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33

"작약이 피었습니다"

半賓 〈芍藥開了〉 移植小苗僅月餘, 已開數朵憶當初。 從今後院時時至, 審問有無希問余。 (壬寅芒種前一日) 반빈 "작약이 피었습니다" 작은 묘목을 옮겨 심은 게 고작 한 달 남짓인데 벌써 몇 송이가 피어 처음 그 때를 기억합니다 지금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뒤뜰로 가겠습니다 내게 묻고 싶은 게 없는지 자세히 물어 보아야겠어요 (임인년 망종 하루 전) H. Rhew "Peonies Are in Bloom" It's been only about a month or so Since a young seedling was transplanted. Several flowers have already bloomed, And remember that time in the beginning. From now on, I will ..

시선(詩選) 2022.06.05

"오랜 친구를 그리워합니다"

半賓 〈懷老友〉 懷人成癖幾多時, 隔海舉觴總自欺。 君履山川遊島嶼, 我臨書冊使陳詞。 那邊聚會嘻嘻笑, 這間孤行細細思。 期冀八旬能續飲, 輪沽綠酒十來篩。 (壬寅小滿前三日) 반빈 "오랜 친구를 그리워합니다" 사람 그리운 게 고질적 습관이 된 건 언제부터 인가요 바다 건너에서 그쪽 향해 잔을 들어도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겁니다 그대가 산과 강을 걷고 크고 작은 섬을 거닐 동안; 나는 서책을 마주하고 케케묵은 말을 씁니다 거기서는 함께 모여 싱글벙글 웃지만 여기서는 혼자 걸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팔순이 지나도 계속 마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번갈아 가서 좋은 술을 한 열 병 받아 와야 되겠지요 (임인년 소만 사흘 전에) H. Rhew "Thinking of an Old Friend" From how long a..

시선(詩選) 2022.05.19

"임무를 잘 마친 더글러스 픽스 교수의 은퇴를 축하합니다"

半賓柳亨奎 慶祝費教授德廉先生功成 氣清風㬉喚鳴禽, 君去或能代玉音。 事實就詳添筆記, 是非持正說胸襟。 謹嚴求學追班馬, 不倦誨人涉古今。 務續晨間常慢跑, 曲生我備久相斟。 (壬寅立夏後一日) Hyong Rhew "Congratulations to Professor Douglas Fix for the Mission Well Completed" The fresh air and the warm breeze Invite singing birds— Might they be substitutes, when you go, For the precious voice? For veritable facts, you have committed to details, Accumulating copious notes; In telling ri..

시선(詩選) 2022.05.16

"동백꽃"

半賓 山茶花 葉底羞紅臉半遮, 寒光輝耀目乜斜。 風中雨下開顏笑, 落地時時憶盛誇。 반빈 "동백꽃" 이파리 아래 볼 붉힌 수줍음으로 얼굴 반은 가린 채 차디찬 빛 눈부심에 가는 눈을 뜹니다 바람 속 빗줄기 아래서 환한 얼굴로 웃지만 자자했던 칭찬을 땅에 떨어져서도 때때로는 기억할까요 Hyong Rhew "Camellia Flowers" With a blush on the cheeks in shyness They bury half the face under the leaves. The dazzling splendor of the chill light Make them narrow their eyes. They beam with a joyful smile Even in the wind and under the ra..

시선(詩選) 2022.05.13

"입춘이 멀었는데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동파노인을 생각합니다"*

半賓 立春尚遠見水仙花初開因思坡翁* 水仙初發氣仍寒,溫酒三升緒始歡。 且請龍君來對坐,引杯各舉共呼乾。 *蘇軾〈飲湖上初晴後雨〉二首,其一:「朝曦迎客艷重岡,晚雨留人入醉鄉。此意自佳君不會,一杯當屬水仙王。」(湖上有水仙王廟。) 반빈 "입춘이 멀었는데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동파노인을 생각합니다"* 수선화가 처음 피었는데 아직 바람이 찹니다 술 석 되를 덥혀야 마음이 비로소 기쁘겠습니다 용왕님을 오시라 청할 테니 마주 앉으십시오 모두 잔을 당겨 높이 들고 함께 외치시지요, "건배" *소동파는 "호수 위에서 술을 마시는데 잠시 맑은 후 비가 왔다"라는 제목의 시 두 수의 첫째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아침 햇빛 속에 손님을 맞이할 때는 겹겹 산등성이가 아름다웠고, 저녁 비 속에는 그 손님을 붙들며 취한 후 고향으로 떠나라..

시선(詩選) 2022.05.10

"인권변호사 홍공성우선생님을 기리며 웁니다"

半賓柳亨奎 哭人權律師洪公性宇先生 巨星靜落淚流橫, 痛哭懷悲聲不成。 願以投身利宇內, 終因大義獻生平。 穿通亂世何能屈, 乘起風雲傲吼鳴。 倏忽歸天茫失措, 永垂青史萬秋名。 반빈 유형규 인권변호사 홍공성우선생님을 기리며 웁니다 큰 별이 조용히 지니 눈물이 가로로 흐르고 아픈 울음이 슬픔을 안아 소리를 이루지 못합니다 기꺼이 몸을 던져 세상을 이롭게 하시고 끝내 큰 옳음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세상 어지러움을 뚫고 가며 어찌 굽힐 수 있느냐 바람과 구름을 타고 넘으며 떳떳하게 소리치셨습니다 홀연히 하늘로 돌아가시니 막막해 어찌할지 모르겠지만 가을이 만 번 올 때까지 남을 이름을 역사에 남기십니다

시선(詩選) 2022.03.26

"외손 잠자는 소리 가운데 눈이 쌓입니다"(外孫睡聲中積雪)

半賓 〈外孫睡聲中積雪〉 每時一醒似無休, 母乳溫情少別求。 窗外雪花飄下夜, 嬰兒回睡息聲攸。 반빈 "외손 잠자는 소리 가운데 눈이 쌓입니다" 두 시간에 한 번 깨는 걸 거르는 일이 없는 듯하지만 엄마의 젖과 따듯한 느낌 외에 달리 원하는 게 별로 없습니다 창밖에 눈꽃이 휘날리며 내리는 밤 갓난아이 다시 잠드니 숨소리가 평안합니다 H. Rhew "Snow Piles up on the Sound of Grandson's Sleeping" Once every two hours— There seems no skipping. Other than mother's milk and warm feelings He does not seek anything more, though. In the middle of the night..

시선(詩選) 2022.01.09

"또 한 해를 보냅니다"

半賓 〈又送年〉 風聲騷發望鄉吟, 歲末常愁勢益沈。 塞外如何看歲月, 樽前更肯惜光陰。 棋盤無對不成局, 琴手有情寧解音。 獨酌三杯強造句, 今年詞拙翌年尋。 반빈 "또 한 해를 보냅니다" 바람소리가 소란스럽게 일깨운 고향 그리는 노래 세밑이면 늘 오는 시름이 이번엔 더욱 무겁습니다 변경의 밖에서 어떻게 세월 가는 것을 보겠습니까 술독 앞에서는 더욱 흐르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바둑판은 둘 사람이 없어 대국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야금 뜯을 사람은 느낌이 있으니 소리를 깨치고 싶습니다 홀로 술 석 잔을 붓고 억지로 싯구를 만들어 봅니다 올해 찾은 말이 어리숙하면 새해에 다시 찾겠습니다

시선(詩選) 2021.12.27

"외손자 태어나기를 기다림"

半賓 〈候外孫子出生〉 三神何日下仙山, 致使我家共破顏。 大腹女兒祈禱裏, 悅心外祖索詩間。 群星璀璨傳天福, 銀漢舒徐護萬般。 父母親朋皆等待, 或逢峻嶺一同攀。 반빈 "외손자 태어나기를 기다림" 삼신할매는 언제나 신선의 산에서 내려와 우리 가족이 같이 웃게 해 주시려나 배불뚝이 딸이 드리는 기도 속에서 마음 기쁜 할배가 찾는 싯구 사이에서 많은 별들 찬란히 반짝이며 하늘의 복을 전하고 은하수 천천히 흐르며 만 가지로 보호해 주네 "엄마 아버지 가족 친구 모두 기다리고 있단다 혹시 험한 산고개를 만나면 함께 넘기 위해서" H. Rhew "Waiting for the Birth of a Grandson" When will the birth fairy Descend from the immortals' mountain T..

시선(詩選) 2021.12.23

“秋去也, 가을이 갑니다”

半賓 秋去也 柿樹葉殘氣抑揚, 白霜冰冷碧天長。 悲臨遠路心難靜, 事至身邊意愈忙。 風磬隔牕聲瑟瑟, 秋情裸地視茫茫。 東山月出潔光流, 仍缺友朋互侑觴。 반빈 "가을이 갑니다" 감나무 이파리 스러졌지만 바람은 여전히 위로 아래로 불고 멀리 푸른 하늘 아래 흰 서리 얼어 붙었습니다 애처로움이 기나긴 길 마주해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고; 일이 몸 앞에 닥치니 생각이 더욱 바빠집니다 창문 밖 풍경 그 소리 쓸쓸하고; 벌거벗은 땅 가을 정취 볼수록 아득합니다 동쪽 산에서 달이 떠 맑은 빛으로 흐르지만 여전히 서로 술잔을 권할 친구 자리가 비었습니다

시선(詩選) 202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