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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살아계신 허세욱선생님"

이라는 수필전문 문예지의 청탁으로 지난 7월초 돌아가신 허세욱선생님을 추모하는 글을 또 하나 썼습니다. 2010년 가을호에 실렸습니다, ----- "생생하게 살아계신 허세욱선생님" 선생님께서 영면하시던 날 저녁 나는 빈소에서 입맛 쓴 소주를 참 많이 마셨다. 그냥 소주가 아니었다. 6월 초 고문헌학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으로 가는 길에 잠시 귀국해 전화로 인사를 드리면서 찾아뵙겠다고 했었다. 편치 않으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꼭 뵙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선생님께서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은 와도 소주 한 잔 같이 할 수 없으니, 회복한 다음 소주 한 잔 할 수 있을 때 오라고 하셨다. 학회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와 고대병원에서 뵙게 되었을 때는 이미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잔을..

에세이 2010.09.24

"라오떠우푸(老豆腐)"

"라오떠우푸(老豆腐)" 우스갯소리로 하신 말이겠지만 결혼을 며칠 앞두고 가진 한 저녁자리에서 내 장인은 따님의 혼처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정해졌다고 하셨다. 마침 저녁상에 오른 두부요리가 화제가 된 끝에 나온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적부터 두부를 좋아해서 늘 두부공장집으로 시집을 보내야한다고 말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고리타분하게 중국고전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보내게 됐다는 말씀이었다. 내 자격지심때문이었는지 그 말씀이 그냥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중국이 아직 소위 "죽(竹)의 장막"에 가려져 있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문학을 공부하는 게 그리 희망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 때 내 인생의 청사진이 꼭 배고프게 살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

"스즈터우(獅子頭)"

중국음식중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름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서시설(西施舌)"이라는 음식이 그렇다.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서시(西施)의 혀"라는 뜻인데, 중국역사에서 손꼽히는 미인였다는 서시, 그것도 그 여자의 혀를 지칭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그런 이름을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시설"은 중국 동남해안에 위치한 복건(福建)성과 타이완의 동남쪽 해안에서 나는 조개의 한 종류인데, 이 조개를 재료로 조리한 음식도 그냥 "서시설"이라고 부른다. 일본음식에서 사시미 재료로 인기가 있는 미루가이라는 조개(우리나라에서는 왕우럭조개나 코끼리 조개라고 부른다)보다는 작은 편이지만 몸체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고 통통한 수관(水管)부분이 식용으로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