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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와 음식주문

"메뉴와 음식주문" 서양음식점은 고급일수록 화려하게 인쇄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가죽으로 멋드러지게 제본을 해서 손에 들고 있기만해도 기분이 싱숭생숭해질 정도인 곳도 있다. 음식메뉴뿐 아니라 와인리스트가 따로 준비되어 있기도 한다. 와인의 선택은 대부분 그 날의 주빈이나 호스트의 임무인 경우가 많아 모인 사람 모두가 와인리스트를 검토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두툼하고 묵직한 두 권의 책을 수험생 입시공부하듯 자세히 들여다 보며 무얼 어떻게 시켜 먹을지 궁리하는 모습은 그런 음식점에서 흔히 보이는 정경이다. 글로 인쇄된 메뉴를 공부하는 것으로 다 끝나지 않는다. 그날 그날의 특별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서너 가지 요리의 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을 설명하는 웨이터의 말이 뒤따르는 게 보통이다. 외운..

미국 중국음식이 중국음식?

"미국 중국음식이 중국음식?" 언제 기회가 있어 파리나 카이로, 리우데자네이로, 또는 케이프타운 같이 아주 먼 곳에 가게 되면 현지의 고유한 음식은 물론 그곳의 중국음식을 먹어볼 계획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중국음식"은 세상 어느 구석엘 가나 있기 마련인데, 가는 곳 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보인다. 중국음식이 처음 소개된 시점의 사회상황이나 그 후의 정착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해서, 음식을 먹으며 해볼 수 있는 이런저런 생각이 음식만큼이나 맛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는 중국의 바로 이웃인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은 조금 생소해졌는지 몰라도 "청요리"라는 말이 있었다. 그 때, 그러니까 우리 어렸을 적의 중국음식은 끼니로 먹는 음식과 "청요리"라고 불리던 조금 호사스러운 음..

영토와 영향력의 확장

"영토와 영향력의 확장" 이제 건국해서 독립한지도 이백 몇십 년이 되었으니 미국의 역사는 길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짧다고 할 수만도 없다. 적어도 국가의 행태나 정서의 틀이 만들어지고 드러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났다. 그 역사 속에서 미국의 행태나 사고가 보여준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토의 확장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확장의 속도나 규모가 참으로 경이적이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에 의한 북미대륙 "개척"의 역사는 16세기 말 경 로아노크 Roanoke에 식민지를 열어 정착을 시도하면서 시작되어, 동쪽 해안지역을 따라 형성되었던 13개의 지역이 18세기 후반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을 거쳐, 19세기 중반에는 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광활한 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