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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萬里長城)에서 먹은 4인분 점심

"만리장성(萬里長城)에서 먹은 4인분 점심" 중국 출장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즐겁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 즐거움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땅덩어리가 커서 여러 지방의 특색있는 음식이 참 많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문명이라 음식에 갖가지 사연이 담겨있어 흥미롭다. 범상치 않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꼭 마음을 끄는 건 아니지만, 당나귀 고기나 전갈 같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료를 식탁에서 만나는 것도 아슬아슬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중국출장을 앞두고는 늘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경험을 하게 될까 마음이 설레곤 한다. 그러나 첫번째 여행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나 자신 조금 긴장했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풍부한 음식문화의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아독취(我獨醉)"는 말장난?

"아독취(我獨醉)"는 말장난? 블로그 이름에 쓴 "아독취(我獨醉)"라는 말을 보고 그게 뭐냐는 사람부터 말장난 한 번 재미있게 했다는 사람까지 반응이 갖가지입니다. 물론 그걸 말장난이라고 부른 사람은 한문시간에 그래도 글줄깨나 읽어서 출전을 알뿐 아니라, 출전의 표현을 비튼 결과라는 것까지 안다는 뜻이겠습니다. 물론 말장난이지요. 그러나 그런 말장난밖에 다른 위안이 없는 상태라면 그냥 장난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독취(我獨醉)"는 물론 옛날 옛날 중국의 시인 굴원(屈原)의 말을 비틀어서 만든 말입니다. 그의 유명한 작품인 "어부(漁父)"라는 글을 보면 삼려대부 굴원이 모함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 호숫가를 배회하면서 무언가 주절거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에세이 2010.02.28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멍멍이 노래 2 "이름짓기" 1. 추억 기억하시지요 메리 아니면 쫑 우리 어렸을 적엔 멍멍이들을 대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게 흔히 쓰이는 미국사람들 이름이라 우리말로 치자면 영희나 철수 정도라는 걸 중학교 가서 영어를 배우면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메리는 마리아 쫑은 아마 죤, 즉 요한이니까 모두 성서에도 나오는 좋은 분들의 이름입니다 아마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기쁘게 가져다 쓰는 게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좋다는 이름들을 왜 멍멍이에게 붙여줬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그 때는 멍멍이가 그냥 멍멍이 아니었나요 안방이나 대청은 커녕 툇마루에도 올라오지 못 했지요 애지중지 안고 다니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존중한다는 뜻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꼭 듣기 좋은 이름만 쓴 건 아니었습니..

멍멍이 노래 2010.02.24