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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특별했던 미사"

참 특별했던 미사 지난 주일(2010년 8월 22일)은 참 특별한 미사에 참여했습니다. 내가 미리 알고 일부러 찾아간 것도 아닌데 많이 배우면서 기도하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큰 은총으로 생각합니다. "아씨씨의 성 프란치스코 (St Francis of Assisi)"라는 본당이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일정이 내가 속한 본당의 주일미사 시간과 중복되어 인터넷에서 근처의 다른 본당 미사시간을 확인하고 그냥 한 시간 일찍 교중미사를 하는 본당을 찾아간 것 뿐이었습니다. 동네 전체가 좀 어둠침침해서 분위기가 그리 유쾌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근처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두리번거리며 성당처럼 생긴 건물을 찾다보니 조그만 공원에서 야외미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르간 두 대와 플룻, 꼭 ..

에세이 2010.08.26

"자유롭게 하는 교육"

다음은 몇 년 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할 때, 기초교육원 뉴스레터의 교수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 “자유롭게 하는 교육” 처음 대학교수가 되었을 때는 새치도 하나 없었는데, 어느새 반백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려는 사람을 만나는 봉변을 더러 당한다. 짧지 않은 세월을 대학에서 보낸 것이다. 세상에 쉬운 삶이 어디 있으랴만, 대학교수라는 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읽을 책도 많고, 써야하는 글에 늘 쫓기며 산다. 내 강의실과 연구실을 거쳐 가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의 생각과 삶에 내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게 문득문득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선생으로 피할 수 없는 갖가지 번민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데도 대학생활을 접지 못한 건 ..

에세이 2010.08.13

허세욱선생님 추모의 글

대학시절부터 은사님이셨던 허세욱선생님이 지난 달 초 영면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추모의 글을 썼습니다. ---------- [한겨레신문 2010년 7월3일자] 가신님의 발자취: 허세욱 (외국어대 초빙교수, 고려대 명예교수) "학문의 경계 허문 선생님 업적 새기겠습니다" 선생님, 이른 아침 새소리가 유난히 맑습니다. 홀연히 떠나시려는 선생님을 놓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제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아 이 맑은 소리가 지금은 오히려 야속합니다. ‘너처럼 미욱한 제자는 몇 번 다시 살아도 이루지 못할 많은 업적을 이루셨으니 감사하며 기꺼이 보내드리라’고 짹짹이는 것이겠지요. 그런데도 선생님 옷소매를 잡고 매달리는 것은 남기신 빈 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참 열정적인 학문으로 본을 세..

에세이 201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