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41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의 운을 따라 좋은 시절을 노래합니다 次韻李白靜夜思詠時光好"

半賓 〈次韻李白靜夜思詠時光好〉 自擂好時光,無愁滿地霜。 閑居勤索句,不亦醉中鄉。 (甲辰雨水前數日) 반빈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靜夜思'의 운을 따라 좋은 시절을 노래합니다" 좋은 시절이라고 스스로 떠벌립니다 온 땅 가득 서리가 내렸다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가하게 지내며 애써 좋은 시를 찾으니 이게 또한 알딸딸한 별천지 아닌가요 (갑진년 우수 며칠 전) H. Rhew "On Good Times, Following the Rhyming of Li Bai's 'Thoughts in a Quiet Night'" Beating the drum by myself, I call it good times, And never mind the frost that fill all over the ground. Strivin..

시선(詩選) 2024.02.28

"바둑 구경 觀局"

半賓 〈觀局〉 盤外頻行棋局烈, 雙方敵對相求滅。 旁觀支嘴不期清, 利害交纏思詭譎。 (癸卯大寒前二日) 반빈 "바둑 구경" 바둑판 밖에서 자주 벌어지는 대국은 격렬합니다 쌍방이 서로를 적대하면서 상대방을 섬멸하려고 하지요 옆에서 구경하며 하는 훈수도 냉철하리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득이 될지 해가 될지가 얽히고설켜 생각이 터무니없기도 하니까요 (계묘년 대한 이틀 전) H. Rhew "Watching Chess Matches" Matches fought outside the board Are often ferocious. The two antagonistic sides Pursue the extinction of the other. Tips spectators volunteer Are not expected to ..

시선(詩選) 2024.02.07

"꽃에서 나온 굴원의 '이소' 花卉出離騷"

半賓 〈花卉出離騷〉 無花何自得離騷, 百草持原守節操。 蓀壁芳椒香滿滿, 汀洲杜若水滔滔。 木蘭墜露遊神境, 秋菊落英行適敖。 懷恨千春思萬里, 奇葩仙界漫翔翱。 (癸卯嚴冬) 반빈 "꽃에서 나온 굴원의 '이소'" 꽃이 없었다면 어디에서 슬픔을 만나는 '이소'를 얻었을까요 백 가지 화초가 든든히 받쳐 굴원이 절개를 지켰습니다 손초로 꾸민 벽에 산초를 더해 향기가 가득하고 맑은 모래섬 두약 옆으로 물결이 출렁입니다 목련에서 듣는 이슬을 마시며 신비로운 경지를 노닐고 떨어지는 가을 국화 꽃잎을 먹고 떳떳하게 걸었지요 마음에 품은 한이 천 번의 봄을 이어가고 생각은 만 리를 달리지만 신선의 세상에 핀 신비로운 꽃이 유유하게 날아올라 둥글게 맴돕니다 (계묘년 추운 겨울에) H. Rhew "Lisao, 'Encountering ..

시선(詩選) 2024.01.31

"바다를 사이에 두고 술 권하기 隔海勸酒"

半賓 〈隔海勸酒〉 叩門不忌尚清晨, 田父隨心善意真。 勸酒親朋多隔海, 朦朦半醒倒裳鄰。 注:田父事見陶潛〈飲酒二十首〉之九。 (癸卯小寒後數日) 반빈 "바다를 사이에 두고 술 권하기" 아직 꼭두새벽인데 문 두드리기를 거리끼지 않으며 마음 내키는 대로 술을 들고 온 농부는 그 좋은 마음이 진실합니다 술을 권하는 친지들이 바다 건너편에 많아서 나는 어둠 속에 잠이 덜 깨 옷을 뒤집어 입은 이웃입니다 주: 새벽에 문을 두드려 술을 권하는 농부와 잠결에 옷을 뒤집어 입고 맞이하는 시인 도연명의 이야기는 도연명의 "술 마시기 스무 수 飲酒二十首"의 아홉 번째에 보입니다. (계묘년 소한 며칠 후) H. Rhew "Offerings to Drink from Across the Sea" Having no qualms about ..

시선(詩選) 2024.01.27

"얼음비 凍雨"

半賓 〈凍雨〉 無兆無聲無以知, 可歌可懼可為詩。 黑冰隱結懦肝膽, 白萼盛開飾樹枝。 遠眺光輝迷視線, 爬行滑路縮身肢。 最祈靈木免摧毀, 橫臥收言苦苦思。 (癸卯冬至後) 반빈 "얼음비" 징조도 없고 소리도 없으니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노래할 수 있고 두려워할 수도 있고 시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검은 얼음이 알게 모르게 얼어 간담이 서늘하지만 흰 꽃이 풍성하게 피어 나무가지를 장식합니다 멀리 내다보면 빛나는 광채가 눈길을 매혹하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니 미끄러운 길에 몸과 팔다리가 오그라듭니다 영이 깃든 나무가 꺾이고 부서지지 않기를 가로 누어 언어를 거두어들인 채 쓰디쓴 생각에 괴롭지 않기를 가장 바랍니다 (계묘년 동지 후에) H. Rhew "A Freezing Rain" No sign, no sound, T..

시선(詩選) 2024.01.24

"술 권하기 勸飲"

半賓 〈勸飲〉 無因無故就如前, 可促可徐從自然。 且舞且歌詩亦索, 有賢有聖待成仙。 注:末句聖賢為因酒禁用之隱語,分指酒之清濁者。事見《三國志·魏志·徐邈傳》 (癸卯小寒後數日) 반빈 "술 권하기" 이렇다할 이유도 없고 특별한 날도 아닙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조금 서둘러도 좋고 천천히 마셔도 되겠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따르십시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시도 찾아 보십시다 어진 술, 거룩한 술이 모두 있어 우리들이 신선되기를 기다립니다 주: 마지막 행의 "어질다(賢)", "거룩하다(聖)"는 말은 각각 탁한 술, 맑은 술을 은밀하게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금주령 아래 술을 마시기 위해 그런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지三國志·서막전徐邈傳》에 기록된 이야기입니다. (계묘년 소한 며칠 후) H. Rhew "An ex..

시선(詩選) 2024.01.20

"양귀비가 술에 취하다 貴妃醉酒"

半賓 〈貴妃醉酒〉 明皇當忌玉環妒, 轉駕西宮或不誤。 錯在設筵白花亭, 百花不抵一朵怒。 解愁百策不如酒, 龍鳳太平加數斗。 三斗三杯醉恨增, 搖搖擺擺何能走。 三搖一步晚回宮, 再命通宵酒一盅。 色不迷人無可奈, 如今何須望蒼穹。 注:龍鳳、太平、通宵,皆為劇中高力士、裴力士所敬之酒名。 (癸卯大雪後一日) 반빈 "양귀비가 술에 취하다" 현종황제는 물론 양귀비의 질투를 조심해야 했지요 어가를 돌려 서궁을 향한 건 실수가 아니었던 듯합니다 잘못은 연회를 준비한 장소가 백화정이라는 것 백 가지 꽃이 핀다고 하잖아요 백 가지 꽃이 있어 한 송이가 분노하면 어찌 감당합니까 근심거리를 푸는 데는 백 가지 계책도 술에 비할 수 없지요 용봉황술도 태평세월술도 여러 말 들여왔습니다 서 말에 석 잔을 더 마시니 취기에 화가 더 났습니다 이리저리 흔..

시선(詩選) 2024.01.17

"할머니를 그리워합니다 懷祖母"

半賓 〈懷祖母〉 祖母終生不識字, 姓名三字未曾記。 生涯近百礙何如, 解字明文能計議。 聰慧鮮能與比肩, 孔明或可談名次。 為生手腕亦驚人, 無賬無書通百事。 日殖艱難歲月中, 食糧極限時時惴。 領來配給僅糊口, 三十長天頻魘寐。 月餉分成三十五, 加分五袋為備置。 飽餐一頓屬無方, 日餓月飢充不易。 祖母言詞富口碑, 修辭諺語多奇異。 用之適所使歡欣, 十八今忘傳未遂。 祖父仙逝懼奶隨, 回家看奶藏愁思。 汝留東北已多時, 今可還鄉懷大志。 老境平安已活仙, 餐餐用完回房睡。 一朝未醒作真仙, 更使家人潸熱淚。 注:祖母以出國為去滿洲,因曰東北。 (癸卯冬至前數日) 반빈 "할머니를 그리워합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글을 읽지 못하셨습니다 성과 이름 세 글자를 쓴 일도 없었습니다 백 년에 가까운 생애에 그 어려움이 어땠는지 글자를 잘 알면서 논의를 할 수..

시선(詩選) 2024.01.10

"계묘년 동짓날 癸卯冬至"

半賓 〈癸卯冬至〉 朔風呼嘯擾人心, 半月浮升夜更深。 漆黑四方難辨別, 生機何可始追尋。 반빈 "계묘년 동짓날" 된바람이 휘익휙 불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반달이 두둥실 떠오르니 밤이 더욱 깊습니다 칠흑 같아서 네 방향을 분별하기 어려운데 삶의 희망은 어째서 이제부터 비로소 쫓아 찾을 수 있다는 건가요 H. Rhew "Winter Solstice, 2023" The wintry whistle in northerly wind Disturbs my heart, And a half moon soars up Into a deeper night. It is pitch-dark, making the four directions Difficult to discern. Why is it that the hope of life..

시선(詩選) 2024.01.06

"새해의 결심 新年有志"

半賓 〈新年有志〉 新年寫志嫌相識, 立異猶無希冀得。 僅願朝朝醒熟眠, 多行數步少貪食。 (二〇二四年第一日) 반빈 "새해의 결심" 새해 새 결심을 써 보는데 모두 뻔하고 낯익어 거리껴집니다 색다른 걸 찾아 세우려 해보지만 이루고 싶은 일이 그리 없네요 그저 매일 아침 잘 자고 일어나 몇 걸음 더 걷고 음식을 덜 탐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4년 첫날) H. Rhew "New Year's Resolutions" Writing new resolutions of the new year, I find it Unsatisfying that they appear old acquaintances. I do try to come up with something different, Only to find little that..

시선(詩選) 202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