 가을"

半賓 〈暮秋七絕〉 刻刻懷人不待蛩, 暮秋心亂甚於冬。 聲情蕭瑟飄飛葉, 詰責應知墨早濃。 (癸卯立冬後一日) 반빈 "칠언절구: 저무는 가을" 늘 사람 그리워 하는 걸 꼭 귀뚜라미에 기대지는 않지만 마음이 뒤숭숭한 건 저무는 가을이 겨울보다도 심합니다 소리도 모습도 소슬하기만 한 펄펄 날리는 나무 이파리가 먹물은 일찌감치 진하게 잘 준비된 걸 알고 있지 않느냐 힐책하며 묻습니다 (계묘년 입동 지나고 첫 날) H. Rhew "Autumn that Passes: A Heptasyllabic Quatrain" Longing for a person all the time Does not require reminders from crickets. The heart feels fidgety as autumn passes Ev..

시선(詩選)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