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26

"스승의 날에 최명선생님을 향해 합장합니다"

半賓 謝師節向崔師明教授合掌 疫情持久尚驚魂, 師節無方往謝恩。 偶夢弈棋分黑白, 常懷論理究乾坤。 加餐養氣時時惦, 健體清神日日存。 滿發眾香嘉五月, 謫仙且請置三樽。 注: 一、五月十五日,韓國紀念為謝師節。或曰選其日與朝鮮世宗大王之誕辰有關。創制《訓民正音》(即韓文),為百姓師表也。 二、師戒酒已數歲。末句暗問今是否當破戒之日。 반빈 "스승의 날에 최명선생님을 향해 합장합니다" 역병의 사정이 계속되어 아직 혼을 놀라게 하니 스승의 날에도 찾아 뵙고 감사드릴 방도가 없습니다 가끔 바둑 두며 흑과 백을 나누어 쥐는 꿈을 꾸고 늘 이치를 논하시며 하늘과 땅을 궁구하심을 그리워 합니다 식사 잘 하시고 기운을 기르심을 때마다 기억하시고 튼튼한 몸, 맑은 정신을 날마다 보존하십시오 온갖 꽃 향기가 만발하는 좋은 계절 오월에 귀양 온 이태백이..

시선(詩選) 2021.05.18

얼음비가 큰 나무 여러 그루를 넘어뜨렸습니다"

半賓 〈凍雨摧毀巨木多株〉 雨雪風霜忍百年, 俄而橫榻空看天。 里人圍繞吁吁說, 古木無言自臥禪。 반빈 "얼음비가 큰 나무 여러 그루를 넘어뜨렸습니다" 비와 눈, 바람과 서리 백 년을 참아내고 어느 새 드러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보십니까 마을 사람들 둘러서서 씨익씩거리며 무언가 말하지만 늙은 나무 말없이 홀로 누워 참선입니다

시선(詩選) 2021.02.22

"얼음비가 봄을 막았습니다"

半賓 〈凍雨阻春〉 昨來凍雨倏還冬, 朔氣颼颼迴玉龍。 冰咽幽香能阻春, 花苞含笑待重逢。 반빈 "얼음비가 봄을 막았습니다" 어제 얼음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겨울로 돌아갔습니다 매운 바람이 휘익휘익 눈 덮인 산을 휘돌아 옵니다 얼음이 그윽한 향기를 삼킨다고 봄을 막을 수 있나요 꽃봉우리가 웃음을 머금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시선(詩選) 2021.02.19

“입춘이 멀었는데 수선화가...”

半賓 立春尚遠見水仙花初開因思坡翁 水仙初發氣仍寒,溫酒三升緒始歡。 且請龍君來對坐,引杯高舉共呼乾。 반빈 "입춘이 멀었는데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동파노인을 생각합니다" 수선화가 처음 피었는데 아직 바람이 찹니다 술 석 되를 덥혀야 마음이 비로소 기쁘겠습니다 용왕님을 오시라 청할 테니 마주 앉으십시오 모두 잔을 당겨 높이 들고 함께 외치시지요, "건배"

시선(詩選) 2021.01.25

"떨어져 사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노래함"

半賓 效陶淵明歸園田居五首 其五、詠獨居之苦樂 久雨倏轉晴,當吟一二曲。 時節持奇異,麴酒備豐足。 弈子分黑白,無人來對局。 獨飲置杯近,何妨減燈燭。 天明宿醉走,草率勝張旭。 반빈 "도연명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기(歸園田居)' 다섯 수를 배워 씀" 다섯째 수: 떨어져 사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노래함 지리했던 비가 어느새 그쳐 맑았으니 반드시 한두 곡 노래를 읊조려야 하지요 시절이 여전히 이상스러워 독한 술을 풍족히 마련했습니다 바둑돌도 흑과 백을 나누어 두었지만 마주앉아 둘 사람이 아무도 오지 않네요 혼자 마시며 바로 앞에 술잔을 두었으니 등불을 조금 어둡게 해도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날이 밝아 숙취한 채 걸으면 휘청거림이 장욱(張旭)의 초서보다 멋드러지겠지요

시선(詩選) 2021.01.15

"경자년 동지에"

半賓 效陶淵明歸園田居五首 其二、詠庚子冬至 日沒尚申時,冬至夜深長。 懼疫缺賓來,難免更鞅鞅。 酣飲能獨斟,尋伴逆時往。 且請聽古人,謔戲或玄想。 詩詞不可少,話頭逐漸廣, 生一陽黑晚,問學泱莽莽。* *最後一聯之出句指《周易》復卦。此卦六爻中初爻為唯一陽爻,象徵黑暗中開始長的陽光。 반빈 "도연명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기(歸園田居)' 다섯 수를 배워 씀" 둘째 수: 경자년 동지에 해가 이미 떨어졌는데 아직 너댓 시 동지날 밤은 깊고 깁니다 온역이 두려워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니 답답하고 울적한 건 어쩔 수 없겠지요 혼자 술을 따르는데 즐겁게 마실 수 있나요 같이 마실 사람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갑니다 옛사람의 이야기를 청해 듣지요 유쾌한 말장난도 좋고 깊은 사상도 좋습니다 물론 시와 노래가 빠질 수는 없지요 붙들 화두가 갈수록 ..

시선(詩選) 2021.01.11

"옛 타이베이의 기억을 노래함"

半賓 效陶淵明歸園田居五首 其四、詠老台北之回憶 憶往重踏春,舊事加自娛。 哂儕白髮禿,癡狂卻如初。 當年巢泰山,浮生覺宜居。 地陌語喑啞,步步問渠渠。* 柳二識無那,實虛皆真如。 不飲何嘗散,求學候課餘。 何不扮烏有,笑嚇唬子虛。* 今歸敬酒謝,理當如之無。 *得自梅堯臣詩。 *子虛、烏有用司馬相如〈子虛賦〉事。 반빈 "도연명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기(歸園田居)' 다섯 수를 배워 씀" 넷째 수: 옛 타이베이의 기억을 노래함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며 푸르렀던 시절을 다시 밟으니 옛일들을 더욱 즐기게 합니다 그 때 동료들끼리 백발조차 빠지고 있다고 놀리는 걸 보면 미친 듯했던 집착이 그 때와 같아요 당시 태산에 둥지를 틀고 떠도는 인생에 어울리는 거처라고 했지요 땅은 생소하고 말도 반 벙어리 신세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어린아이 말 배우..

시선(詩選) 2021.01.08

"서신에 노래로 답해 청산진으로 보내며"

半賓 大春兄簡引謝安與支遁書,吟歌答致青山鎮,用四支韻。 屈指傾遲歡聚期, 但愁各在邈天涯。 東山適隱常青綠, 西域荒蕪多怪魑。 四處瘟神焦慼慼, 千思摯愛慰嘻嘻。 養人老疾可還剡, 酌酒吟詩效驗奇。 반빈 "대춘형의 편지에 사안(謝安)이 쓴 '지둔에게 보내는 서신 (與支遁書)'을 인용했습니다. 노래로 답해 청산진으로 보내며, 시운 상평성 네번째인 지운(支韻)을 씁니다." 기쁘게 모일 날을 손꼽아 세며 기다리지만 각각 먼 하늘의 끝에 있음을 안타까워 할 뿐입니다 동쪽 산은 늘 푸르러 은거하기 적당하지만 서쪽 땅은 거칠어 요상한 도깨비 투성이 이곳저곳에 역병의 기운이 있어 조바심하면서 천 가지 진실한 사랑에 위안을 받아 싱글벙글하지요 늙어 생긴 병을 추스리려 섬산 골짜기로 갈 수도 있겠지만 술 부어주며 함께 시를 읊조리는 것도..

시선(詩選)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